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하고 이상적인 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행복을 향한다기보다는 불행을 불사하는 쪽으로 기울곤 한다. 피상적으로 형식이 온전한 가족은 있을 수 있다. 가족은 형식을 완성하기 위하여 강조되어왔으며, 가족 구성원은 그 역할극에 심취해 있다. 아버지는 아버지가 되려고, 어머니는 어머니가 되려고, 자식은 자식이, 형제는 형제가 되려고 애를 쓴다. 애를 쓰지 않으려 하면, 애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서로에게 강요한다. - P35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사랑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다른 것들로 인해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의 충만함과는 별개로 고독해질 수 있다는 것. 오래된 연인이 함께해온 많은 방식을 어느 한쪽은 익숙해져 안온해하는 반면, 어느 한쪽은 지루해져서 변화와 모험을 욕망할 수도 있다는 것. 다른 사랑을 추억하고 상상할 수도 있다는 것. 사랑받는 자의 천성적인 그릇이 작아서 어떤 경우는 너무 넘쳐 받아내다 지칠 수도 있다는 것. 예민하던 사랑이 둔감해져가는 자연스러운 사실에 대하여 한 사람은 생활이 되어간다며 안도감을 느끼지만 한 사람은 상실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모르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일 수도 있다는 것.
이 어쩔 수 없는 모습 앞에서,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사랑을 충분히 받아온 입장에서는 이 결여를 입 바깥으로 꺼내어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죄스럽다. 오해를 살까 봐 두려워 그저 견디기만 할 뿐이다. 그것이 사랑을 좀먹고 두 사람을 좀먹을 때까지. - 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