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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ㅣ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는 책도 많다... 자기 계발서도 많다...
나는 원래 자기계발서 종류의 책은 사지도 않고 읽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이 결국은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몇가지의 에피소드 및 우화로 이루어진 일반화되지 않은 내용을 진리인 것처럼 얘기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경영서적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책은 '사회에 적응한' 사람의 성공에 대해 얘기하지만 어떤 책은 '사회가치를 무시했던' 사람에 대해 얘기한다... 무엇이 정답일까? 결국은 유행이고 상황에 따라 다 다른 것이다... 즉, 내 생각에는 성공에는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얼마전부터 여기저기서 떠들어 대고 있는 '블루 오션'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책을 읽지는 않아서 긴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결국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독과점적인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것 같은데... 솔직히 몇년 후 무슨 분야가 블루오션이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다른 사람이 성공한 사례를 모아 성공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게 독자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식이나 마찬가지다... 주식가격이 떨어지고 올라가는 것을 후에 분석가들이 분석하는 건 쉽다... 하지만 어떤 분석가고 주가를 예측할 수는 없다...
즉, 내 개념으로는 자기계발서, 경영서적은 사실상 거의 사기에 가까운 책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사실 내가 읽을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했지만
1.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2. 때마침 내 친구의 책상위에 놓여 있었으며...
3. 내용이 워낙에 짧았기 때문에 집어들게 되었다...
요새 책이 비싸지기는 했다... 이 정도 분량에 9,000원이라... 책이라는 것이 워낙 분량으로 따지기 힘든 바는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큰 활자체와 여백을 가지고 200쪽도 안되는 책이 9,000원인 것은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으로 가보자... 일단 한 성공한 사장과 그 운전기사의 얘기를 적고 있다... 사장이 운전기사에게 성공에 관한 교훈을 주고 그 기사가 사장의 교훈을 따름으로써 성공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내용이다... 거기에 몇가지 사례를 적어 놓았다... 그 교훈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미래의 큰 열매를 위하여 현재의 작은 열매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이 책은 특히 내가 싫어하는 책의 전형을 밟고 있다...
1. 하나의 명제를 가지고 몇가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줌으로써 마치 그것이 만고의 진리인양 독자를 현혹한다... 정말 현재의 작은 열매를 먹지않고 참는 것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는가? 우리는 그렇지 않은 경험을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가?
2. 개인의 성공은 오로지 그 사람의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지배자의 논리를 펴고 있다... 물론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을 이룬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책이 그런 것까지 다룰 수는 없겠지만 이 책대로라면 힘들게 살고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은 모두들 자기의 잘못이라는 것 아닌가? 이게 바로 부자들의 논리다... 너는 노력하지 않아서 불행하고 나는 노력해서 행복하니까 네 자신의 삶을 후회하고 지금부터 노력해 보라는 것이다...
3. 책 여백이 참 넓기도 하다... 그리고 종이는 두껍고... 글씨는 크기도 하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이른 이유는 간단하다... 숱한 자기계발서 중에 읽기 쉽고 선물하기 좋게 예쁘게 편집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금언이라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대단한 내용이 들어 있지도 않고 읽으면서 새로운 내용을 깨닫게 되는 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가장 좋지 않은 점은 바로 누군지도 모르는 두 인물(사장과 운전기사)을 내세워 마치 저자의 말이 진실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 두 사람의 대화를 모은 우화책인 셈인데 마치 실존인물처럼 다루고 있다... (실존인물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책에서는 그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실용서에서 가상인물이라는 것은 독약과 같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글쓴이의 의도대로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 영어공부의 획기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영어공부 OOO OOOO'를 쓴 모 저자는 그 책의 여자 주인공을 실존인물인것처럼 쓰면서 자신의 이론의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그 책의 이론이 의심되면서 그 여자 주인공이 정말 실존 인물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고...(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당시의 중론은 아마도 실존 인물이 아닐 것이라는 것으로 네티즌들의 의견이 모아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여자가 실존인물이면서 그 내용대로 그 여자가 정말 공부를 했다면 그 책은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도 있지만 그 여자가 실존인물이 아니라면 그 책은 사기라는 것이 성립한다... (실제로 많은 독자들이 책의 내용대로 따라하다가 효과를 못 보고 그 여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라는 요구를 했다고 얼핏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책의 공부방법이 전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너무 독선적이라 문제이긴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진리를 찾고 싶으면 지금 당장 아무 교회든 절이든 성당이든 찾아가서 믿어라... 그 외에 진리는 없다... 이런 책은 한 권만 읽으면 정말 인생에 있어서 성공할 것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그냥 한 순간의 유행일 뿐이다... 처세술 책이나 경영서적 중에는 스테디 셀러를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있으면 알려 주면 한 번 읽어 보도록 하겠다... 대신 출판된지 10년 이상 된 책으로 추천해 주면 고맙게 생각하겠다...
이 책 자체가 먹어서는 안되는 마시멜로가 이날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