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멜론 슈가에서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최승자 옮김 / 비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주인공에게는 이름이 없다. 당신이 원하는 이름으로 부르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는 폴린과 사랑하는 사이로, 워터멜론 슈가에서 살고 있다. 워터멜론 슈가에서의 삶은 독특하다. 요일마다 다른 색깔로 빛나는 태양이 뜨고 그 색깔을 받아 자라는 일곱 색깔의 워터멜론이 있고, 말하는 호랑이가 존재한다. 주인공인 ‘나’는 책을 쓰고 있는데 그가 쓰는 책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가 책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글을 쓴다는 행위가.

브라우티건은 60년대에 주로 활동했고 49살이 되던 1984년에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미국의 송어낚시>가 1967년, <워터멜론 슈가에서>가 1968년에 출간되었다. 전자가 상세한 주석으로도 따라잡기 힘든 미국적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다소 난해한 책이었다면 후자는 신화적인 풍경 속의 삶과 죽음, 자연을 시적인 언어로 그려낸 이미지가 강렬한 책이다. 목가적 삶을 꿈꾸었던 브라우티건은 이 소설 속에서 그런 삶의 이상을 드러내고 있지만, 어떤 ‘주의(-ism)’를 주창해 읽는 이를 숨막히게 하지 않는다.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사요나라, 갱들이여>를 재미있게 읽은 뒤 ‘그런’ 책을 또 찾다 실패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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