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이 모르는 개들의 삶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지음, 정영문 옮김 / 해나무 / 2003년 6월
구판절판


인간은 이렇듯 다른 동물의 삶을 해석할 때, 우리의 가치와 경험을 적용하려는 유일한 종족이다. -p. 18쪽

더 깊이 조사하려면 실험이 필요했을 것이다. 즉 미샤의 눈을 가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 데려가 풀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위는 적어도 우리 관계의 본질이 아니었다. -p. 36쪽

미샤는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세인트버나드가 뒤쫓겠다고 결심하고 그를 위혐하는 차들 속으로 내몰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또 미샤로서는 계속 빨리 달려서 세인트버나드가 서있는 곳으로 올 수도 없었다. 거기서 그 개의 공격을 받았다가는 황급히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는 따위의 품위 없는 질주를 해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잠시 동안 모든 상황이 미샤에게 불리하게 보였다. 그러나 이내 미샤는 훌륭히 그 문제를 해결해 버리는 것이었다. 미샤는 의기양양하게 머리를 쳐들고, 확신에 찬 깃발마냥 꼬리도 슬쩍 올리더니 갑자기 빠른 속도로 세인터버나드가 있는 방향으로 똑바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도 미샤는 전혀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고 모두가 알아차릴 때쯤에, 미샤는 마치 세인트버나드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듯이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그 옆을 잽싸게 지나쳐버렸다. -p. 62쪽

첫번째 만남 이후 일주일 가량 지나자 마리아는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스스로 느끼는 모양이었다. 마리아는 네 다리를 꽉 버티고 서서 애정어린 눈길로 미샤를 어깨 너머로 바라보며 꼬리를 거의 몸통에 닿을 정도로 옆으로 비켰다.

그러자 미샤가 앞발을 마리아의 등에 얹으며 올라탔다. 그리곤 둘은 결합했다. 처녀였던 마리아는 한번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으나 발버둥치지는 않았다.

그들은 곧 서로를 껴안았다. 귀가 접혔고,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흐르며 입이 벌어졌다. 체온이 상승하자 두 개의 숨소리가 빨라졌고 엉덩이를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마룻바닥으로 같이 떨어졌다.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둘의 몸이 떨어졌다가는 곧 서로에게 몸을 돌려 키스를 한 뒤 경쾌하게 방안을 뛰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p. 104쪽

우리가 어떤 일을 해준다 해도, 또 어떤 말을 해준다 해도 마리아를 좀더 침착해지도록 만들 수는 없었다. 아무런 경험 없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직면하게 되자 마리아는 두려움을 느꼈고 너무나도 외로워했다. -p. 108쪽

보통 늑대들은 차 안에서 밤을 보냈는데 놀랍게도 달이 저물 무렵이면 창문 쪽으로 몰려와 동쪽하늘을 정신없이 바라보곤 했다. -p.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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