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반장 추억 수첩 - (11)
: 98년 10월 29일.
우리 대대와 우리 포대가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연대 주특기 경연 대회 1,2,3등을
우리 대대 알파, 브라보, 챠리 포대가 싹쓸이 했고
그 중 우리 포대가 200점 만점으로 1등을 했다.
2등이 브라보 인데 199점을 받았다나?
(전포분과만 말하는 것임)
경연 대회에 참가한 인원은 전부 휴가를 간다고 한다.
우리 포대원들이 대회 참가를 위해 부대를 떠날 땐 좋은 성적 얻기를 바랬는데
막상 1등을 하고 나니 솔직히 배가 아프고 질투가 난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겪게 되는 실패나 좌절을 보면
안타까워하고 위로해 줄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 모습을 보면
겉으로는 축하해 주지만 속으로는 시기, 질투를 한다고 한다.
나 또한 그러니 나도 그렇게 착한 놈은 안 되는 가보다.
...
그래! 경연 대회에서 우승한 우리 전포반 사람들한테
진심으로 축하 해주자.
그 만큼 노력하여 땀을 흘리지 않았나!!!
역시 마음은 곱게 먹어야 한다.
/* 주특기 경연 대회라는 것은 일년에 4번
연대 주특기 경연 대회, 대대 주특기 경연 대회
이렇게 각각 2번씩 합니다.
물론 사정에 따라서 안 할 수도 있습니다.
경연 대회... 포병 출신 예비역 분들은 아마 잘 아실 겁니다.
말 그대로 각자 주특기를 누가 누가 잘하나 등수를 매기는 대회입니다.
경연 대회인 만큼 실기, 이론 시험이 모두 있습니다.
군인한테 웬 이론시험이냐고 질문하실 분도 있겠지만
군인도 군대에서 공부를 합니다. 주특기 공부라고 하지요.
사회에서는 하나도 쓸모없습니다. -_-;
부대 성적, 인사고과 성적에 상당한 비중이 있기 때문에
간부님들도 아주 민감하죠.
대회 몇 주 전부터 준비를 합니다.
낮에는 몸으로 때우는 주특기 연습
밤에는 쉬는 게 아니라 주특기 이론 공부...
TV같은 것도 눈치가 보여서 못 봅니다.
이런 생활을 몇 주 하다보면 사람 돌아버립니다.
경연 대회.... 정말 '죽음'입니다...
전부 실력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누가 실수를 안 하나 하는 걸
겨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구 한 명 실수로 말아 먹으면
졸지에 역적이 되는 겁니다.
그 '역적'이 되기 싫어서 서로 서로 경연 대회에 안나갈려고 하죠.
'역적'이 되면 그 후유증으로 몇 주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거의 반 폐인이 되어버리지요.
자격지심에.....아무튼... 그런 게 있답니다... ^^;
제대한지 만 4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이론지식들이 있네요.
방열이라 함은 포를 방향과 고각상으로 표적에 지향하는 것이다.
사향속이라 함은 2문 이상의 포가 동시에 사격할 때 형성되는
횡적파열분포로서. 그 종류는 평행, 집중, 개방, 표준, 특별 사향속으로
나눌 수 있다.
등 등 등... ^^a
군대식으로 공부했으면 장학금 타고 학교를 다니지 않았을까..용???
.. 헐 헐 헐.. */
: 10월 29일.
오늘 범장이와 진혁이한테서 편지가 왔다.
반가웠다.
그런데 진혁이가 11월 26일에 입대를 한다고 한다.
내 아들 군번이 되나?
휴가 가서 꼭 만나봐야겠다.
: 난 평소 너무 자신감을 가지지 않고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을
괜히 위에서 무슨 소리 듣지 않을까 하며 혼자 걱정하고 혼자 주눅 들고...
앞으로 이러지 말자
마음만 쉽게 먹으면 한 없이 쉬운 것들 아닌가?
매일 매일 속으로 외치자.
'난 할 수 있다!'
: 군 생활을 편하게 한 것은 결코 자랑하거나 득이 되는 일이 아니다.
비록 남들보다 좀 더 불편하게 생활했어도,
휴가를 많이 가지 못 했어도,
고생을 더 많이 했어도
그 속에서 뭔가 얻고, 깨달은 것이 있을 때
자랑 할만 하고 득이 된다고 난 생각한다.
군 생활의 성공과 실패는 자기가 판단하는 것이지
남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고, 주장하고 싶다.
: 군 입대 초기엔 군 생활 내내 그러니깐
하루 종일 긴장감과 압박감이 따라다닌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답답함들...
하루를 열어가는 아침이 길게 느껴지고
또 싫어진다.
잠자리에 들면 떠오르는 생각이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군 생활 1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 신병 때에나
느끼던 그런 긴장감 & 압박감 혹은 답답함은
거의 없어졌다
아침이 와도 '아! 아침이구나.' 정도로 그냥
'싱겁게(?)' 받아들인다고 해야 되나?
마음을 비우며 살아간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나도 짬밥을 먹긴 먹었나 보다
/* 신병 때는 아침이 정말 싫었습니다.
특히 기상나팔 소리... --;
그 당시 너무 긴장을 하고 살아서 인지
동절기엔 6시 반에 기상하는데 6시만 되면 꼭 눈이 떠졌습니다.
사회 있을 땐 자명종 기계가 신나게 울려도 꼼짝달싹 안했는데 말이죠.
자다가도 종종 눈을 뜹니다.
지금은 새벽 6시 정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시계를 봤는데
새벽 4시 일 땐
"이야 앞으로 2시간 반은 더 잘 수 있구나"
라며 혼자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