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모 ㅣ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 어떤 책을 좋아하느냐고 물어 보면 나는 항상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이라고 대답을 한다... 영화도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것은 정말 끝이 없어서 아무리 읽어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내가 모모를 읽은 줄 알고 있었다... 아마도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때일 것 같은데 같은 작가의 '끝없는 이야기'라는 환상소설을 읽은 것은 확실하다... 어렸을 때 읽었지만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나를 너무나도 즐겁게 해 주었던 책이다... 당시에 같은 영어 제목의 영화 'Never Ending Story'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처음에 조금 보다가 내가 가지고 있던 상상력을 오히려 엉망으로 만드는 것 같아서...(쉽게 말해서 재미가 없었다...) 보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큰 줄거리만 기억이 날뿐 거의 내용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당연히 이 책도 읽었겠거니 하고 있었는데...(더 유명하니까...) 어랍쇼?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 읽어 보려고 하던 차에 때마침 바자회에서 사게 되어서 며칠만에 읽어 치웠다...
시간에 대한 우화이다... 어른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쓰고 세상을 바쁘게 살아간다는 것이 결국은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시간도둑들에 의해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미는 노릇이다... 그넘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내가 요즘 정말 이 일, 저 일에 치여서 정신이 없이 살고 있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 제발 시간도둑들이 훔쳐간 내 시간을 돌려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빨리 모모가 활약해서 내 시간을 찾아 줘야 할텐데...
'시간'에 대한 개념은 시간이 흐를수록 바뀌고 있다... 불교의 순환적인 시간관과 기독교의 직선적인 시간관이 대표적이겠지만 20세기에 들어서는 상대성원리의 영향으로 시간이라는 것이 절대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섰다... 시간을 절대적인 상수로 두지 않고 변수로 둠으로써 가지각색의 SF와 판타지 소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정말 즐거운 일이다...
특히 이 책은 독특하게도 시간을 사는(사실은 훔치는...) 시간도둑들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나이대별로 각자의 시간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애들이 읽어도 재미있을 것이고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우화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지금 바로 '나'의 시간들을 여유롭게 할 수는 없으니...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 오는 것은 언제나 씁쓸한 일이다...
모모야~ 빨리 잿빛 양복을 입은 사람들의 소굴을 찾아서 내 시간의 꽃을 해방시켜 주렴~
-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주유하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