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밋은 사다리를 내려가 동생을 부드럽게 깨웠다.
"열차는 여기서 얼마 동안 멈춰 있을 거야, 빌리. 난 나가서 먹을 것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볼게."
"알았어, 형."
빌리는 다시 잠이 들었고, 에밋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해치밖으로 나왔다. - P284

유개화차 안에서 누군가가 자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존 목사는 그곳으로 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먼 길을 가는 사람이 길동무를 원하는 데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 P296

존 목사는 동전들을 손가락 끝으로 바닥에 부드럽게 펼쳐놓았다. 적어도 40개는 되었고, 모두 다 1달러 은화였다.
"오, 주님" 존 목사가 말했다.
이 포상금을 그의 손에 전달한 것은 명백히 신의 섭리였다. - P306

그래, 목사가 속으로 말했다.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면서도 저걸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있는 걸 봐. 저 배낭 안에는 분명 다른 무언가가 들어 있어. 그러니 주여, 도와주세요. 그게 무언지 알아야겠어요. - P309

"내가 목사한테 한 얘기를 너도 들었을 것 같구나." 율리시스는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나는 열차를 혼자 타고 다닌단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하지만 30분쯤 후에 급경사 구간이 나타날 것이고, 그러면 열차는 느려질 거다. 그곳에 이르렀을 때 나는 널 풀밭에 내려줄 것이고, 넌 아무 탈 없이 무사할 거야. 내 말 알아들었니?" - P317

율리시스는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처음으로 추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사람과 그 사람의 부하 선원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전쟁터에서 전사한 자신의 전우들을 위해 눈물을 흘렸고, 참전하면서 뒤에 남겨두었던 아내와 아들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 P321

"꼭 전쟁에 나가야 한다면, 그녀가 말했다. "그래, 전쟁에 나가. 한쪽 팔을 등 뒤로 묶고서 히틀러와 도조를 상대하든 말든,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야. 그렇지만 당신이 집에 돌아왔을 때 우릴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진 마." - P325

율리시스가 화해하지 못한 것은, 그의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자신이 아내를 배신했다는 사실이었다. 두 사람의 서약도 서약이었고, 그 서약을 배신했을 때, 그는 혼자 그걸 배신한 것이었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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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리가 내 쪽을 향해 몸을 옆으로 돌리는 소리를 들었다.
"레오넬로 식당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싶은 거야?"
나는 웃었다.
"아니야, 울리. 나는 나 자신의 레오넬로 식당을 열고 싶어. 붉은색 가죽 부스가 있고, 주크박스에서 시내트라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작은 이탈리아 식당을. 메뉴판이 없고 모든 테이블이 예약제로 운영되는 식당을. - P239

에밋이 어렸을 때는 결코 어머니가 불행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남에게도 그렇고, 그 자신에게도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엔가 그냥 알 수 있을 정도로 어머니는 불행했다. - P247

다음 해 2월-빌리가 태어난 지 몇 주 안 되었을 때 어머니는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었다. 너무 피곤해서 보통 절반을 끝내지 않고 남겨두던 집안일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날들이 종종 있었다. 아예 침대에서 나오지 않는 날들도 있었다. - P253

집에 돌아와서 아버지가 요람과 소풍용 가방을 집 안으로 옮길때 어머니는 에밋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데리고 올라가서 침대에 눕힌 후 이불을 꼭 덮어주고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그런 다음 빌리에게도 그렇게 해주려고 방을 나가 복도를 걸어 내려갔다.
그날 밤 에밋은 그 어떤 날보다도 더 달콤하게 푹 잤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어머니는 사라지고 없었다. - P255

우린 지금 에밋의 봉투에 든 돈을 경비로 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돌아가면 에밋은 우리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래야 우리가 신탁자금을 분배하기전에 그가 변제받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 P266

창문을 통해 주차장을 내다보던 나는 반짝이는 차창과 크롬의 바다를 가로지르며 시선을 옮겼다. 내 시선은 이내 스튜드베이커를 세워둔 지점에 이르렀는데, 거기에 스튜드베이커는 없었다. 나는 시야에 방해가 되는, 정수리 위로 높이 틀어 올린 두 여자의 머리를 피해 오른쪽으로 한 걸음 옮겨서 주차장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에밋의 차가 우회전하여 링컨 하이웨이를 타는 것을 보았다. - P267

에이브러햄 링컨은 틀림없이 자신의 연설문은 이런 식으로 낭송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몸을 근지럽게 하는 코트를 입은 어린 소년이 식탁 상석에 홀로 서서 낭송하는 모습이 아니라, 가족 4대가 일제히 함께 낭송하는 모습을 바랐을 것이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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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관점에서 보면 우선 필요한 것은 여러분이 그의 발치에 앉아 그가 하는 말을 듣는 일이다.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말을 하든, 이전에 얼마나 자주 그 말을 했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여러분에게는 자리에 앉아 경청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 왜냐하면 음식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53

그것은 구식이기 때문에 나는 그걸 만든다.
단지 새롭다고 해서 그것이 더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새로운 것이 더 나쁜 것을 의미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 P156

"차는 어딨어?" 동생이 있는 곳에 이르렀을 때 에밋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빌리가 책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더치스 형과 울리 형이 차를 빌려 갔어. 하지만 다시 와서 돌려주겠다."
"뭘 하고 나서 돌려주겠다는 거야?"
"뉴욕에 다녀와서."
에밋은 잠시 동생을 빤히 바라보았다. 기가 막히고 분통이 터졌다. - P180

빌리는 만약 형이 심리 없이 죄를 인정하려 한다면 한 가지는 약속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게 뭔데, 빌리?"
"형이 화가 나서 누군가를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우선 열까지 세겠다고 약속해줘."
에밋은 그러겠다고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동의의 뜻으로 동생과 악수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치스가 지금 이곳에 있다면 열까지 세도 효과가 없을 것만 같았다. - P182

에밋은 성직자를 좋아한 적이 없었다. 절반의 경우는 설교자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을 팔려고 하는 것 같았고, 나머지 절반의 경우는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팔려고 하는 것 같았다. - P185

샐리와 트럭이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에야 에밋은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P195

"우리에게 차를 빌려준 걸 보면 에밋은 정말 정이 많아." 울리가 말했다.

"그건 그래." - P197

"기름이 떨어진 거 아냐?" 울리가 물었다.
나는 잠시 울리를 쳐다보고 나서 연료 게이지를 보았다. 연료 게이지에도 가는 오렌지색 바늘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늘이 바닥에 닿아 있었다. - P206

왼손으로 잭 핸들을 집어 든 나는 오른손으로 펠트 천을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으려 했다. 바로 그 순간 그걸 보았다. 스페어타이어의 검은색 뒤쪽에서 뾰족 튀어나온, 천사의 날개처럼 하얘 보이는 조그만 종이 모서리였다. - P209

"빌리, 우린 여객 열차를 타지 않을 거야."
"왜?"
"왜냐하면 우리 돈이 전부 다 스튜드베이커에 있으니까."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빌리가 배낭을 잡으려 손을 내밀었다. 었다.
"내 1달러짜리 은화를 사용하면 돼."
에밋은 싱긋이 웃으며 동생의 손을 막았다.
"그럴 순 없어. 그건 네가 수년 동안 모아온 거잖아. 게다가 이제 몇 개만 더 찾으면 되고, 안그래?"
"그럼 뭘 어떻게 할 거야, 형?"
"우린 화물열차를 히치하이킹할 거야." - P213

빌리는 고개를 들어 형을 쳐다보았다.
"형, 나는 우리가 우리의 모험을 하고 있다고 확신해. 하지만 그 중간이 어디인지 알기 전까지는 그걸 적을 수 없어."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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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라이나 소년원에 있는 몇몇 남자애들은 자기 위쪽 침상의 바닥에 고향에 있는 여자애의 사진을 핀으로 꽂아둔단다. 소등하기 전에 그걸 바라보려고 말이야.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매릴린 먼로의 사진을 꽂아둔 애들도 있지. 그런데 네 형은 오래된 잡지에서 찢어낸 이 차의 컬러사진 광고를 붙여놓았어. 빌리, 솔직히 말해줄게. 우린 그걸 가지고 네 형한테 잔소리를 엄청 했어. 다들 휘둥그레진 눈으로 자동차를 들여다보면서 말이야. - P57

"에밋, 우릴 다시 설라이나로 데려다줄 필요는 없어. 너도 바로 조금 전에 집에 왔으면서 뭘. 게다가 우린 돌아갈 생각이 없어. 적어도 아직은."
에밋은 잠시 눈을 감았다.
"너희들 형기가 몇 달 남았지? 넉 달이나 다섯 달? 너희 둘 다 사실상 탈옥한 거야." - P59

내가 에밋에게 그 질문을 던졌을 때 에밋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해줄 대답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의 표정에서 그가 5만 달러로 무엇을 할 것인지 조목조목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P68

더치스, 그건 울리의 생각이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어느 쪽이든 난 그 일에 전혀 끼고 싶지 않아. 뉴욕에 들르는 것, 애디론댁에 가는 것, 5만 달러를 받는 것, 그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을 거야. - P69

"생각해보니," 그녀가 말을 계속했다. "나는 내 행운의 별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네 친구 더치스가 차분하게 네 생각을 나한테 알려주었으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내일 아침 이곳에 와서 팬케이크와 소시지를 만들었을 거야. 그리고 결국 이곳엔 그걸 먹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겠지." - P103

이 모든 장소 중에서 풍물 시장 마지막 날에 지미 스나이더가 싸울 장소로 선택한 곳이 바로 솜사탕 가판대 옆이었다.
지미가 처음 큰 소리로 누군가에게 말을 했을 때 에밋은 지미가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는 지미를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 P107

아니야, 그가 말했다. 찰리 왓슨은 3-C 등급을 받은 게 아닐 거야. 왜냐하면 그는 에덴동산에서 풀을 기를 수 없을 테니까. 틀림없이 4-F 판정을 받았을 거야.
그 말을 하면서 지미는 찰리 왓슨의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해 집게손가락을 들어 귀 주위로 빙글빙글 돌렸다. - P109

지미가 ‘거부자‘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에밋은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동생의 손을 놓지도 않고 그를 때렸다. 에밋은 어깨에서 일직선으로 주먹을 뻗은 한 번의 깨끗한 잽으로 지미의 코를 부러뜨렸다.
물론 부러진 코뼈 때문에 그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 넘어진 것이사망 원인이었다. - P110

1953년 3월 1일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쇼머 판사 주재 심리에서 에밋은 자신의 죄를 기꺼이 인정한 뒤, 캔자스주 설라이나의 한 농장에서 청소년 특별 교화 프로그램을 18개월 동안 받아야 하는 형을 선고받았다. - P111

에밋과 동생이 어머니를 찾을 거라는 생각은 그 전날에도 말이 안 되는 생각으로 여겨졌지만, 캘리포니아주의 인구 증가를 고려해보면 더욱더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러나 에밋의 의도가 집을 개조해서 파는 것이라고 한다면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는 논란의 여지없이 적절했다. - P117

"왓슨, 여기 제이크가 네게 아직 남은 볼일이 있는 것 같은데."
에밋은 낯선 녀석의 시선을 마주하다가 다시 제이크에게로 눈을 돌렸다.
"제이크, 아직 남은 볼일이 있다면, 그걸 끝내기로 하자." - P120

"대부분 사람들은 저에게," 에밋이 말했다. "조언을 해줘요." - P127

나는 새로운 도시에 올 때마다 내 위치와 상황을 파악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도로의 얼개와 사람의 배치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 어떤 도시에서는 이런 내 뜻을 이루는 데 며칠이 걸린다. 보스턴에서는 몇 주가 걸릴 것이다. 뉴욕에서는 수년이 걸릴 것이다. 네브래스카주 모건의 좋은 점은 이렇게 하는 데 고작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 P128

이제 그는 채권자의 주먹에 의해, 채권자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그 채무를 이행했다.
그러나 제이크 스나이더에게는 갚아야 할 빚이 있다 할지라도 에밋은 이 카우보이에게는 아무것도 빚진 게 없었다. 땡전 한 푼도 빚지지 않았다. - P139

"빌리, 굉장히 멋진 게 뭔지 알아? 어마무시하게 멋진 게 뭔지 알아?"
빌리는 읽고 있던 부분을 표시한 다음 책에서 눈을 떼고 쳐다보았다.
"뭐예요, 울리 형? 어마무시하게 멋진 게 뭐예요?"
"매일매일이 특별한 날."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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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6월 12일. 설라이나에서 모건까지 가는 데 세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에밋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 60마일 정도를 가는 동안 윌리엄스 원장은 친근하게 얘기를 주고받으려 노력했다. - P15

그는 자신의 삶이 자기 앞에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고, 동생을 돌보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았다. 또한 자신이 불행의 창조자라기보다는 불행의 중개자였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빚을 다 갚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 P18

네 아버지 재산의 집행자로서 우린 네가 몇 가지 서류에 서명해주길 바라고 있어. 그리고 미안한 얘기지만, 몇 주 내에 동생과 함께 이사 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거야. - P23

"네 앞에 창창한 인생이 펼쳐져 있긴 하지만, 아니, 오히려 네 앞에 창창한 인생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네 인생을 시작하는 걸 고려해보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그 문제라면 걱정 마세요." 에밋이 말했다. "지금부터 48시간 후면 빌리와 저는 네브래스카주에 있지 않을 테니까요." - P32

어머니가 그들 둘을 침대에 눕히고 잘 자라는 키스를 해준 다음 문을 나선 지 거의 8년이 지났다. 이후 그들은 어머니로부터 한마디 소식도 듣지 못했다. 전화도 없었고 편지도 없었다. - P39

자기 아이들을 계획적으로 버리고 떠난 여인이 이따금씩 보내오는 3×5인치 엽서의 뒷면에 쓰인 글 몇 문장을 받아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P40

"형, 우린 캘리포니아로 가야 해. 그걸 모르겠어? 엄마가 우리에게 이 그림엽서를 보낸 이유가 그거잖아. 우리가 엄마를 따라올 수 있게 하려고 말이야."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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