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나는 하느님을 경외하되, 성물을 통한 외적인 모양새를 통해서도 하느님을 경외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통하여 구세주를 예배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옳고 적절하기 때문입니다. - P270

만일 이 두 범죄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절단이 수도원에 도착하게 될 경우 수도원장은 자기네 수도원에, 교황측 사절단의 의견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만한 자가 있음을 인정해야 하고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터였으니 수도원장으로서는 속이 타지 않을 수 없는노릇이었다. - P279

저간의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잡기 위해서라면 수도사들의 이단 이력(履歷)을 들추는 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할 거라는 말씀이겠군요? - P292

명심하여라. 끈기 있게 달라붙을 경우, 해독되지 않는 암호는 세상에 없는 법이다. - P315

이 미궁을 빠져 나가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처음 보는 문마다, 우리가 지난 곳마다 세 개의 기호로 나누어 표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 놓으면 한 번 지나간 곳은 쉬 알아볼 수있어서 두 번 다시는 실수하지 않을게다. - P335

우리는 들어간 길을 되짚어 근 반시간을 헤맸지만 여전히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기는불가능했다. 어떤 점에서 사부님은 우리가 실패했다고 결론지었다. 사부님까지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아침에 말라키아가 우리를 발견하기까지 거기에서 늘어지게 자고있는 수밖에 없었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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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노는, 수도원의 많은 수도사들이 익히 알고 있듯이 베렝가리오는 아델모에 대해 참으로 입에 담기 민망한 정욕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 P259

아델모가 이러한 지경에 이를 즈음 베노는 아델모와 베렝가리오의 대화를 엿듣는다. 아델모가 베렝가리오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하자 베렝가리오는,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자기 요구도 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베렝가리오가 장서관의 사서 조수였으니, 아델모가 베렝가리오에게 무엇을 부탁했는지는 자명해진다. - P260

어쨌든 우리에게는 할 일이 있다. 무엇이냐? 우리는 야밤에 장서관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자면 등잔이 필요하다. 등잔은 네가 구하거라. 저녁때 주방에 들어가거든 벽에 걸린 놈으로 하나 챙겨 법의 속에 숨겨 두어라.」
「훔치라는 말씀이신지요?」
「주님의 영광에 의지해서 잠시 빌어 놓으라는 것이다.」
「그러겠습니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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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의 말을 요약하면, 최근에 기묘한 상황에서 목숨을 잃은 두 수도사가 베렝가리오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는군 - P214

윌리엄 수도사는 틈날 때마다, 비록 자기가 종교 재판과 이단 심판의 조사관으로 있었지만 고문만은 되도록 피하는 주의였다는 말을 하고는 했다. 그러나 베렝가리오가 윌리엄 수도사가 그런 분이었다는 걸 알 리 없었다. 말하자면 베렝가리오는 윌리엄 수도사를 오해한 것이었다. 아니, 윌리엄 수도사 자신이 베렝가리오로 하여금 자신을 오해하게 만든 셈이었다. - P217

내 죄목인즉 내 허영심, 내 육체를 쾌락의 거처로 믿은 허물, 남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한 죄, 내 상상 속에 둥지를 틀고 있던 괴이한 형상을 즐겼다는 것이다. - P219

「왜 그렇게 불렀는지,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그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두렵습니다. 수도사님, 수도사님께 고백하고 싶습니다.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악마가 제 오장육부를 파먹고 있습니다.」
윌리엄 수도사는 베렝가리오를 떠밀었다가 다시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안 된다. 베렝가리오. 나에게 고해를 청하지 말라. 네입을 여는 것으로 내 입을 봉하려 하지는 말라는 말이다.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어떤 방법을 쓰든 네 입을 열게 하였으면 하는 것이다. - P220

아이마로는 이 전통을 되찾고 싶은 것이야. 성도들의 삶의 모습이 바뀌었으니, 수도원이 옛날의 전통을 찾는 길은(즉 그때의 영광, 그때의 권세를 다시 누리는 길은)수도원이 성도의 이 새로운 삶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함께 변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날 이곳의 성도들을 지배하는 것은 무서운 무기도 장엄한 의식도 아닌, 바로 돈의 힘이기 때문에 아이마로는 수도원 건물 전부와 장서관까지 공장, 즉 돈을 버는 공장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것이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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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북쪽 문밖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불목하니들이 어째서 저희 일이나 하지 않고 이 거룩한 명상을 훼방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했다. 돌연, 돼지치기 셋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뛰어들어왔다. 그들은 수도원장에게 다가가 무어라고 속삭였다. 원장은, 처음에는 성무를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듯 조용히 손짓으로 그들을 물리치려했다. 그러나 다른 불목하니들도 교회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밖에서는 누군가가 이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죽었다! 죽었다! 수도사님이었어. 신발 봤지?’ - P197

교회 뒤 담벽 앞에는 전날부터 돼지 피를 채운 커다란 항아리가 놓여 있었는데, 그 항아리 위로 이상한 물체가 불쑥 솟아 있었다. 흡사 재를 쫓으려고, 넝마를 주렁주렁 단 막대기를 두 개 세워 놓은 것 같았다.
막대기가 아닌, 사람의 다리, 머리를 항아리의 돼지 피에다 박고 거꾸로 선 사람의 다리였다. - P198

베난티오는, 자기가 아는 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웃음이라고 하는 것이 참으로 우리 삶에 바람직한 것일 수 있으며 진리의 도구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습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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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베르티노는, 자기손으로 화형대로 보낸 이단자들과 똑같은 자가 될 수도 있었고, 신성 로마 교회의 추기경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다. 이단자의 악덕과 추기경의 악덕 또한 고루 갖춘 사람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나는 우베르티노와 노닥거리면서 지옥이 다른 각도에서 본 천국이라는 인상을 받았구나. - P134

나는, 그 많은 수도사들이 읽고 쓰는 일에 세월을 보내는 수도원 문서 사자실에도 아직 그 물건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지혜로 말하자면 세계를 찜 쪄 먹을 만한, 내로라 하는 사람들조차 감히 질문할 엄두도 내지 못할 그런 어마어마한 물건을 가진 분 옆에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 P150

「본 장서관의 역사는 아주 깁니다. 따라서 서책은 모두 장서관이 이를 구득(求得)한 순서로 서명 목록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 장서관에 들어온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럼 찾기가 몹시 까다롭겠군요?」 - P152

「장서관 사서 수도사는, 서명을 모조리 암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서책이 언제 이 장서관으로 들어왔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수도사들은 사서의 기억력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지요.」 - P152

공부한다는 수도사들이 책보다는 대리석 부조를 더욱 탐하고, 하느님 율법보다는 사람이 한 일을 더욱 상찬하니, 이 어찌 부끄럽지 않으리요, 이 허울만 좋은 교언영색(巧言令色)을 도대체 어쩌지요? - P161

아델모가 죽기 이틀 전에 수도사님께서는 바로 이 문서 사자실에서 있었던 토론회에 자리를 함께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델모는 기이하고 환상적인 형상에 몰두하는 자기 예술을 변호하여, 형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고 했습니다. 즉, 자기 예술로써 천상적인 것들을 드러내 보인다고 했던 것입니다. - P162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베렝가리오가 베난티오에게 적의에 찬 시선을 던지는 것을 보았다. 베렝가리오의 그런 눈길을 베난티오가 조용하면서도 상당히 전투적인 눈길로 맞는 것도 나는 보았다. - P165

사부님의 대담 무쌍한 말투가 니콜라의 마음을 아주 편하게 만들어 놓았던 모양이었다. 니콜라는 윌리엄 수도사에게 한 쪽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은근하게 수작을 걸었다. <어르신과 나는, 같은 종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서로를 넉넉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턱으로 본관을 가리키면서 속삭였다.
「저기 말씀인데요……… 저기에서는.... 학문의 비밀이 마법의 보호를 받고 있답니다.」 - P176

소문에 따르면, 어떤 수도사가 말라키아에게 서책을 부탁했다가 그만 거절당했답니다. 이 수도사는 그 서책을 훔쳐보려고 말라키아 몰래 야밤에 장서관으로 숨어 들어갔다가 뱀 머리 없는 사람, 머리가 둘인 사람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 수도사가 어찌어찌 해서 그 미궁을 헤어 나왔을 때는 제정신이 아니더라지요, 아마? - P176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수도원은 야간의 장서관 출입을 바라지 않는 반면에 수도사들은 끊임없이 침입을 시도해 왔고 지금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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