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반장 추억 추섭 - (7)
: 신병 관리 하기는 정말 힘들고, 짜증나고, 신경 쓰이고, 귀찮다.
몸이 아프다면 진짜로 몸이 아픈지 아니면 꾀병을 부리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럴 때면 군기가 빠진 것 같아서 미워 보이고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나 신병 때 힘들고, 서럽던 생각 때문에
안쓰럽게 느껴지고, 잘 해줘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허~~~ 사람 다루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군대에 와서 깨닫게 되었다.
있어도 힘들고, 없어도 힘들고...
이럴 땐 포반 이동이 없는 다른 분과가 부럽게 느껴진다.
/* 부대에서 제일 막내로 지내다가 밑에 후임병이 들어오면
처음에는 기분이 엄청 좋습니다.
그리고 첫 후임이니 잘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요.
그런데 처음 마음가짐과 다르게 그 생각은 얼마 가지 못합니다.
일단 이것저것 가르칠 게 많이 있고, 만약 밑에 후임(제일 막내)이
뭘 잘못하면 고참들은 잘못을 저지른 후임(제일 막내)을 깨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윗고참(제일 막내 바로 윗고참)을 깨버립니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그 윗고참을 깨냐구요?
다른 이유가 아니라 후임병 교육을 잘못시켰다는 책임 때문이지요.
자기가 욕먹을 양에다 후임 몫까지 다 짊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1 에서 10 까지 아니 1에서 100 까지 다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이뻐보이던
후임도 3~4일이 지나면 애물단지로 보이죠. ^^;
챙겨 줄 때 챙겨주고 깰 때 깬다면 진짜 좋은 고참이라는
소리 듣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사람을 깨고, 갈구는 것도 체질에 맞아야 잘 할 수 있는 겁니다.
또 사람이라는 게 간사하기 때문에 잘해주면 잘해준 만큼
거기에 걸맞게 열심히 하는 게 아니고
"아~~! 이 사람은 순하고 잔소리를 안하니깐
만만하게 봐도 되겠구나!!"
라는 마음을 갖습니다.
사람이라는 게 참 웃깁니다.
잘해주기만 하다가 한 번 깨버리면 후임들 대부분이
"그래 저 고참도 다른 고참과 마찬가지야! 다 똑같은 놈이야!!!"
라는 생각을 쉽게 가지는데요...
허구한 날 갈구고 깨는 고참이 어느 날 평소와 다르게 한 번 잘해주면
"아니!!! 저 사람한테 저런 면이 있었다니..... "
라며 감동을 한답니다.
헐 헐 헐 웃기죠? */
: 9월 초... 날짜 상으로는 가을이지만 때늦은 더위가 사람을 지키고 힘들게 한다.
그런 가운데 우연히 보게 된, 보랏빛과 흰빛으로 곱게 물든 코스모스 몇 송이...
계절의 변화는 그 누구도 피하거나 막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코스모스들이 날보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라고...
/* 별 것 아닌 것에 감동할 줄 아는 그대...
우리는 그대를 군인 또는 군바리라고 말하지요. -_-; */
: 야포가
북으론 압록강 남에는 한라산
반만년 유구도 하다 우리에 역사
이 나라 이 민족을 어깨에 메고
아~~~아! 우리는 야전 포병대
/* '야포가'라는 군가 입니다. 모든 포병 출신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고등학교로 치면 교가 같은 군가 입니다. ^^; */
: 요 근래에 (9월 초) 범장이한테 전화를 하면, 할 때마다 집에 붙어 있지 않다.
하여튼 범장이 이 녀석이랑 나랑 타이밍 못 맞추는 데엔 뭐가 있다.
기분이 많이 착잡하겠지.....
/* 제 거시기 친구 입니다. ^^;
요 때가 그 녀석이 입대를 얼마 남겨 두지 않았을 때 입니다.
저야 어느 정도 짬밥을 먹어서 룰루랄라 하고 있었지만
이 친구는 마음고생을 꽤나 했을 겁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났다는 말이 참 맞는 말입니다. */
: 이규형이 그랬던가?
군대도 배움을 얻는 하나의 대학이라고...
지금 (일병 5호봉)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인 것 같다.
/* 쩝... -_-a... 요 때는 이런 글을 썼는데요.
지금 생각은 그 때랑 조금 다릅니다.
군대에 꼭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대신 한 번쯤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라면 말이죠.
2번 이상 군대에 가는 건 너무 잔인하고, 가혹해요... TmT */
: 난 서태지가 왜 은퇴했는지 그 심정을 약간 이나마 이해해 줄 수 있다.
암! 그렇고, 그렇고 말고... -_-;
전입 신병 시절...
여러 고참들이 있는 자리에서 날보고 막 춤추고, 노래를 해라는
모종의 압력(?)이 사방에서 압박하는 게 아닌가?
군대 오기 전 나우누리 army란에서
'고참들한테 사랑 받으려면 잘 놀 줄 알고 뭘 시키면(춤,노래,축구등등)
잘하던 못하던 빼지 말고 막 해야 한다.'
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그 가르침을 철썩 같이 믿고 거의 무대뽀
정신으로 얼굴에 철판 깔고 설친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솔직히 사회 있을 때 그렇게 잘 노는 편이 아예 못 되었는데
여기서는 ‘존나 잘 노는 놈'이라는 오해(?)를 받게 되었다.
그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끼'라는 것이 좀 있기는 있는 것 같다.
그 날 이후 나는 무슨 행사가 있으면 꼭 나가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그런 불쌍한 처지가 되었다.
오죽 했으면 교회에서 오는 뻔하디 뻔한 위문 공연에서도 여러 사람들 앞에
나가 자리를 빛(?)내야 했을까.
그때 상품으로 '엠마뉴엘 셀렉션'이라는 테잎도 받았지만... --;
항상 히트(?)를 쳐야 한다는 주위에 압력은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온갖 소리를 다 들어야하니...
난 은퇴하던 그 서태지의 심정을 알 수 있다.
.....
뭐 설쳤던 덕분에 고참들한테 '괜찮은 놈'으로 찍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자 분장까지 해야 했던 걸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속이 많이 쓰리다.
/* 무슨 단합대회 같은 게 있으면 정말 싫었습니다.
어떤 행사가 있으면 누가 한 명 앞장서서 분위기를 이끌어 가야하는데
그게 진짜 쉬운 게 아닙니다.
한 번 해보신다면 김제동 아저씨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_-;
따로 뭐 휴가증을 주는 것도 아니고, 마지못해 분위기를 잡곤 했는데
잘하면 본전이요, 못하면 썰렁하다느니 레퍼토리를 바뀌라느니
이런 요구 저런 요구를 듣지요.
그 정도 요구를 다 들어 줄 정도면 벌써 방송국에 진출을 하고도 남았죠 뭐...
그 땐 정말 매주 티비에 나와 여러 사람들을
웃기는 코미디언들이 정말 정말 존경스럽더군요.... -_-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