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아는 론 안락의자에 앉았다. 접촉부를 건드리자 의자는 반쯤 누운 자세가 되었고, 다시 한번 건드리자 반자성 자장이 생겨나 그녀를 더할 나위 없는 안락함 속으로 이끌어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론 안락의자의 표면 위로 1센티미터 가량 떠 있는것이다. 정말 따뜻하고 상쾌한 밤이었다. 행성 오로라에서 맞이할 수 있는 최고의 밤! 별들은 아름답게 반짝였고 공기는 향기로웠다. - P11
이제 그녀의 생각은 다닐에게로 옮아갔다. 그녀가 그를 안 지는 2백 년이나 되었지만, 그가 ‘그녀의 것‘이 된 건 작년이었다. 한 패스톨프 박사는 임종시에 모든 것을 에오스 시(市)에 헌납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것은 일반적인 관례였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를 글래디아 앞으로 넘겼다. 그 중 하나가 다닐이었다. - P16
"사람이라면 할 수 있지. 네 두뇌를 모두 깨끗이 비워버린 다음에중요한 기억만 다시 채워넣는 거야. 가령 10분의 1 정도만………. 그렇게 되면 수세기 동안 더 기억을 저장할 수 있게 되겠지. 그런 작업을반복하면 무한히 저장할 수도 있을 거고………. 비용이 엄청나게 들겠지만 네 가치를 생각해볼 때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 . . "왜지, 다닐?" 다닐은 목소리를 낮추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그 과정을 담당할 처리자의 오판이나 부주의로 인해 잃어버리고싶지 않은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별들이 뜨고 지는가 그런 것? ・・・・・・ 용서해. 농담을 하려던 건아니었어. 도대체 어떤 기억이지?" "그건...….… 한때 제 파트너였던 지구인 일라이저 베일리에 대한 기억입니다." 글래디아는 그 자리에 선 채 굳어버렸다. - P18
글래디아는 일라이저 베일리라는 이름을 먼 과거로부터 기억해냈다. 그러자 의식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속삭임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다닐이 당신을 돌보아 줄 거요. 단순한 보호자가 아니라 친구로서 말이오. 나를 생각해서라도 그와 친구처럼 지내요. 그리고 지스카드를 조언자로 삼아요.‘ - P19
다닐은 고통스러운 듯 천천히 말했다. "자네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자네가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건 자네를 왜곡시키고 종국에는 자네를 파괴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생각이라구. 난 생각만 해도 가슴아파. 자네 스스로 중지할 수만 있다면 그 일을 당장 그만두도록 하게." 지스카드는 고개를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럴 수가 없네, 다닐, 또 그럴 생각도 없고… 오히려 나는 3원칙 때문에 그 정도밖에 인간의 마음을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네. 난 마음껏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지만 나로서는 인간의 마음을 깊이 조사할 수도 없고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도 없다네, 혹시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 P29
맨더머스는 눈을 아래로 깔았다. 알듯 말듯 당황한 기색이 그의 얼굴을 스쳐갔다. "그러시다면 다시 저를 소개하지요. 제 이름은 레뷸러 맨더머스입니다. 당신의 5대손이지요. 그러니까 저는 샌트릭스와 글래디아 그레미오니스의 손녀의 증손자인 셈입니다. 당신은 제 5대조 할머니구요." - P38
맨더머스는 얼굴을 붉히며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례하게 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무슨 진실?" "저는 당신의 5대손입니다. 그것은 족보상으로 명백히 드러납니다. 하지만 제가 샌트릭스의 자손이 아니라 지구인 일라이저 베일리의 5대손일 가능성도 있다는 걸 모르십니까?" - P40
"전해줄 말이 있소, 글래디아." . . . "당신의 옛 친구 소식이오." "제게도 옛 친구가 있다니 정말 멋진 이야기로군요." 그녀의 대답은 사뭇 진지했다. "일라이저 베일리에 대한 소식이오." 갑자기 5년이라는 세월이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휘몰아쳐오는 추억앞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그는 잘 있나요?" 족히 1분이 넘도록 벙어리가 되었던 그녀가 반쯤 목이 졸린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 잘 있지요. 더 중요한 사실은 그가 아주 가까이 와 있다는 거요"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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