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 - 케케묵은 고문서 한 장으로 추척하는 조선의 일상사
전경목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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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사가 뭐야..? 

역사에 대한 책을 많이 읽자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찮게 미시사란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이라는 용어에서 유추해 볼 때 뭔가 자세하게 보는 것을.. 아니면 작은 부분을 다루는 것을 말하는 것일텐데.. 책을 검색해 보다 보니 때마침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가 눈에 띄었다.. 조선의 역사를 말한다고 하면 보통은 '조선왕조실록'을 떠올리게 되고 조선사에 대한 책은 꽤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고문서'라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는데..

 

제목은 흔히 볼 수 있을 책인 것 같지만 이 책은 꼭 그렇지는 않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고문서'라는 것은 우리가 보통 생각할 법한 대단한 문서들이 아니다.. 주로 탄원서라든지 수기(일기같은..) 등 일상생활에서 공들여 쓴 것이 아니라 그저 적어 놓은 글들.. 중앙정부에서 오고간 문서가 아닌 지방에서 사용된 문서를 화두로 던져 놓고 그 이면에 담긴 조선사회의 생활상을 추리해 보고 자료를 보충해서 증명해 보이는 과정을 통해 조선시대 중하층 민중들의 생활상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흔히  중앙을 무대로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들만을 기억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 일상에서는 정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보다 오늘 나의 일상에서 어떤 일들이 오고가는지가 중요할 것이고 대통령의 죽음보다는 내 가족의 죽음이 훨씬 중요할 것이다.. 국고가 바닥나 국가가 망하기 직전에 처하는 것보다 내 재산이 줄어들어 내가 파산하는 것이 백배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전체로서의 조선이 아니라 개별적인 인물들의 자세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운 것은 그냥 크게만 봤을 때는 몰랐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실제 인물들의 삶에서는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4번째 주제에서 밝혔듯이 조선 후기 중인이나 평민이 공명첩을 사서 양반이 되는 과정을 보면 오히려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이들은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오히려 공명첩 사는 것을 꺼렸고 어찌저찌 공명첩을 샀다고 하더라도 지역에서 양반행세하는 건 어려워서 오히려 몸을 낮추고 살아야 된다는 것들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과는 전혀 달랐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지루할 수 있는 미시사라는 주제와 연구방법을 '소개'하는 책이기도 한데, 의외로 쉽게 읽히고 일종의 추리소설을 읽어 나가는 것 같은 즐거움도 준다.. 하나의 문서를 가지고 시작한 주제는 그 주제를 가지고 추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다른 문서들을 찾아 보고 어떠한 가문의 족보를 뒤져 보고 문서의 위조를 알아내기 위해 당시의 필기 습관을 본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지적인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생각보다는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인 것 같다..

 

물론 조선의 역사에 대한 개략적인 상황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책은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좋은 정보를 줄 것이고 그저 흥미로운 책 한권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에 많은 전문적인 한자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각주로 그 뜻을 함께 알려 줬다면 읽기에 좀더 수월했을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

역사에 관심이 없을 경우에는 그다지 재미있게 읽기 힘들 것..

 

p.67의 '무함'은 '모함'의 오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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