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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체포하라 - 14인 사건을 통해 보는 18세기 파리의 의사소통망
로버트 단턴 지음, 김지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역사를 탐험하라..
미시사(문화사의 범주에 들기도 한다고..)에 관해 관심을 갖던 중 읽은 두 번째 책이다.. 로버트 단턴은 예전에 '고양이 대학살'이라는 읽지는 않았던 책 때문에 알고는 있었지만 뭘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미시사라는 것 역시 전혀 모르는 분야였는데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로 관심을 갖게 된 후 미시사의 저명한 저자의 책을 읽고 나서 이제야 대충이라도 어떤 분야인지 맛은 보게 되었다.
이 책은 18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일종의 유행가라고 볼 수 있는 시를 도구로 해서 왕을 비롯한 궁정의 인물들을 모독한 '14인 사건'에 주목한 후 그로부터 파생한 여러가지 사회현상들과 당시의 시대상황, 그리고 시를 통한 여론의 형성 등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중후반을 넘어가면 유행하던 노래의 후렴구에 시를 붙이고 가사를 관심사에 맞게 자유자재로 불렀던 '매춘부 사생아'라는 시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매춘부 사생아'의 구성은 우리나라 민요로 치면 '옹헤야'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 두면 될 것 같다..
저자는 정말 어떻게 보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하나의 필화사건을 집요하게 분석하고 당시의 사건 수사기록, 샹송집, 일기 등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기록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황, 특히 우리가 흔히 보는 큼직큼직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닌 민초들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비록 직접적인 연관성을 자세히 밝혀내기 힘들더라고 중간중간 작가로서의 합리적인 상상력까지 보태서 당시의 사회를 재구성해 나간다..
이럼 과정들이 사실상 프랑스의 역사에 대해 지식이 거의 전무한 나로서는 즐기기 어려웠다.. 당시의 상황에 대한 조금의 상식이라도 있었으면 훨씬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우리나라 일반적인 독자가 대부분 그럴테니..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미시사'의 연구방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 든다.. 그야말로 작고 세세하다.. 자료도 그렇고 결론도 그렇다.. 사실 큰 의미에서의 역사와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당시 사람들의 작은 삶에 대해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같은 방법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려는 시도가 위에 말한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에서 이루어졌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번역에 대해서는 좀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역자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역사학자이긴 하지만 전문번역가는 아니라는 느낌이다..
1. 쉬운 내용이 분명한 부분도 너무나 번역투여서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여러번 읽어야 하는 부분이 많다.
2. 우리나라 문장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하이픈과 괄호를 이용한 부연 설명이 많아서 읽는 흐름이 깨진다..
3. 번역을 할 때 가장 많이 거슬리는 단어와 단어의 소유격 연결이 많아 어색하다..
4. 도대체 전혀 접해 본 적이 없는, 영한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법한 단어들이 많이 쓰인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가뜩이나 만만치 않은 내용들이 머릿속에 더 들어 오지 않는 건 이 책의 아쉬운 점이다..
미시사의 연구방법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
그외 역사에 관심이 없거나 어려운 문장을 공들여 읽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