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 - 악기와 편성 당신의 재즈 음반 12장
황덕호 지음 / 포노(PHONO) / 201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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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듣기 시작하다..​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평생 듣지 않을 것 같았던 재즈를 듣기 시작했다.. 뭔가 시작할 때는 일단 책 몇권을 읽고 시작하는 쓸데없는 버릇 때문에 재즈에 관한 책을 몇권 샀다.. ​그냥 들으면서 느끼는게 사실 제일 좋긴 하고 대부분의 음악은 그저 눈에 띄는 음반을 사서 듣고 연관된 음반들을 사서 들으면서 조금씩 영역을 넓히는 방식으로 듣긴 했지만.. 재즈는 그러기엔 너무 넓었다.. 그래서 처음 들을 때 가이드를 해 줄 책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딱히 어렵지 않게 12장 정도의 대표적인 음반을 소개 받아 대략적인 재즈의 경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절대로 내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않았다..

애매모호한..

보통 이런 개론류(라고 기대할만한) 책을 읽을 때는 이 책을 한 권 읽으면 재즈에 관한 전체적인 그림을 어느 정도 그릴 수 있게 된 후에 그 다음에 어떤 음반을 들으면 될지를 알려 주는 가이드의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분명히 이 책은 지은이가 밝힌대로 재즈 입문자를 위한 책이다.. 하지만 몇가지 면에서 재즈 초심자가 읽고 듣기에는 무리가 있다..

첫째로.. 소개하는 음반이 너무 편중되어 있다.. 재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책을 읽을 때는 12장의 음반이 재즈의 여러가지 장르와 시대를 대표하는 음반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몇가지 음반은 그렇지 않지만 결국은 비밥에 편중되어 있는 추천음반구성은 오로지 비밥과 그 시대의 음반만이 재즈의 전부일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물론 저자는 그런 점에 대해서 미리 밝히고 있긴 하지만 일반 사람이 재즈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있는 루이 암스트롱같은 사람의 음반조차 추천목록에 없다는 건 재즈를 입문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둘째로.. 용어가 꼭 쉽지만은 않다..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용어 자체가 낯설어서 읽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모든 음반에 실려 있는 라이너 노트(음반 해설)를 번역해서 따로 실어 놓은 것은 다른 책에서는 본 적이 없는 이 책의 특이한 점인데.. 일단 조금은 번역투라서 읽기가 힘들었고.. 재즈 초심자라면 절대로 알 수 없을 수많은 재즈사의 인물들 때문에 읽어도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셋째로.. ​모든 곡목을 한글로 번역한 것(예를 들면, Chet Baker의 'That Old Feeling'은 '오래전 느낌'으로..)도 이해하는데 너무 걸림돌이 되었다. 이것도 내 생각에는 작가의 일종의 고집이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재즈를 처음 듣는 사람은 제목을 기억하고 다음에 다른 사람이 연주하는 것을 들을 때 예전에 들은 것과 같은 음악을 구별해 내는 것도 중요할텐데.. 그것을 몽땅 다 한글로 번역한 것은 조금 이해하기 힘들다.. 저자가 라디오 진행자라고 하는데.. 라디오 진행을 할 때도 제목을 모두 한글로 번역해서 소개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열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나쁜 책은 아니다..

우선은 이 책에서 소개한 음반 12장을 듣게 되면 확실히 재즈라는 음악에 익숙해지고 재즈가 좋아진다.. 확실히 12장의 음반은 재즈의 전반을 아우르는 음반들은 아니지만 들으면 좋아질 수 밖에 없는 훌륭한 명반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듣다 보면 다른 음반들을 사고 싶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는 음반들이다..

그리고 라이너 노트 부분을 제외하면 굉장히 읽기 쉽고 친근하게.. 심지어는 조금은 오버스러울 정도로 개인적인 감정을 잔뜩 집어 넣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읽으면서 크게 부담이 없는 편이다..

또.. 재즈라는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재즈를 처음 들을 때 멍하니 들으면 놓치기 쉬운 것들을 잘 알려 주고 있기 때문에 ​재즈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게 된다..

음악을 아예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기 굉장히 힘들 것이다.. 용어나 악기나 기본적인 음악용어를 어느 정도 알지 못하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음악을 어느 정도 듣고 음악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재즈에 대한 소개서(입문서보다는..)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음반은 어떻게 할까..?​

그리고 이 책에 있는 음반들을 듣다 보면 분명히 재즈가 좋아질 것 같고.. 다른 음반을 찾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물론 이 책과 함께 나온 음반이 있어서 12장의 음반에서 1곡씩.. 그리고 다른 유명한 연주자들의 재즈곡들도 수록이 되어 있지만..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고 음악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12장의 음반을 구매해서 들어 볼 것을 권한다..

음반에 대해서는.. 책에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음반을 구하기 위해서 해외주문도 하고 중고물품도 뒤지고 해서 겨우겨우 한달여만에 음반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 누군가 이 책을 음반을 듣지 않은 채로 읽으려고 한다면.. 이 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보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이 책은.. 음악에 대해서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면서 재즈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마무리는 머리말에 있는 저자의 말로 할까 한다..​

'재즈를 다른 음악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재즈의 관점, 재즈의 맛 그 자체를 독자족인 것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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