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꽤 재미있는 책이다. 다만, 그 재미는 기대치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과신했다가는 꽤 허망함을 느낄 가능성이 있음을 명심할 것.

‘30주 연속 프랑스 전체 도서 베스트셀러 1위’를 했다는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지성을 숨긴채 살아가는 아파트 관리인 르네와 그 아파트에 사는 열두살 소녀 팔로마의 이야기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두 사람은 꽤 흡사하다. 팔로마 역시 르네처럼 똑똑하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즐긴다. 너무 똑똑한 나머지 삶을 다 살기도 전에 알아버렸다고 생각하고, 열세 살이 되는 날 자살을 하기로 계획한다.

나는 책을 출간 직후에, 다른 서평을 읽기 전에 접했다. 내가 이 책에 알 수 있는 정보라고는 뒷표지의 홍보 문구 정도였는데, 글쎄, 그렇게 멋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르네와 팔로마가 지적하는 지적 허영이라는 건, 사실 보기에 따라 그들 자신으로 향할 수도 있는 문제로 보인다. 해외 국제 영화제에 가 보면, 아시아 영화에 대한 이상한 환상을 가진 서양의 평론가들을 만나게 된다(그들의 리뷰가 실린 영화제 데일리가 있다). 홍콩 영화를 보고 자란 우리의 눈에 조악하게 비치는 영화를 극찬하는가 하면, 연기 지도가 어색한 일본 영화에 대해 지지를 표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인 오즈 씨를 둘러싼 흥분의 도가니에 팔로마와 르네 역시 동참하는데, 그 환상이 사실 웃기다. 동양이 절대 선은 아닐텐데, 동양적인 모든 것을 동경하는 그저 눈 먼 지성을, 주인공들 역시 동경하고 있다는 생각이 떨쳐지질 않는다.

그리고, 본문에서 오즈를 오주로 표기하는 문제에 대해 한 마디. 본문에 오즈의 이름을 말하면서 "u"발음입니다, 라고 강조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프랑스어 발음으로 볼 때 그 의미는 "오쥐"(u를 그대로 발음하면 '위'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가 아니라 "오즈"입니다, 라는 뜻일 것이다. "오즈"가 아니고 "오주"입니다, 라는 뜻은 아니라는 거다. 만일, 작가가 진심으로 "오즈"가 아니라 "오주"입니다, 라고 생각하고 저렇게 쓴 거라면 정말 너무 무성의하게 책을 쓴 셈이 될 테고, 프랑스어의 u의 발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저런 짓을 저지른 거라면...

오주 하나만으로도 정말 집중 안되더라. ㅠㅠ 트집잡는 것 같지만 사실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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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출판 2007-09-22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중요한 것은 <오즈 야스지로>의 영문 표기는 Ozu Yasujiro이고 일본어 발음은 <우>도 <으>도 아니라는 점이겠지요. 참고로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네, 오주 씨요. 그분 성함을 모르십니까?"
- Oui, M. Ozu, me dit-il. Vous ignorez son nom?

"몰라요. 성함을 제대로 못 들었어요. 어떻게 쓰나요?" 나는 어렵사리 물었다.
- Oui, dis-je difficilement, je ne l'avais pas bien compris. Comment ça s'écrit?

"O, z, u. 그러나 'u'는 '우'로 발음합니다."
- O, z, u, me dit-il, mais on prononce le "u" ou.

"아, 그렇군요. 일본인인가요?"
- Ah, dis-je, très bien. C'est japonais?

"그럼요, 부인. 오주 씨는 일본인입니다."
- Tout à fait, madame, me dit-il. M. Ozu est japonais.

marina🦊 2007-09-22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절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원문을 보니까 더 궁금해지는데요, 오즈 씨가 일본인이므로 표기를 Ozu로 하지만 "오쥐"가 아니라 "오즈"로 읽으라는 의미에서 u를 해석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원문 상으로도 "오즈"라고 쓴다 해서 내용을 해치는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말씀하신대로 일본어 원래 발음을 "우"도 아니고 "으"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거나 쓰지는 않죠. 이것저것 돌아가며 쓰지도 않습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경우 역시 u발음을 쓰지만 "그로사와 아키라"라고는 아무도 안 씁니다. 하지만 오즈 감독의 경우는 "오즈"라고 하지, "오주"라고는 안합니다. 그게 일본어에서 u발음이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될 수 있다는 말의 의미입니다. 왜 그 많은 신문과 잡지에서 "오즈"라고 쓴다고 생각하십니까?

오즈 야스지로라는 인명을 "원래 일본에서 말이야"라는 식으로 "오주"라고 쓰는 건 이해가 안갑니다. 저는 프랑스어를 전공했고 일본어를 부전공으로 배웠습니다. 그래서 오즈라는 인명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겁니다. 오즈 감독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기념행사에 갔던 적도 있습니다. 정말 죄송하게도, "우"와 "으"사이의 발음일 수는 있겠지만 "오주"보다는 "오즈"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다만 프랑스어에서 u가 "우"보다 "위"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고, "으"에 해당하는 발음이 없고(알파벳을 읽을 때 e를 으라고 발음하지만 어디까지나 알파벳 발음할 때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프랑스어에서 일본인명 오즈의 표준어 표기가 Ozu라는 점 때문에 본문에서 저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런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제가 이 책을 읽다가 맨 처음 "오주"라고 인명이 나왔을 때, 거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줄 알고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오즈"라고 쓰는 인명을 소설에서 "오주"라고 했다면 그 인물의 이름이 "오즈"와 정말 다른 이름이거나, 혹은 특별한 의미가 있겠지 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오즈 야스지로 감독과 같은 이름, 이더군요.

오즈라는 이름에 별 의미가 없어서, 그냥 일본의 어느 이름 정도였다면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는 오즈 야스지로라는 이름이 무척 중요하죠. 그 감독과 이름이 같아서 주인공은 그에게 친밀감을 느낍니다. 그런 전개를 "오주"라고 표기하신 덕분에 읽는 입장에서 약간 헤깔렸습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과 같은 오즈임을 안 뒤에는 혹시 편집하신 분께서 오즈 감독을 모르시나 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말입니다.


아르테 출판 2007-09-22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실제로 영문 표기대로 하면 <오주 야수지로>라는 우스꽝스런 발음이 되겠지요. 인정합니다.
그러나 저자의 글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는 일이지요. 설사 틀린 것이라고 해도.
본문에서 옌구이엔이 밝힌 이 대사 때문에 불가불 모든 <오즈>를 <오주>로 옮겼으며, 이 부분이 없었다면 아마 <오즈>로 했을 것입니다.

- O, z, u, me dit-il, mais on prononce le "u" ou.

marina🦊 2007-09-22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변 감사드립니다)그 대목 때문일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옮길 수도 있겠죠.

1.
"O, z, u. 그러나 '오쥐'가 아니라 '오즈'로 발음합니다."
(이렇게 하면 프랑스어에서 u의 발음을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u'는 '우'로 발음합니다"라고만 적혀 있는 것에 대해 "오저"가 아니라 "오주"라는 뜻에서 이렇게 쓴 거냐고 농담하는 사람도 있던데요. 아시다시피, u는 한국어를 영어로 표기할 때 "어"와 "우"에 혼용됩니다)

2.
혹은, 원문에 가능한 충실한 번역을 하려고 하신 거라면(사실 그게 가장 좋으니까요),
"O, z, u. 그러나 'u'는 '으'로 발음합니다." 라고 번역한 뒤 주석을 간단하게 다는 방법도 있겠죠. 예를 들어, "이 설명은 u를 위가 아니라 우로 발음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오즈라는 인명은 '오주'가 아니라 '오즈'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본문에서는 "오주"가 아니라 "오즈"라고 썼다, 이런 식으로요.)
이 책 227쪽과 228쪽에 보면 문법적으로 잘못된 대목을 번역하면서 주석을 달아주신 부분이 있더라구요. 그런 것과 같은 차원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굳이 오즈를 오주라고 쓰지 않고도 주석을 다는 식으로 원문의 의미를 살릴 방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원문을 살리려다 오즈를 오주로 만드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연휴를 앞두고 괜히 이 문제 때문에; 신경쓰이시게 한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셔야 할 문제인 것 같긴 합니다. 번역을 할 때, 저자의 원문에 가장 충실한 게 좋지만, 불필요할 정도로 이질감을 조장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빈번히 등장하는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이고, 게다가 유명한 영화감독의 이름이니까요.

아르테 출판 2007-09-2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렇군요.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그러나 프랑스 이름이 아닐 경우, 프랑스인들도 u가 복모음 u가 아니라는 것은 다 알고 있다고 봅니다만... 아르테 출판은 이 부분을 보면서 왠지 정명훈(Chung Myung Hoon)의 불어 발음을 떠올리며 웃었습니다. 그도 자신의 이름을 불어식으로 들었을 때 까무라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

marina🦊 2007-09-2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어에서 h가 묵음이니까 그 외에는 방법에 없겠죠. ^^ 음, 그리고 제가 말씀드린 건 프랑스 사람보다 한국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주십사 한 건의였습니다. 사실 어느 책이나 그 출판사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제가 드린 말씀을 무시하신다고 해도 별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지금 주석 찾아보느라 책을 다시 꺼내본 김에 또 한가지 여쭈어볼 게 있습니다.
104쪽에 나오는 <붉은 10월호를 쫓아서>와 그 페이지가 속한 9장의 제목 <붉은 10월호>제목이 다른 것도 원문 때문인가요? <붉은 10월호를 쫓아서>가 존 맥티어넌의 영화제목이 맞다면, 한국에서 <붉은 10월호>라고 한국에서 책도 나오고 개봉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내 책과 영화가 개봉한 이런 상황에서는 그 표기법에 준하는 <붉은 10월호>라고 표기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두 가지를 다르게 쓰신 것은 역시 본문에서 다르게 쓰여 있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혹시 그 두 가지가 다른 영화인가요? 챕터 제목에도 꺽쇄 표시가 된 것으로 짐작컨데 그 쪽 역시 제목은 제목인 것 같거든요. 그 두 작품이 다른 작품을 뜻하는 것인지도 알려주세요. (자꾸 딴지 거는 것 같아서 죄송한데 ㅠㅠ 아르테 출판 님께서 로그인을 하신 게 아니라 ㅠㅠ 따로 어디로 문의를 드려야 하는지 모르겠어서요, <붉은 10월호> 문제도 책 읽다가 신경이 쓰여서 접어두었었거든요.)
늦었지만 추석 잘 보내시구요, 앞으로 좋은 책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

아르테 출판 2007-09-22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르테 출판은 독자분들의 이런 질문과 반응이 가장 소중합니다.^^
아르테 출판사 블로그로 오시면 모든 독자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게재하고 있습니다(http://blog.naver.com/staubin)

그리고 질문에 대해서는... 두 개 모두 같은 작품입니다.
원문은 목차에서는 (이탤릭체)이고, 본문에서는 원제목인 라고 표기된 점을 존중한 것입니다.

이 책의 특징은 각 장의 특정 구절을 목차의 제목으로 삼고 있고, 아르테 출판도 이 부분에서도 고민 끝에 결국 저자의 표기를 존중한 것입니다.
애정어린 독서에 감사드리면서 artebooks1@gmail.com으로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주시면 <달몰이> 1부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추석이 지난 뒤에야 발송이 가능합니다.

marina🦊 2007-09-22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딴에는 추석 즈음이라 모처럼 시간이 나서 ㅠㅠ 그동안 읽은 책 리뷰를 쓴다는게 이렇게 다른 분 추석을 망쳐버린 것 같아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달몰이>는 제가 사서 읽겠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그게 맞을 듯 합니다;; ^^
<붉은 10월> 부분에 대해서도 자상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아르테 책 읽으면서 궁금한 게 있으면 블로그를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 수고하세요~

아르테 출판 2007-09-22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원문에 꺽쇠를 걸었더니 보이지가 않는군요. 다시 알려드립니다.
목차 제목은 Octobre rouge(이탤릭체), 본문에서는 A la poursuite d'Octobre rouge(이탤릭체).

marina🦊 2007-09-22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