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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1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쓰모토 다이요가 그린 <핑퐁>이라는 만화를 읽었다. 최근 읽은 만화 중에서 최고로 즐거운 작품이었다.
<핑퐁>은 친구에서 라이벌로 발전해가는 두 소년의 이야기다. 스마일(츠카모토)과 페코(호시노)는 어려서부터의 단짝. 페코는 어려서부터 탁구 신동이었고, 그의 단짝인 스마일은 승부근성이라고는 없는, 웃는 법이라고는 거의 없는 모범생 녀석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는 달리, 스마일의 천재적 탁구 재능을 알아챈 60대에 접어든 왕년의 명선수 버터플라이 조 할아버지는 스마일을 '발견'하고 열광한다. 버터플라이 조가 실패했던 길을 스마일이 걷지 않게 하려고 그는 스마일을 위한 특훈을 준비한다. 스마일은 성장한다. 승부에서 도망만 치던 그는 이제 승부에 냉혹해진다. 같은 시기에 페코는 뛰어난 선수와의 경기에서 완전한 패배를 겪고는 좌절한다. 하지만 탁구에 대한 열정으로 그는 다시 탁구채를 손에 쥔다.
이하 스포일러라 흰글로 가려두었습니다. 무무키님, 죄송합니다;;; 예전에 이 글을 절판된 책에 썼던 거라서, 미처 -ㅅ- 생각을 못했다는. ㅜㅜ
놀랍게도, 스마일 혼자 주인공인 것이 아니었다. 세상은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지만 재능만으로 되는 것도아니어서... 재능을 바탕으로 한 '즐길 줄 아는' 투지를 이길 만한것이 또 어디있겠는가. 페코가 다시 탁구를 하게 되는 과정과 스스로를 이기는 과정이 눈부신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페코는 정말 탁구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죽도록 열심히 한다. 그렇게 몰두할 뭔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눈에는 그저 축복받은 것처럼 보인다.
스마일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도 스마일은 웃지 않는 캐릭터다. 무뚝뚝하고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얼굴 때문에 역설적으로 스마일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창호를 연상시키지 않는가? 꺅!)
스마일이 결국 우승하지도, 탁구선수를 계속하지도 않아서 기뻤다. 선생님이 되어 주어서 고마웠다. 훨씬 여유로운 얼굴을 하고 있어서, 무표정에 애정과 여유가 묻어나서 보기 좋았다. 2등을 하고서도 1등처럼 웃을 줄 안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quote:
싫다 해도 재능이란 건 냄새가 나기 마련이야.
이상을 따르는 것은 간단합니다. 단지 이상의 추구를 허락받은 사람이 적을 뿐이죠.
네 단념은 지극히 빨라. 소용없는 공은 절대 ?아가질 않지. 그 간결함... 물러터졌어...(중략) 그 얇디얇은 날개로는 바다를 건널 수가 없어.
상대 선수의 심정을 고려해서 치는 네 공은 정말로 추악해. 방자하기 짝이 없단 말이다.
힘내요 웬가씨, 난 강해요.
날지 못하는 새도 있는거야.
탁구는 계속해. 피를 토할 때까지 달려가 봐. 피섞인 오줌이 나올 때까지 휘두르란 말야. 지금보단 좀 편해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