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는 지도에서 눈을 떼고 양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나 다른 승무원들이 그들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건 아무런 문제도 아니야. 책임자는 나고 결정도 내가 내린다. 만약 저 여인이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면 착륙 후 여섯 시간 이내에 우린 모두 죽고 말 거야." - P164

"당시뿐 아니라 지금도 있어. 하지만 다닐은 단순한 로봇이 아니었어. 그는 우주인과 아주 흡사한 우주인 로봇이었지. 잘 생각해보게, 니스, 자네와 싸웠던 우주인이 누구였는지…"
그러자 니스의 눈이 등잔만하게 커지면서 얼굴이 벌개졌다.
"그렇다면 그 우주인이 로봇…"
"그가 R. 다닐 올리버라네." - P184

DG는 포토큐브를 한쪽으로 밀어놓고는 몸을 앞으로 굽혔다.
"제1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고 있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어떤 행동을 묵과함으로써 인간이 해를 입도록 해서는 안 된다‘, 맞지? 하지만 그것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되지. 우리는 바로 그 원칙 때문에 로봇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물론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잘못된 확신이라면 정말 큰일 아닌가? R. 다닐은 니스에게 해를 입혔어. 그러고도 그 로봇은 제1원칙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기색도 전혀 없었네." - P188

DG는 가능한 한 오로라 귀족풍의 말투를 흉내내어 점잖게 말했다.
"마담, 이 영지의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 여자는 한동안 DG를 쏘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 말씨는 아주 투박한 솔라리아 방언이었는데 한껏 혀를 굴리며 발음하는 모습은 코미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당신은 사람이 아니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가 어찌나 재빨리 움직였는지, 10미터 정도 뒤에 있던 글래디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아채지 못했다. 단지 살짝 움직이기만 한 것 같았는데 이미 DG는 뒤로 나가떨어져 꼼짝도 못하고 있었고, 그 여자의 양 손에는 그의 무기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 P205

다닐의 손가락이 랜드리의 손에 의해 억지로 벌려졌고, 블라스터는 랜드리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순간 글래디아가 몸을 날려 다닐을 가로막았다.
"설마 인간인 나를 해치지는 못하겠지!"
랜드리는 블라스터를 글래디아 쪽으로 향한 채 이렇게 말했다.
"마담, 당신이 지금 가로막고 있는 것은 사람과 흡사하지만 절대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그러한 존재들을 보는 즉시 죽여버리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 P211

그 감독의 경우, 인간인지의 여부를 판별하는 핵심적인 특성은 언어였습니다. 솔라리아 억양은 아주 독특하거든요. 감독은 인간의 외형을 가졌더라도 솔라리아 사투리를 쓰지 않는 인간은 인간이 아닌 걸로 간주하여 가차없이 파괴시키도록 입력된 겁니다. 그런 인간을 싣고 온 우주선도 마찬가지겠지요. - P223

지스카드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는 방금 벌어졌던 일들을 승무원에게 알리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담이 놀라운 용기를 발휘하여 싸움의 주도권을 빼앗았다는 사실을 승무원들에게 강조한다면, 마담에 대한 승무원들의 불신을 완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담 덕택에 모두가 생명을 건진 셈이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필경 하급 선원들이 제기했을 반대를 무릅쓰고 이번 여행에 마담을 동승시킨 당신의 통찰력이 얼마나 탁월한 것이 었는지를 입증할 수도 있을 거구요." - P225

박사는 지난 이백 년간 지구에 대한 반감은 한시도 감춘 적이 없었지. 아마디로 박사가 상당한 숫자의 인간형 로봇을 만들었는데 그들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면 그 로봇들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 P236

우리는 무사히 솔라리아를 빠져나왔습니다. 솔라리아의 위험이 무엇인지도 밝혀냈구요. 더군다나 군(軍)의 비상한 관심을 끌 만한 특수한 무기를 손에 넣기까지 했습니다. 마담은 이제 곧 베일리 행성의 영웅이 될 겁니다. 우리 행성의 고관들은 이미 사건의 개요를 보고받고 두 팔을 활짝 벌려 당신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 P242

옆문이 미끄러지듯 열리자 DG가 좌석을 옆으로 돌린 다음 먼저 차량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는 글래디아를 부축하기 위해 한 손을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다.
"곧 행성 의회에서 연설을 하셔야 할 겁니다. 이제 모든 정부 고관들이 머리가 터지도록 몰려들어오겠지요."
글래디아는 DG의 손을 잡으려고 손을 뻗다가 고통스럽게 얼굴을 때리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자 움찔 뒤로 물러났다.
"내가 연설을 해야 한다고요? 그런 얘긴 하지 않았잖아요?"
DG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당신이 당연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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