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찾지 못했으니까 없다고 하는지도모른다. 우리가 찾지 못했던 것은, 어디에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 P680
이윽고 베르나르기가 그 길고 지루한 침묵을 깨뜨리고 공식적인 인사말을 몇 마디 건성으로 한 다음 이런 말로 심문을 시작했다. ‘......그러면 이제부터, 여기에 배석한 심판관들로서는 공히 용서하기 어려운 두 가지 범죄 혐의로 기소된 자를 심문합니다. 두 가지 혐의 중 한 가지는, 피의자가 살인 사건의 현장에서 체포되었으니만치 형제들이 익히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자는 이미 그전에 이단적인 범죄 혐의로 수도원 경내에서 수배되고 있었습니다.’ 레미지오는 쇠사슬에 묶인 손을 거북살스럽게 올려 얼굴을 감쌌다. - P687
각하께서는 지금 제가하고 싶어하지 않는 말을 시키려고 하십니다. 저는, 각하께서 무엇이 좋은 것인지 가르쳐 주시면 그것을 믿겠다고 한 것입니다. - P693
일이 시점에서 네 입으로부터 어떤 고백이 나와야 하는지는 나만이 안다. 그러니까 이실직고하라, 오로지 이실직고하라. 이실직고해도 처벌을 면할 수는 없지만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위증의 벌을 받게 된다. 그러니 우리의 양심과 너그러움과 연민의 감정을 훼손하고 있는 이 고통스러운 대화를 한시 바삐 끝내기 위해서라도 오직 이실직고하라! - P709
베르나르의 간계는 이로써 분명해졌다. 그가 노리는 것은 누가 누구를 죽였느냐는 것이 아니라, 레미지오가 황제측을 대표하는 소형제회 교리에 어떻게 물들어 있느냐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 P710
‘정결함을 얻으려면 무엇을 경계해야 합니까?’ ’성급함이다.‘ - P715
「보았지? 고문을 당하거나 고문의 위협을 당하면 사람이란 제가 하지 않은 짓은 물론이고 알지 못하는 짓 하려던 짓까지 했다고 하는 법이다. 레미지오는 지금 어떻게 하든지 죽기만을 소원한다. 고문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고 싶은 것이다.」 - P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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