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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반장 추억 수첩 - (20)

: 99년 2월 설날 연휴
지겨워 미쳐 버릴 것 같다.
그러면서도 연휴가 끝나감에 따라 느껴지는 아쉬움은 왜일까?

 

: 2월말 다른 포대 경계 근무 지원을 나왔다.
99년을 맞이하는가 싶더니 좀 있으면 3월이 된다.
99년의 1/6이 벌써 지나가나?!
3월이면 상병 5호봉이 된다.
요즘 내 생활을 돌아보면 많이 편해졌다는 걸 느낀다.
시간이 지나면 하나, 둘씩 편해지는 것 이게 군 생활의 장점 아닐까?

 

: 99년 2월 23일 오후...
'V'자 형으로 날아가는 철새를 보았다.
봄이 찾아오기는 오는 가보다
부대에서는 언제 쯤 되어야 봄 같다는 소리가 나올까?..

/* 참고로 말씀드리는 건데 군대에는 여름하고 겨울 밖에 없습니다.   --;
   봄, 가을을 느끼는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꽃 피고 새 우는 '봄'... 3월이라고 해도 군대는 아주 춥습니다.

   위병소 밖만 나가면 한 겨울도 따뜻한데
   부대 안에서는 이상하게 춥습니다.   --;

   제가 있던 곳은 4월에도 서리가 내리곤 했지요.

   5월 쯤 되면 좀 따뜻해지나 싶은데 그러다 일주일 지나면 팍 더워집니다.

   가을도 마찬가지 입니다.
   9월까지 아주 덥다가
   10월이 되면 서늘해지나 싶다가 일주일 있으면 바로 추워집니다.

   2계절이 아주 뚜렷한 곳이 바로 군대입니다.  */


: 99년 3월 2일 '대보름'이다.
점심은 특별히 오곡밥을 먹었다.   

감동했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는데 부대 근처 여러 농가에서
우리들이 수고한다고 그렇게 신경 써주신 것 같다.

3일.. 초번초 보초 근무를 나가서 보름달을 보았다.

이른 새벽... 날짜는 하루 지났지만
그 '달'이 그 '달'이여서 소원을 빌었다.

우리 집에 올 한 해 행복하길.

나 무사히 군생활 마치길.

그리고 나중에 나 하는 일 잘 되길...

좀 욕심을 많이 부렸다.

요즘 밤에는 좀 추운데 낮에는 정말 포근하다.
며칠 전 언제 그렇게 추웠냐는 듯....   봄이다.

 

: 99년 3월 4일
올해 처음으로 파리를 보았다.
고놈들이 아직 적응을 못했는지
몸 움직임이 둔해서 지근지근 밟아 주었다.
2마리
봄이다.

 

: 99년 3월 5일  02시 쯤...
비가 주섬주섬 내리는가 싶더니 나중에는 천둥 번개까지 친다.
비는 그렇게 많이 내리진 않지만 봄비치고 너무 사납다.

 

: 봄을 알리는 것 중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메마른 누런 땅 위에 간간히 보이는 초록빛 풀 일거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 푸른 빛깔들을 보고
봄이 오는 걸 느끼고 반가워하고 기뻐하겠지...

하지만 그 푸른빛들을 정말 정말 싫어하고
징그러워하는 사람들은 군인 밖에 없을 거다.

햇빛 쨍쨍 내리 쬐는 여름날.
풀 뽑기할 걸 생각하니......(-_-;)

그놈들이 더 자라기 전에 미리 뽑아버리고
지근지근 밟아 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쩝.....

할 수 없지... 국가 공무원이니...

/* 왜 나라 지키는 군인들이 풀을 뽑냐구요???
   우선! 잡초들이 여기저기 삐쭉삐죽 자라나 있으면 상당히 보기 싫습니다.

   또 하나 풀이 많이 자라나 있으면 숨기가 좋습니다.
   만약 나쁜 놈들이 부대에 침입한다고 하면 행동하기 좋겠죠?
   풀들이 여기 저기 많이 가려주잖아요.  
   요걸 군 전문 용어로 표현하자면 은폐에 상당히 용이하다! 고 하지요.
   그래서 풀을 잘라줍니다.  일명 제초작업!

   잡초는.... 정말 정말 정말 잘 자랍니다.

   따로 거름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잘 자랍니다.
   여름 같은 경우에는 풀들을 땅위에 3Cm 정도 남기고 다 잘라놓아도
   일주일이면 자르기 전 크기로 자라나 있지요.   
   진짜 좀비가 따로 없습니다.
   제때 제때 풀을 잘라주지 않으면 부대는 정글로 변해버립니다.
   그래서 군인들은 풀을 자주 자르거나, 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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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반장 추억 수첩 - (19)

: 너무 빳빳해서 부러질 것 같던
사단마크가 약간 닳고 좀 흐물흐물해졌을 때.

질기디 질긴 전투복 바지가 너무 닳아
무릎 쪽이 찢어졌을 때.  

나도 약간 이나마 군생활을 하긴 했구나 하는 걸 느낀다.

이등병 시절 정영훈 병장이 닳고 너덜한 자기 사단마크와
빳빳한 내 사단 마크를 비교하며 짬밥 이야기 했던 것이 생각난다.

 

: 99년 2월 9일 내 첫 분대장이었던 B병장이 전역을 했다.

너무 초라한 전역식이었다.
헹가래 쳐주자고 했지만 사람들이 모이질 않았다.
평판이 좋진 않았다. 자기주장이 너무 강했다.

그래도 자기 할 일은 칼 같이 잘했고
분과원들을 나름대로 확실히 챙기는 것도 있었다.

한 때 정말 미워했고, 싫어할 때도 있었지만
막상 전역하니 섭섭하다.

역시 사람 마음은 모질지 못한가 보다.

군대 와서 깨달은 것 =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어렵다.

아무튼 전역 후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 제가 신교대에서 퇴소하기 전날
   내무실장(조교 대빵이라고 보면 됩니다)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만약 너희가 전쟁터에서 다리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을 때 너희를 끝까지 끌고 가는 사람은
   평소 너희를 가장 못살게 굴고, 가장 갈구는 고참일 꺼다.

   라구요.

   전 첨에 그 소리 듣고 무슨 X소리인가 했습니다.
   어떻게 못살게 굴던 고참이 끝까지 다리 다친 후임을 끌고 가느냐구요.
   옳구나 라며 바로 버리고 갈 거라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신교대 내무실장이 했던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랑",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하더군요.   ^^;

   그나마 마음이 있으니 싫은 소리라도 하는 거죠.
   마음이 없으면 아예 관심조차 없습니다.

   제가 처음 전입 왔을 때 그 B병장한테서 갈굼을 많이 받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갈굼 받을 짓을 했기 때문에
   갈굼 받았지 이유 없이 갈굼을 받았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
   .......

   한 때는 정말 그 사람을 미워했는데....
   만약 기회가 되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술 한 잔 했으면 좋겠습니다.   */

 

: 99년 2월 11일
구름 낀 맑은 날씨였다.

흐려지면서 구름 사이로 해가 좀 보이는가 싶었는데
15시 반 쯤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눈이 펑펑 내리는 게 아닌가???

내심 "X됐다"를 연신 입에 달며 하늘을 원망했다.
그나마 야간에 근무가 있다는 것을 위안 삼았다.

// 야간에 근무 있는 사람은 따로 일어나서 눈을 치우지 않아도 되거든요.

포상에 위장망을 걷으러 갔다, 다 걷으니 언제
눈이 내렸냐는 듯 다시 햇볕이 쨍쨍 비치는 게 아닌가?

엄청 눈이 쌓일 것 같은 기세였는데...

그냥 부담 없이 눈 내리는 풍경을
감상하라고 하늘나라 선녀님이 내려준 선물인가?  --;


오늘 주희 졸업식이다
언제까지 어리광만 부릴 막내 같았는데...
주희한테도 이제 '아가씨'라는 호칭을 붙여야겠다.

어제 전화를 했는데 큰누나가 졸업 선물로
미용실에 데러가서 머리 깎고 '염색!!!'을 시켜 줬다나???

염색을 했다는 말에 충격 받았다.
내가 너무 보수인가?

나중에 집에 가면... 쩝....
그냥 잔소리 보다는 예쁘다는 말을 해줘야겠다.
시대가 시대이니까...

/* 염색가지고 뭘 그러냐고 하실 텐데....
   이 글을 썼을 그 당시에는 생각과 사고가 아주 옛스러웠거든요.  

   
99년 2월 11일이라~~~
   헤~~~ 정확하게 6년 전 오늘이군요.

   시간 참 잘~~ 갑니다.   */

 


: 99년 2월 13일
저녁에 집에 전화를 했다.... 여느 때처럼...
그런데 주희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닌가.

"오늘 엄마 생일인거 아나?"

앗!!! 속으로 뜨끔했다.

오늘이 음력 12월 27일... 엄마 생신일 줄이야.

평소 아버지 환갑만 생각했는데.....

다시 엄마를 바꿔 생신 축하드린다는 말을 했다.

엄마는 오히려 돈을 못 부쳐 주는 게 미안하다며
돈을 부쳐 준다고 했는데 겨우 말렸다.
다행이다... 그냥 지나쳤으면... 흐....


/* 처음 자대 배치를 받았을 때 B병장이 부모님 생신을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대답을 못했지요.

   그 때 욕을 엄청 먹었지요.

   나이 스물을 넘긴 놈이 부모님 생신도 모르냐구요.
   
   당장 알아오지 않으면 군생활이 꼬일 거라는 으름장에
   부랴부랴 집에 전화를 해서 작은 누나한테
   아버지, 엄마 생신 날짜를 물어봤죠.

   그 때 작은 누나는 한 숨을 쉬더니 술술술
   바로 날짜를 알려주더군요.
    ...... 얼마나 부끄럽던지.....

   최신 유행가 가사는 몰라도
   요즘 잘나가는 여자 탤런트 이름은 몰라도
   애인하고 만난지 언제 100일이 되는지 몰라도
   부모님 생신은 꼭 알도록 합시다.   (^_^)a   */

 

: 99년 2월 14일 04:00...
또 눈이 와서 포상 위장망을 걷으러 갔다.

왜 하필 설 연휴 첫날부터 이러나...

작년에는 새해 첫날부터 눈이 내려 사람 엿을 먹이더니
올해는...

정말 하느님은 무심하시다.
너무 무심해서 욕도 나오지 않고 무덤덤해진다.

사회 있는 이들은 모를 꺼다 아마
눈이 오면 그 광경에 좋아 히히덕거리겠지...

안 경험해보면 모른다.

눈이 싫다, 정말 싫다

전역하고 나서 얼굴만 잘 생기고 성격이 뭐 같은
사람을 만나면 아마

"이 눈 같은... 함박눈 같은 놈아!"

라는 정말 심하고 모욕적인(?)욕을 해 줄 꺼다 -_-;

// 눈은 항상 쉬는 날, 빨간 날에만 내립니다.
//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 군인들 쉬는 꼴을 못 보는 국방부가 기상청과 짜고 벌이는
// 음모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헐 헐 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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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반장 추억 수첩 - (18)

: //  입대할 때 가지고 있던 전화번호 수첩에 기록한 이런 저런 메모들 입니다.
//   306 보충대에서 3일 동안 생활하면서 느낀 점을 기록했지요.

첫날(11/18-화-맑,추)군대 왔다는 기분 X 춥다
생각 외로 밥은 괜찮음

2.(19-수-맑)동우는 수능 잘 칠까?
아침, 저녁 춥다, 밥 마음에 듦, 배설의 기쁨 앎
신교대 힘들까?

3.(20-목-맑)군복입음,
겨울은 추우면서도 더운 계절 By 삽질

/* 처음 군대가면 누구나 다 경험할 겁니다.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가서 인지 긴장을 해서인지
   이상하게 대,소변이 잘 안 나옵니다.

   오줌은 마려운데 나오지는 않고...    진짜 사람 죽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증상은 신교대까지 계속 갑니다.

   신교대에서 밥 먹는 양이 진짜 엄청난데 3일인가 4일 동안
   대변을 한 번도 못 본적이 있습니다.  
   “이러다가 똥이 몸 안에 쌓이고 쌓이다가 내장이 터지는 건 아닐까?”  
   라는 무서운 상상까지 하게 되지요.   헐 헐 헐.

   안 경험해보면 모릅니다.
   3~4주 정도 되면 원래대로 돌아오죠.   ^^;  
   응가를 가래떡 뽑듯이 쫙쫙 눌 때 기분이 얼마나 좋았던지 원...   */

 

: 군 생활 두 번째 혹한기 훈련 중 짤막한 기록...

첫째 날

조금은 널널한 것 같다 날씨도 그런 대로 포근한데
내일부터 '억수로' 춥다고 한다 --;

모든 일에서 마찬가지겠지만 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당당히 맞서자.
그래야 맘도 편하고 시간도 잘 간다.
훈련에서건 다른 일에서건....


둘째 날

바람이 무지막지하게 불었다.
결론 -> 억수로 추웠다.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서 그런지 훈련이 약간 재밌게 느껴졌다.

안면 마스크의 위대함을 알았다.
먼지를 반찬 삼아 밥도 먹고...
포반장이 되면 과연 내가 잘 이끌어서 훈련을
잘 뛸 수 있을까하는 약간의 근심, 걱정이 느껴진다.

야간 보초 갔다 와서 똥을 눴다
... 죽음이다 죽음...
말이 필요 없다


셋째 날

욕도 들어 먹고...
정말 긴~~~긴 하루다.
간밤에 군장을 바깥에 놔뒀는데 그 사이 수통에 있던 물이 얼어버려 물을 못 마셨다.

일이 잘 되질 않아 답답했다.
내 스스로 풀이 죽어 김기만 병장님한테 내 부족한
점이 뭔지 물어봤다.
김기만 병장님은 부족한 건 없고 다만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훈련장에 사단장이 와서 정말 힘들고 짜증났다


넷째 날

여전히 아침은 추웠다! 아침밥으로 개선식이

// 개선식이란... 쉽게 말해서 군용 햄버거를 말 합니다.
// 패티, 햄버거 빵, 감자 튀김, 치즈 1장, 우유, 야채 샐러드
// 그리고.... 딸기잼 까지... 헐 헐 헐
// 웬 딸기쨈을 햄버거에 발라 먹냐고 궁금해 하실 텐데...
//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릅니다.  주니까 먹어야죠 뭐.   ^^;
// 그래도 저는 이 개선식을 엄청 좋아했습니다.
// 롯데리아나 맥도날드에서 이 메뉴가 나온다면 저는 아마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 꼭 사먹을 겁니다.   하 하 하.

나왔는데 치즈는 치즈 크래커로 변했고 야채샐러드는
야채맛 아이스 바로 변해 있었다.

얼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얼어 버렸다.
로션, 물, 할 것 없이 모두.....

정말 살기 위해 먹는다는 걸 절실히 몸으로 느꼈다.
먹지 않으면 몸이 못 견딘다.
여태까지 뛰었던 훈련 중 이번 훈련이 가장 힘들게 느껴진다.
오후에 다른 진지로 이동했다.
오후 날씨는 많이 포근한 것 같다.

어제 밤은 영하 15도 정도... 오늘은 기껏해야 영하 5도
정도 되지 않을까?

내일 복귀다!
복귀 후 행군을 해야 하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앞으로 20여 시간만 더 있으면 군 생활에서
혹한기 훈련은 끝이다
결론 -> 추운 건 힘들다!


마지막 날

아침에 정말 추웠다!
마지막 날 밤은 좀 포근하다 싶었는데...
에누리 없이 추웠다.

복귀 후 20Km를 완전 군장해서 행군했다
그때까지 우유, 건빵만 먹고 딴건 못 먹었다

행군을 마치고 나자.... 정말 후련했다
더 이상 내게 혹한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훈련 내내 두꺼운 이불에 푹 자는 생각이 간절했다.

훈련 중 밤하늘은 왜그리 밝고 아름다운지...
야전 보다는 부대가 부대보다는 집이 낫다
유격보다 요번 혹한기가 더 힘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간간히 들었다

/* 추운 건 정말 힘듭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글을 쓰지만요.

   제가 부산에 사는데 부산은 기껏 추워봤자 영하 2~3도거든요.

   부대 있을 때 고참들이 전부하는 말이 있죠.
     
   "내가 사회 있을 땐 내복 같은걸,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군대니까 입는다. 궁시렁 궁시렁... "

   흘 흘 흘... 군대는 정말 춥습니다.
   기본 속옷, 내복, 체육복,  조끼, 깔깔이, 전투복, 야상
   스키파카 상,하의...  이렇게 입으면 정말 깝깝하고 움직이기
   힘든데... 그래도 추위타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군대 갔다 와서 생각이 바뀐 게 있습니다.
   바로 '겨울에는 내복을 입자'는 겁니다.
   남자가 쪽팔리게 웬 내복이냐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저는 어설픈 자존심 보다는 '실리'를 택하고 싶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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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Pei 2005-01-3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존심보다 "실리". 이건 저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알면서도 가끔 자존심이 앞선다구요. 쓸데없는 자존심이. 특히 아내와 부부 싸움 할 때에는 자존심과 자존심의 싸움이 된다구요... 자존심=감정, "실리"=이성. 나는 자존심의 동물인 것 같애요. ㅎㅎㅎㅎ.

세벌식자판 2005-01-31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그렇죠 뭐... ^^;
이런 말이 있더군요.

[ 자존심이 없다면 그건 사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자존심은 많은 것을 잃게 한다. ]

자존심 vs 실리... 균형 잡기가 참 어려운 문제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
 

포반장 추억 수첩 - (17)

: 군대에 와서 '달빛'을 알게 되었고, 느끼게 되었다.

사회 있을 땐 가로등, 간판등, 그리고 여기저기 창문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달은 볼 수 있어도 '달빛'은 볼 수 없었다.

사람 손으로 만든 빛이 자연 빛을 삼켜 버리니 볼 수가 있어야지...


아무리 밤이 어둡다 해도 별빛이 있고 달빛이 있다.

아무리 사회가 각박해 간다고 해도 묵묵히 자기 일 다 하며
서로서로 돕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밤이 어둡다 해도 별빛, 달빛이 있기에 결코
'어둡다'고는 할 수 없을 거다.

아무리 외롭고 추운 야간 근무 시간이라도
초소까지 가는 길을 밝혀주는 달빛이 있기에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군대란 곳은 작은 것 하나에 기쁨과 행복 그리고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다.

/* 군대 갔다 오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보통 '무월광'이라고 하죠.                 

   달 없는 밤.

   보름달 하고 무월광인 날하고 진짜 하늘,땅 차이입니다.  
   도시에서는 이 차이를 알기가 무척 힘들 겁니다. 
   저도 군대 가서야 알게 되었죠.  */

 

: 99년 1월29일 자정이 좀 지나서...

불침번이 깨운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잠결에 시간을 물어보니 00시 50여분

"어?!! 나 주간 초번초인데????"

불침번이 잘못 깨웠나 싶어 도로 자려고 하니
불침번이 하는 말

"눈! 옵! 니! 다!"

.....
하필 야간에 근무 없는 날
그것도 다음 날 초번초인날

/* 초번초, 다시 말해 주간 첫 번째 근무를 말합니다.   
   초번초가 6:00에 교대를 해줘야하니
   적어도 05:30에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리니까 남들보다 1시간은 덜자는 거지요.   */

아주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그리고 원활하게 입에서 욕이 튀어 나왔다.
나뿐만 아니라 눈 때문에 잠을 방해받은 고참 5명과 후임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겨울 가뭄 때문에 큰일이라며 TV에서 난리를 치더니
방심하다가 결국 뒤통수를 한대 맞은 격이다.

역시 사람은 항상 긴장해야 하나 보다.




그럭저럭 포상 위장망을 치우는 작업은 금방 끝났다.

//   포상은 '포'가 있는 곳을 말합니다.  

작업은 일찍 끝났다.
하지만 사람들 입에선 눈에 대한 원망과 짜증들이 계속 튀어 나왔다.
3월에 전역하는 최고참은 이렇게 눈 내리는 날
뭐가 가장 생각나느냐며 그럭저럭 여유 있는 물음을 꺼내기도 한다.

한 숨을 돌리고 주위 경치를 살핀다면
그런 대로 멋진 경치가 되겠지만
그 경치를 만든 눈 때문에 달디 단 잠을 방해
받은 사람들한텐 그 아름다운 모습들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올 겨울 들어 이렇게 큰 눈이 내리기는 요번하고 작년 12월 중순, 딱 2번 뿐이다.
하지만 그 때도 눈 치운다고 자다가 일어났었다. 근무가 없었기 때문에... T_T


뭐!  좋게 좋게 생각하자.

작년 이 맘 때 나 대신 고참들이 내려가지 않았나.
2000년엔 지금 이등병, 일병인 녀석들이
그 때 들어올 신병들 대신 나가겠지...   거둔 만큼 뿌린다고.....

군대 아니면 이런 경험 또 어디서 할까?
이런 게 다 추억이 되겠지.
부산에서 보기 힘든 눈도 보고
좋네 뭐... 괜찮은 경험했다 치자.
.........

'눈'같은 여자를 조심하자 --;


/* 다른 부대는 잘 모르겠고요.
   제가 있던 부대에는 포상에 위장망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그물 같은 건데 말 그대로 위장을 목적으로 설치하는 거지요.

   눈이 오면 그 위장망에 눈이 쌓이는 데 이걸 그냥 놔두면 나중에
   눈 무게 때문에 위장망이 찢어질 수 있습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밤에 근무 없는 사람들을 깨워서
   위장망을  전부 다 거두라고 시키지요.   ^^;  
   제가 왜 위에서 처럼 짜증을 많이 냈는지 이제 이해가 될 겁니다.

   여름, 겨울 군인들이 싫어하는 것 하나씩만 꼽으라면
   여름엔 풀, 겨울엔 눈을 꼽을 겁니다.

   겨울에 눈 내리면 진짜 끌장 납니다.
   사회에서는 첫 눈 내리면 전부 좋아하겠지만
   군대에서 눈 내리면 다른 것은 다 제껴 놓고 제설작업부터 합니다.

   눈이 쌓이는 걸 그냥 놔두었다간 보급로가 막히고 
   땅은 나중에 진흙탕이 되어서 생활하는데 아주 불편해 집니다.
   그래서 만사 다 제쳐놓고 제설작업을 하는 겁니다.
   연휴, 훈련, 주간, 야간 다. 필요 없습니다. 무조건 제설 작업입니다.

   전 아직도 기억합니다.
   98년 1월 1일 새해 첫 날, 눈 내려서 쉬지도 못하고 눈 치웠습니다.
   오전 내내~~~    (T^T)

   99년 설날 연휴 첫날 눈 내려서
   제설 작업한다고 그 날 오전 다 까먹었습니다.   (T^T)

   눈도 꼭 주말이나 노는 날만 골라서 내리더군요.  

   참고로 저.. 부산 사람입니다.
   부산 사람들 일년에 눈 한 번 보면 정말 많이 보는 사람들입니다.
   저! 군대에서 처음 눈을 봤을 때 진짜 좋아했습니다.
   일부러 눈 있는 곳만 골라서 다녔습니다.
   처음엔 뽀드득 뽀드득 하고 눈 밟힐 때 나는 소리가 정말 좋더군요.

   하지만......   나중엔 심장 갈리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_-;)
   눈 보면 진짜 이가 뿌득 뿌득 갈립니다.


   군대에 있는 사람들한테 함부로 눈 내려서 좋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특히 여자분들!!!   조심하십시오.

   군대 있는 애인한테 
    "자기야 눈 내려서 너무 좋아~~~! "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은
    애인 가슴에 고드름을 박는 것과 똑같은 행동입니다.   (-_-;)

   군인들한테 눈은

      적이요,
      원수요,
      홧병나게 하는 애물단지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눈 내리는 거 안 좋아했습니다..  상 당 히!  

   그런데 저번 주에 스노보드를 한 번 타보고 생각을 바꾸었지요.  헤 헤 헤 (^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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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Pei 2005-01-2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스노보드는 싸나이 로망이 아닙니까? 히히히.
스노보든는 눈이 안내리면 못할게요 ---------------------------
그러나, 군대에 계시는 분들에게는 장난이 아니겠죠. 그건 저두 상상할 수있어요. 상상만이지만.

세벌식자판 2005-01-26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에궁... 그게 또 그렇게 되나... (^^)a
생각해 보니 스노보드가 있었군요.
이제부터 눈 내리는 거 좋아해야겠습니다. 하하하

세벌식자판 2005-01-26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 ^^;
Chin Pei님 댓글을 보고 끝 부분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역시나 스노보드는 싸나이 로망~~! (^o^)=b

ChinPei 2005-01-26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ㅇ^
 

아무리 열 받아도 그렇지....어떻게 똥을 먹이나?
합법으로 얼차려를 줄 수 있는 방법도 많이 있는데...  헐...

...  (-_-;)

군대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곳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곳이다.


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요번 사건은 너무 심했다.


한동안 국방부 관계자들 땀 좀 빼게 생겼다.


울 엄니, 어제 날 앞에 앉혀 놓으시고 걱정어린 눈으로 한 말씀 하시더라.

" 양아, 니도 군대 있을 때 똥 먹고 그랬나? "



제대한지 5년 넘은 아들한테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걸 보면
부모님 마음은 다 같은가 보다.


아들을 막 군대 보낸, 혹은 군대 보낼 부모님들은 요번 사건을 보고
얼마나 열을 많이 받았을까? ? ?


한 동안 전국에 있는 모든 군부대에서 설문조사다 뭐다 해서 꽤나 시끄러울거다.


빨리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아마 나라밖에서도 꽤나 메스컴을 타지 않았을까 싶다.    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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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Pei 2005-01-2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인도 시민.국민이고 사람의 아들 딸이잖아요. 전 일본에 있어서 군대 의무를 수행하진 않지만, 이런 보도는 분노를 느끼구요.

세벌식자판 2005-01-21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번 사건 일본에서도 매스컴을 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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