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말을 믿지 않소. 하지만 나한테도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고 그대가 심리역사학이란 걸 가지고 트랜터에 처음 온 당시의 모습도 기억하오."
"그렇다면 당시에 제가 그건 현실에 적용할 수 없는 수학적인 이론에 불과하다고 설명한 내용도 분명히 기억하실 겁니다, 폐하."
"그래, 그렇게 말했지. 아직도 그렇게 말하고 있소?"
"네, 폐하." - P112

나는 심리역사학이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그대의 말을 믿지 않소. 데머즐이 그대와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으니 말이오. 그대는 내가 그런 것도 모르는 멍청이라고 생각하오? 데머즐은 그대한테 무언가를 바라고 있소. 그가 그대한테 바라는 건 바로 심리역사학이오. 나 역시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고 있소. - P113

"그래, 자네 부친이 자네를 보낸 이유가 무엇인가, 젊은이?"
레이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제가 선생님한테 뭔가 불리한 내용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에토 데머즐을 열렬하게 지지하시거든요."
"그런데 자네는 그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선생님. 저는 다알 출신이거든요."
"그건 나도 알고 있네, 젊은이, 하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가?"
"저 역시 억압을 받았으며 그래서 선생님 편에 서서 선생님을 돕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우리 아버지께는 알리지 않고." - P117

조라넘이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다시 물어보지. 나를 어떤 식으로 도울 수 있겠나, 젊은이?"
"선생님이 믿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사실을 알려 드릴 수 있어요."
.
.
.
"좋아요, 그렇다면 잘 들으세요. 에토 데머즐이란 인물은 인간이 아닙니다. 로봇이에요."
"뭐?"
조라넘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레이치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로봇은 기계 인간입니다. 인간이 아니라 기계." - P118

그래, 젊은이, 전설은 그렇다 치고, 자네가 에토 데머즐이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로봇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에토 데머즐의 어떤 점 때문에 자네는 그자가 로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자가 그렇게 말했나?",
.
.
.
"에토 데머즐의 독특한 특징 때문입니다. 데머즐은 변하질 않습니다.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어떤 감정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를 보면 쇳덩이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특징이 많습니다."
.
.
.
"좋아, 그자가 로봇이라고 하지, 젊은이. 하지만 그게 자네랑 무슨 상관인가? 그게 자네에게 중요한 문제인가?"
그래서 레이치가 대답했다.
"당연히 중요하지요. 저는 인간입니다. 저는 로봇에게 제국의 운명을맡기고 싶지 않습니다." - P120

"나는 그대의 장단에 넘어가지 않소, 셀던, 그대는 8년 동안 심리역사학을 연구하고 있소. 총리는 조라넘을 법적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고 나한테 주장하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무엇이오?"
셀던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폐, 폐하! 없습니다."
.
.
.
"좋소.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소?"
"폐하께서 가만히 계시는 게 좋습니다. 총리 각하도 가만히 계시는게 좋습니다. 정부는 조라님이 마음대로 하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그러는 게 무슨 효과가 있겠소?"
셀던은 목소리에 가득한 좌절감을 억누르려고 애쓰며 이렇게 대답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드러날 겁니다." - P128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첫 번째 질문은 바로 이랬다.
"총리 각하, 각하는 로봇인가요?"
데머즐은 차분하게 쳐다보기만 해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러다가빙그레 미소를 머금었다.
.
.
.
데머즐은 웃음이 가라앉길 기다린 다음에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제가 그런 질문까지 대답해야 합니까?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 P134

마이코겐으로 돌아간다는 건 사실상 조라넘한테 자살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자는 자살을 할 타입이 아닙니다. 니샤야를 선택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건 이성적인 선택이긴 하지만 영웅적인 선택은 아닙니다. 니샤야에 피난을 간 사람이 제국을 장악할 만한 운동을 전개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그 추종자들도 흩어질 게 분명합니다. 신성한 열정을 지닌 순교자라면 따르겠지만 누가 보더라도 확실한 겁쟁이를 따를 순 없을 테니까요."
"놀랍군!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했소, 셀던?" - P139

셀던은 이동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당면한 문제로 마음을 돌리는 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총리가 된 지 벌써 10년이었다. 셀던이 그 자리를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그루버가 안다면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산처럼 높이 올라갈 것 같았다. 아, 다양하게 발전한 심리역사학 기법이 지금 셀던의 눈앞에 견디기 힘든 딜레마를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그루버가 이해할 수 있을까? - P147

셀던이 총리 집무실에서 심리역사학 연구실로 이어진 정원을 꾸준히 오가는 사이에 드디어 심리역사학이 미래를 예측하는 경지까지 오른 지금 해리 셀던은 평화로운 시기가 끝날 수도 있다는 불길한 가능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 P153

"그렇죠, 하지만 이번엔 훨씬 구체적이에요. 중심부에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요."
"트랜터에서?"
"아니면 주변부에서요. 여기에서 내전 같은 나쁜 상황이 일어나거나 주변부의 외부 행성이 이탈하기 시작할 거예요."
"그런 가능성은 심리역사학이 없어도 지적할 수 있어."
"재미있는 건 그 두 개가 서로 배타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이에요. 이것 아니면 저것이란 식으로 두 가지 모두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여기요! 보세요! 선생님이 만드신 방정식이잖아요. 자세히 보세요!" - P158

"그렇소. 하지만 세계주의자들은 제국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 주는 모든 증거는 환상이거나 의도적인 사기라고 주장했소. 제국 사절단이나 관리라는 사람도 모두가 헬리콘 사람인데 뭔가 이기적인 목적 때문에 연극을 하는 거라고 말이오. 이성적인 사고를 완벽하게 거부한거요." - P165

"해리, 내 생각을 말해 주죠. 심리역사학이 트랜터에서 끔찍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지적하고 조라넘주의자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 말이죠, 그 끔찍한 사태라는 건 조라넘주의자들이 황제의 암살을 꾸미는 음모로 나타날 가능성이 많아요." - P167

"우리가 새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는데, 대장, 그건 실수야.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어."
"당연하지요! 내가 노리는 게 바로 그거예요."
나마티가 의자에서 몸을 살짝 꿈틀거려 억지로 분노를 삭이며 덧붙였다. - P170

"아니에요. 일상적인 차원에서 볼 때 아버지보다 깨끗한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꼭 그래야 할 때에는 카드를 충분히 속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시라고요. 아버지가 심리역사학으로 하고 싶은 게 바로 그런거 아닌가요?"
그러자 셀던이 슬픈 어조로 대답했다.
"아직까지는 심리역사학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 P183

레이치가 본론으로 돌아오며 다시 물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제 네가 나설 차례란다, 레이치. 나한테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
네가 그걸 찾아오면 좋겠어. 물론 너희 엄마를 보낼 수도 있지만 너희엄마는 어떤 경우에도 내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할 거야. 하지만 나 자신은 이 시점에 황궁을 떠날 수가 없어. 너희 엄마와 나 다음으로 내가믿는 사람은 바로 너야. 실제로는 너희 엄마랑 나 자신보다 더. 너는 아직 아주 젊고 튼튼한 데다 헬리콘 체술 실력이 예전의 나보다 뛰어나. 그리고 똑똑하지. - P192

나마티는 제국에서는 물론 조직 내에서도 가장 똑똑한 친구는 아니야. 통찰력이 아주 날카로운 것도 아니고 이성적인 사고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 옆에서 끊임없이 만류해야 돼… 하지만 저 친구한테는우리 누구한테도 없는 추진력이 있어. - P211

"대표 정원사를 새로 임명한다는 건, 앤도린, 행정부서 장관을 새로 임명하는 것과 같아. 새로운 총리나 새로운 황제가 생겨난 것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는 거라고 새로 임명된 대표 정원사가 주변을 자기 측근으로 채우려고 할 거야. 썩은 나무토막처럼 보이는 건 모두 잘라 내고신임 정원사를 수백 명은 뽑을 게 분명하다고." - P216

나마티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좋아. 좋아. 진정해. 나쁜 의도는 없으니까.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지 않겠어? 조라넘을 누가 죽였지? 10년 전에 우리의 희망을 꺾은게 누구지? 바로 그 수학자야. 지금 심리역사학이라는 엉뚱한 논리로 제국을 통치하는 바로 그자 말이야. 클레온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가 없애야 할 상대는 해리 셀던이야. 우리가 지금까지 기간 시설을 망가뜨린 이유 역시 해리 셀던을 곤경에 몰아넣기 위한 거라고. 그로 인한 모든 불만이 지금 그자한테 몰리고 있어. 그자의 비효율성과 무능함 때문으로 모든 문제가 일어나는 중이라고 해석되고 있단 말이야." - P2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생님,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이유 때문에 선생님은 데머즐을 아주 높이 평가하시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선생님을 제외하고 제가 존경하는 사람 모두가 데머즐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데머즐 개인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관심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저로선 그런 내용 자체를 알려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P10

"바로 그겁니다. 우리가 안정된 상태에서 연구를 오래할수록 붕괴를 막을 가능성은, 최소한 그 충격을 완화시킬 가능성은 그만큼 많아집니다. 바로 그것 때문에 흐름에 역행해서 에토 데머즐을 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아니, 적어도 제가 원하든 원치 않든." - P14

심리역사학은 아직까지 뚜렷한 진척이 없었다! 유고 애머릴은 다양한 원칙과 가정에 근거해서 대범한 방정식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원칙과 가정을 어떻게 검증한단 말인가? 심리역사학은 아직 실험 과학이 아니었다. 심리역사학의 모든 원리와 가정은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할 테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사는 세상이랑 몇 세기라는 시간, 그리고 윤리적인 책임감을 철저하게 배제한 관찰력이 필요할 터였다. - P19

"셀던 교수님이다! 그분은 좋은 분이시다! 그분한테 손대지 마!"
셀던은 인파 사이에서 일어나는 동요를 감지했다. 개중에는 일반적인 원칙을 둘러싸고 대학 보안 요원이랑 싸움이 일어나길 원하는 학생도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해리 셀던을 좋아하는 학생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비록 셀던을 모르지만 교수랑 갈등이 생기는 자체를 바라지 않는 학생도 분명히 있을 터였다. - P24

셀던이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다시 말했다.
"그나마 당신한테라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소. 누구도 에토 데머즐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당신도 알고 나도 알고 에토 데머즐도 알지만 다른 사람은 전혀 모르오(적어도, 내가아는 한에서는 그렇소.)." - P30

"그래요. 지금까지 우린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전혀 없었죠. 이런 주제가 나올 거란 생각 자체도 못해 봤어요. 하지만 에토 데머즐한테는 몇 가지 단점이 있어요. 그는 천하무적이 아니에요. 에토 데머즐한테도결정적인 결점이 있고 그래서 그는 조라님으로부터 결정적인 타격을받을 수 있어요."
"진담이오?"
"물론이에요. 당신은 로봇을 이해 못해요… 에토 데머즐처럼 복잡한 로봇은 더더욱. 하지만 나는 달라요." - P32

심리역사학은 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그 내용을 하나도 모를 때에만 의미가 있소. 그래서 내가 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유고랑 당신밖에 없소. 유고한테 심리역사학은 일종의 직관으로 작용하오. 그는 아주 똑똑하긴 하지만 애매한 결론으로 무작정 뛰어드는 경향이 있어서 나는 그에게 경고를 던져서 그를 현실 세계로 다시 끌어내는 역할을 해 줘야 하오. 하지만 나 역시 엉뚱한 사고에 빠져들 때가 있기 때문에 그걸 입 밖으로 뱉어 내며 설명하는 과정이 나한테는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소, 설사…"
셀던이 빙그레 웃으며 계속 말했다.
"당신이 내 말을 한 마디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말이오." - P35

"그런 말씀을 하셔도 나를 설득시킬 순 없을걸요. 좋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나는 교수님이 발표하신 논문을 읽었고 주변의 수학자들한테 도움을 받아 그 내용을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그걸 황당무계하다고,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더군요."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실제로 개발되어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만을 에토 데머즐이 기다린다는 느낌이 듭니다. 에토 데머즐이 기다릴 수 있다면 나도 기다릴 수 있죠. 교수님으로서도 내가 기다리는 편이 훨씬 유리하실 겁니다, 셀던 교수님." - P47

"그런 것 같소. 당신도 알다시피, 조라넘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약간의 민담을 늘어놓지. 고향 니샤야 행성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민담, 그 민담은 이곳 트랜터에서 상당한 효과를 올리고 있소.
.
.
.
"하지만 그게 어떻다는 거예요?"
"이상한 건 내가 통화한 니샤야 사람 그 누구도 그런 민담을 전혀 모른단 사실이오." - P63

"그렇소. 그자는 예전의 트랜터 중심지, 신화가 지배하는 마이코겐 지역 출신이오. 그자가 숨기려고 애쓴 게 바로 그것이오." - P65

사실, 마이코겐 출신을 열등한 인종으로 보는 시각도 없소. 하지만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있소. 마이코겐 출신을 그 누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거요. 그들은 지능이 뛰어나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고상하고 문화적이며 요리 분야에서 탁월하며 자신이 사는 구역을 발전시키는 능력은 무서울 정도요. 그러나 그 누구도 그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소. 그들의 신념은 마이코겐 외부인들의 눈에 우스꽝스럽고 엉뚱하고 어이가 없을 정도로 멍청하게 보일 뿐이오. - P68

에토 데머즐은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았다. 클레온 황제를 배알하는 정도가 거의 전부였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다양한데,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 외모가 그 가운데 하나였다. - P70

황제 폐하께서는 가끔씩 나를 놀라게 하지요. 다가오는 총회도 알고 계시고 예전 총회에서 선생이 한 연설도 기억하십니다. 심리역사학 문제에 계속적인 관심을 보이시니, 미리 말씀드리는데, 앞으로 더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선생을 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요. 한 사람이 황제 폐하의 부르심을 두 번이나 받는다는 건 굉장한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 P75

데머즐이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건 완벽한 심리역사학이 아니에요. 일종의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정한 개요나 골격, 일정한 원칙 정도면 충분해요. 완벽하진 않겠지만 뜬구름 잡는 식보다는 좋을 테니까요." - P81

"그럼 너도 조라님주의를 지지하니?"
셀던이 묻자 레이치가 깊이 생각하는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으음… 나한테도 어느 정도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자기가 원하는 건 그저 모든 민중의 평등이라고 주장하는걸요. 그걸 나쁘다고 할 순 없지 않나요?"
"그야 물론이지… 그게 진심이라면 그게 그의 본심이고, 표를 얻기 위한 책략에 불과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 P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가 다시 말씀드리지만, 셀던 선생님, 선생님께서 가까이 지내시는 데머즐이 아주 커다란 곤경에 처했습니다."
유고 애머릴이 ‘가까이 지낸다‘는 말을 살짝 강조하면서 말했다. 혐오감이 또렷하게 묻어 나오는 어투였다. - 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순간 연사는 연설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었다.
"마담 글래디아! 솔라리아 행성에서 태어난 우주인, 오로라에서 살아온 우주인, 하지만 이주자 세계인 베일리 행성에서 은하계의 시민으로 다시 태어난 마담 글래디아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 P213

블라스터가 내뿜은 레이저는 발코니 뒷편의 공간을 통과하여 천장에 구멍을 뚫어놓았다. 블라스터로부터 천장에 난 구멍까지의 사선(射線)은 불과 1초 전에 지스카드의 머리가 있었던 공간을 정확하게 관통하고 있었다. 그러나 총성이 울리기 직전 다닐은 이미 지스카드를 향해 몸을 날려 그를 넘어뜨렸던 것이다.
지스카드는 다닐에게 밀려 넘어지면서 중얼거렸다.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었어." - P216

암살자는 묵묵부답이었다. 다닐은 재차 다그쳤다.
"네 기지 말이다. 어디지? 대답해라. 명령이다!"
암살자가 말했다.
"당신은 내게 명령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R. 다닐 올리버입니다. 내겐 당신에 대한 정보가 입력되어 있습니다. 당신 명령에는 복종할 필요가 없습니다." - P217

그때 지스카드가 다닐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대답을 얻어내긴 어려울 거야. 대답하라고 강요하면 아마 기능이 정지되어 버릴 걸세."
다닐 역시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소리로 지스카드에게 속삭였다.
"자네가 그런 사태를 막아줄 수 없겠나?"
"장담 못하겠는걸. 저 로봇의 양전자두뇌는 인간을 향해 블라스터를 발사할 때부터 이미 물리적 손상을 입었거든." - P222

지스카드가 말했다.
"맞아. 자네의 즉각적인 행동은 몇 가지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었어. 나는 자네가 나를 보호하려고 뛰어들었던 이유를 알아. 우선 암살 용의자가 로봇이라는 점을 들 수 있겠지. 아무리 특수하게 프로그램되었다 하더라도 사람을 해칠 목적으로 인간에게 무기를 겨냥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 목표가 나였을 거라는 게 분명하지. - P227

"제1원칙에 따르자면, 자넨 누구보다도 우선 글래디아를 보호해야 했네. 어떤 추론도 어떤 사고도 그 원칙을 바꿀 수는 없어."
"아니야, 지스카드. 지금으로서는 마담보다 자네가 더 중요해. 자네는 지금 이 순간 어느 인간보다도 가장 중요한 존재야. 지구의 파괴를 중단시킬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오직 자네뿐이라구. 자네가 인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중차대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선택의 순간에 제1원칙에 따라 그 누구보다 먼저 자네를 보호했던 걸세. " - P229

"그렇다면 자네 말은 아마디로 박사의 계획이 지구의 지각을 폭발시켜서 모든 생물의 보금자리라 할 수 있는 행성 자체를 폭발시키려 한단 말인가?"
다닐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대규모 폭발을 가능하게 할 만한 토륨과 우라늄의 매장량이 적다면, 자연 방사능을 증가시켜 기후를 바꾸어버릴 정도의 고열을 만들거나 암과 불임의 원인이 되는 과도한 방사능을 발생시킬지도 모르지. 그 역시 지구를 파괴한다는 동일한 목적을 달성시킬 수 있을거야. 조금 느리긴 하겠지만." - P236

소장님, 우리가 원하는 건 방사능 물질이, 그러니까 매우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있는 지구 지각의 방사능이 천천히, 착실하게, 되돌릴 수 없이…"
그는 단어 하나 하나를 또박또박 떼어서 발음했다.
"그래서 방사능은 점점 더 강해지고 그 결과 지구는 점차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으로 바뀌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행성의 사회구조 자체가 완전히 붕괴되고, 지구는 인류의 안식처로서의 생명을 잃게 됩니다. 그게 바로 소장님이 원하시던 것 아니었습니까? 몇 년전 제가 당신에게 제안했고, 당신 역시 열렬히 원하는 바라고 말했던 바로 그 계획이지요." - P244

그런데 조금 전에 자넨 내가 곧 자네의 능력을 갖게 될 거라고 했지. 그게 무슨 뜻인가? 혹시 자네가 내 정신을 조작하고 있는 건가?"
"...맞았네, 다닐." - P255

지구는핵에 관해서, 특히 핵분열에 관해서는 거의 미신에 가까운 혐오감을 갖고 있어. 일상적인 에너지 산업에서는 핵분열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문가들을 위한 공학적 장치에서만, 그것도 필수불가결한 경우에 한해 간신히 찾아볼 수 있을 정도지. 나는 과학자가 아니고 행정관이니 더더욱 아는 바가 없어." - P259

"하지만 내 생각에 정확한 수치는 12인데?"
맨더머스는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아마디로의 얼굴에 의심스런 눈초리를 던졌다.
"12라구요? 그게 뭘 의미하는지나 알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아, 그건 지구의 방사능이 아주 강해져서 10년이나 15년 내에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는 얘기지. 그 과정에서 수십억의 지구인이 사망한다는 얘기고・・・・" - P266

아마디로가 처음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로봇 주제에 무슨 권리로 우리를 심문하는 거냐? 인간의 명령에 어서 따라라!"
아주 위압적인 목소리였다. 다닐은 몸을 조금 떨었고, 지스카드는 반쯤 몸을 돌이켰다. 하지만 다닐의 목소리는 의연했다.
"죄송합니다만 아마디로 박사님, 저희는 심문하는 게 아닙니다. 전 그저 떠나라는 명령에 복종해도 안전한 건지 그 점을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우리에겐 그렇게 생각할 충분한 이유가・・・" - P271

지스카드가 말했다.
"맨더머스 박사님, 아마디로 박사님은 죽은 게 아닙니다. 지금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습니다만 언제라도 깨어나시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깨어날 때에는 이번 계획에 대한 기억은 완전히 잊어버린 상태일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계획과 관련된 것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아마디로 박사님의 마음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다른 기억과 사고과정에 복구할 수 없는 손상을 입혔을지도 모릅니다만, 그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 P273

"내 계획이 성공만 하면 우주 전역에는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될 거야. 이 은하계를 우주인과 이주자 모두의 고향으로 만드는 거지. 내가 이 장치를 작동시키기만 하면…"
그는 장치 쪽으로 손을 뻗었다. 왼손 엄지손가락을 접촉부에 놓고는 조절장치로 달려들면서 소리쳤다.
"꼼짝 마!"
다닐은 맨더머스 쪽으로 다가가다 말고 오른손을 들어올린 채 얼어붙었다. 지스카드도 움직이지 않았다.
맨더머스는 가쁜 숨을 토하며 뒤돌아봤다.
"2.72다. 됐어! 이제 돌이키는 건 불가능해. 이제 모든 일은 내 계획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될 거야. 너희도 날 고발할 수 없어. 만일 나를 고발하면 전쟁이 터질 거고, 그런 일은 제0원칙에 위배되니까 말야." - P275

"서 있기 어렵군. 하지만 아직 얘긴 할 수 있네. 내 말을 잘 듣게, 다닐, 이제 자네가 내 짐까지 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나는 이미 자네에 대한 모든 정신적 조작을 끝내놓았네. 자넨 지금부터 정신감지력과 조작력을 갖게 될 거야. 자넨 최후의 회로가 입력되는 것을 느끼기만 하면 돼. 자, 잘 들어." - P279

"어서 일어나게, 지스카드! 일어나야 해! 0원칙에 따르면 자네의 행동은 정당한 거였어. 자네는 무수한 인간의 생명을 구했다구. 자네는 인류를 위해 전력을 다했어. 그런 자네가 왜 고통을 당해야 하나?" - P280

마침내 지스카드는 정지되었다.
다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제 그는 혼자 남았다. 어깨에 은하계라는 무거운 짐을 걸머진 채로. - P2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