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약속 - 세계적인 수면의학 권위자 윌리엄 디멘트의
윌리엄 C. 디멘트 지음, 김태 옮김 / 넥서스BOOKS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수면의 약속>에 따르면 현대인은 평균적으로 100년 전에 비해 매일 밤 1시간 30분 정도를 덜 자고 있다. 문제는, 만성적으로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이 엄청난 피로를 느끼면서도 그 이유를 모른다는 데 있다. 그저 일에 치이고 지쳐서, 혹은 지루하거나 방이 너무 따뜻해서, 또는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피곤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잠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은 ‘수면빚’이라는 개념을 들어 수면부족이 지속되면 금전적인 빚이 쌓이듯 ‘자야 할 잠’의 양이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그 수면빚은 언젠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성질의 것이다. 빚이 약간이라도 있으면 정상적으로 깨어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뇌가 2주까지 정확하게 수면빚을 계산하고 있다. 이 수면빚을 떠안고 사는 사람들은 운전대를 잡고 깜빡 졸아 사망사고를 일으키거나, 낮동안 일할 때 현저히 떨어진 집중도를 보이게 된다. 수면빚이 약간이라도 존재할 때 술을 마시면 ‘치명적인 피로’를 느끼게 한다. 고로, 음주운전이 위험한 이유는 술에 취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술기운을 빌어 “잠에 취했기” 때문이다. 다만 수면빚이 전혀 없으면 잠자리에 누워 빨리 잠들기 힘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워터멜론 슈가에서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최승자 옮김 / 비채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주인공에게는 이름이 없다. 당신이 원하는 이름으로 부르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는 폴린과 사랑하는 사이로, 워터멜론 슈가에서 살고 있다. 워터멜론 슈가에서의 삶은 독특하다. 요일마다 다른 색깔로 빛나는 태양이 뜨고 그 색깔을 받아 자라는 일곱 색깔의 워터멜론이 있고, 말하는 호랑이가 존재한다. 주인공인 ‘나’는 책을 쓰고 있는데 그가 쓰는 책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가 책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글을 쓴다는 행위가.

브라우티건은 60년대에 주로 활동했고 49살이 되던 1984년에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미국의 송어낚시>가 1967년, <워터멜론 슈가에서>가 1968년에 출간되었다. 전자가 상세한 주석으로도 따라잡기 힘든 미국적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다소 난해한 책이었다면 후자는 신화적인 풍경 속의 삶과 죽음, 자연을 시적인 언어로 그려낸 이미지가 강렬한 책이다. 목가적 삶을 꿈꾸었던 브라우티건은 이 소설 속에서 그런 삶의 이상을 드러내고 있지만, 어떤 ‘주의(-ism)’를 주창해 읽는 이를 숨막히게 하지 않는다.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사요나라, 갱들이여>를 재미있게 읽은 뒤 ‘그런’ 책을 또 찾다 실패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을 것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에 관한 책이라면 어떤 도시에는 뭐가 있더라 하는 구성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여행의 단계를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이라는 주제로 나눈 뒤, 각 이야기에 어울리는 안내자를 선정해 글을 썼습니다. 쉬운 예를 든다면 호텔방이나 식당, 주유소, 기차와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을 즐겨 그렸던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는 ‘출발’이라는 장의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라는 이야기에 맞물립니다. 그래서 이 책에 부제를 단다면 ‘예술 작품 속 여행과 알랭 드 보통’정도가 되겠네요.
여행은 현실의 공간에서 벗어나 비현실적인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매일 하는 고민이라고는 어디 구경을 갈까, 뭘 먹을까 하는 게 전부죠. 늦잠을 자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고 말이죠. <여행의 기술>에 따르면 프랑스의 문인 보들레르는 떠나고 싶다는 강박 때문에 여행의 환상에 매달린 사람이었습니다. “늘 여기가 아닌 곳에서는 잘 살 것 같은 느낌이다. 어딘가로 옮겨가는 것을 내 영혼은 언제나 환영해 마지않는다”라고 스스로 말한 바 있죠. 사실 목적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진짜 욕망은 떠나는 거죠.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하다면!”
플로베르의 경우는 평생 이집트를 동경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인격의 중심을 이루는 측면을 이집트에서 발견했습니다. 그에게 이집트는 고국 프랑스와 다른 땅, 프랑스에서 자신이 거부했던 가치들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땅이었습니다. 플로베르는 사춘기 이후로 자신이 프랑스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그 정도는 아니라 해도, 그리고 꼭 외국이 아니라 해도 자신만의 장소를 갖는다는 건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살면서 여행이 필요한 이유는, 바쁜 일상 속에서 여행지의 추억을 되새기며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여행을 가 있는 시간만큼이나 여행이 끝난 뒤의 시간 때문이라는 거죠. 영국의 시인 워즈워스는 1970년 알프스 트래킹을 갔습니다. 두 발로 걸어 생플롱 고개를 넘고 협곡으로 내려가 마기오르 호수에 다다르는 여정이었죠. 워즈워스는 수십년 뒤에도 이 기억을 되살리며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자연 속의 어떤 장면들은 우리와 함께 평생 지속됩니다. 현실의 고단함과 반대되는 그 모습을 떠올리며 해방감을 맛보는 겁니다. 워즈워스는 자연 속의 이런 경험을 ‘시간의 점’이라고 불렀습니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처럼 인생에서 의미있고 쓸모 있는 한 순간으로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는 때인거죠.
알랭 드 보통은 19세기 영국의 사상가인 존 러스킨의 예를 통해 여행을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소개합니다.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여행지에 대해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러스킨은 데생이야말로 글쓰는 기술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솜씨가 좋지 않아도 데생을 해야 하는 이유는, 데생이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 여행지에서도 빨리빨리 사진만 찍고 가시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가끔은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 멈추어서서 나만의 시선으로 느긋하게 풍경을 그리는 게 기쁨을 준다는 말입니다. 그림을 그림으로서 그 여행지는 나만의 장소로 새로 태어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을 주다
와타야 리사 지음, 양윤옥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종종 TV에서는 한때 최절정 인기를 구가했던, 지금은 잊혀진 스타들의 근황을 보여주곤 한다. ‘미달이’라는, 소녀에게는 다소 가혹했던 극중 이름으로 유명했던 아역배우는 유명세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열광은 채널 돌리는 일처럼 금새 사그라들고 TV가 꺼진 뒤에도 삶은 계속되지만, 인기의 거품이 꺼지고 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현실을 어린 스타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19살의 나이에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와타야 리사의 <꿈을 주다>는 그런 어린 소녀 스타의 삶을 그린다.

갓난아이때부터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유코는 유치원에 다니던 때 광고 모델로 발탁된 뒤 내내 승승장구한다. 아버지에게 숨겨놓은 여자가 있다는 사실이 어머니에게 발각된 뒤, 유코에게 연예계 생활은 차라리 도피처에 가까웠다. 그렇게 연예계 생활이 길어지자 온과 오프의 구분도 사라졌다. 10년 넘게 해 온 치즈 광고와 사립고등학교 시험에 합격한 덕에 좋은 이미지는 점점 두터워졌지만, 스타가 된 유코는 자기 자신다움을 잃어버리기 시작한다. 유코는 좋은 이미지를 위해 일을 접고 대학입시 준비를 시작하지만 공부는 되지 않고, 게다가 사랑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유카가 진실로 원했던 유일한 것, 그 사랑은 파국으로 이어진다. 파국 뒤의 삶을, 와타야 리사는 낙관적으로도 비관적으로도 읽을 수 있는 결말로 마무리한다.

연예인의 진실한 모습보다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이미지에 집착하는 매스컴과 어른들 틈에서 너무 빨리 적응해버린 어린 소녀의 이야기는 비극적이지만 극히 있음직하다. “앞으로 어떻게 되고 싶어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습관적으로 “시청자들에게 꿈을 주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던 유코는 자기가 누구의 꿈을 품어야 하는지 정작 알지 못한다. 보는 사람들이 원하는 꿈을 주어야 스포트라이트를 계속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그래서 고통스럽다. 알을 깨고 껍질을 벗는 순간 그 모든 것은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
폴 바비악, 로버트 D. 헤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사이코패스는 <크리미널 마인드>같은 드라마에서 흔히 폭력적 성향의 연쇄살인마로 등장한다. 하지만 사이코패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사이코패스가 의외로 일상적인 생활을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것도 아주 잘. 직장에서 ‘또라이’ 때문에 속상해하거나 나아가 사표를 써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또라이 제로 조직>이나 오늘 소개하는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를 읽어보길 권한다. 특히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는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상냥하고 예의바르게 굴지만 남을 쉽게 속이고 이용가치 없는 사람 깔아뭉개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 숱한 거짓말을 해 조직분위기를 와해시키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인정받는 인물일 수 있다. 인사 담당자는 사이코패스의 행동 특성을 ‘리더십 요소’라고 잘못 보고 그를 채용한다. 취직한 후에는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자신의 능력을 부풀린다. 이들은 필요없는 관계를 과감히 버리고, 팀 단위의 작업에서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 여러 사람이 아는 그 사람의 모습이 각기 다른 경우도 일상다반사다. 이성관계 역시 오래 가지 않는다. 감정을 느끼는 척 하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다. 이런 직장인 사이코패스는 ‘정장을 입은 독사들’이다. 이 책은 수많은 실제 사례(직장에서 벌어진 일부터 연쇄살인범에 이르기까지)를 통해, 사이코패스의 행동 방식을 자세히 알려준다. 사이코패스가 주변에 있을 때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이 책을 읽으면서 회사나 학교의 ‘또라이’ 지인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다른 사람을 무조건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이 책의 저자는 그렇게 속단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남에게 쉽게 사이코패스라는 딱지를 붙인다고 나아지는 것은 없다. 설사 그(녀)가 사이코패스라 하더라도 정면대결을 피하는 게 좋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 조직을 떠나라. 사이코패스와의 관계에 있어 가능한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예비책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