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알라딘에 글이 안 올라가기 시작했다.

페이퍼도 안 되고, 리뷰도 안 올라간다.

알라딘의 고객센터에 메일도 보내고 통화도 했는데,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사실 거기선 우리 사무실의 보안 때문일 것이라고 했지만, 난 안 믿었다.)

그런데 이젠 주문도 안 된다.

겨우 되는 건 댓글 다는 것이다.

다른 데서는 다 되기 때문에 리뷰를 올릴 일이 있거나 주문을 해야할 일이 있으면,

다른 사무실에 가서 하거나, 친구네 집에 가서 해야 한다.

 

우리 사무실은 세 회사가 합사로 일을 하는 곳이다.

회사 보안 때문인지, 두 회사가 공유기 하나를 놓고 선을 달리 해서 쓰고 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 것인가 보다.

다른 사람 자리에서도 안 되고,

내 컴퓨터로 다른 자리에 가서 해봐도 안 된다.  

이제 문제는 알았는데, 해결책은 모른다.

에이... 빌어묵을 공유기...

 

오늘, 출장 와서 일하다가 혹시나... 하고 올려봤더니 올라간다.

하루 종일 회의하느라 머리 무거워 둑겠는데...

글이 올라가니 괜히 좋.....................................다.

밀린 리뷰나 몇 개 올리고 꼬진 호텔에 가서 쉬어야겠다.

이 동네에서 제일 좋은 호텔이라는데도 바닥 카펫이랑 벽에 얼룩이 많다.

혹시나 바퀴벌레가 있을까봐 걱정이 될 정도다...

그래도 뭐, 길바닥이나 다리 밑에서 자는 게 아니니... 다행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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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 신경과의사 올리버 색스의 병상 일기
올리버 색스 지음, 한창호 옮김 / 소소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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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렇게 나는 구조되었으며 이야기의 끝입니다.” 사고를 당한 모든 사람들이 이런 행복한 결말을 맺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강원래와 이승복 의사, 그리고 이젠 영실이의 남편이 되었을 그 남자친구(인간시대)를 떠올렸다. 어느 누구보다도 활동적이었던 그들이 한 순간의 사고로 두 다리를 못 쓰게 되고 그 치료과정에서 느꼈던 좌절감, 어려움도 상상했고 차라리 둑고 싶은 심정을 안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도 안쓰럽게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대입도 해보았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놀랐던 건, 의사이자 환자가 되는 색스 의사의 명철함이었다. 결단력과 신속함, 꼼꼼함에도 놀랐다. 그리고 그의 유머와 따스함에 한 번 더 놀랐다. 신경과 의사인 그가 갑자기 사고로 인해 환자가 되고, 아무도 없는 산 위에서 한쪽 다리가 완전히 마비가 된 상태에서 자신의 상태를 진찰하고 자신이 구조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는 노력, 그리고 그 이후에 수술 및 회복 과정에서 벌어지는 현상, 심리에 대한 전문 의학 지식과 자신이 일반 환자로서 겪었던 모든 심리 변화가 그대로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일반인과 달리 늘 환자를 대하고 다루면서 어떤 정서에도 빠지지 않고 환자를 치료했던 그 분석력과 냉정함에 기인했던지, 색스 의사는 자신이 정신착란에 빠지는 과정까지 명철하게 그리고 있다. 자신의 다리가 어디 있는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수술이 제대로 되었다고 해도 걷는 법조차 잊어버린 상태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물론 그 대상이 자신이란 것도 느끼고 둑을 것 같았다고 한다. “좋아요, 의사 선생.(...) 다친 다리를 잘 살펴보시겠습니까?”

구조되자마자 느꼈던 안도감은 어느 덧 사라지고 이젠 환자로서의 시간을 견뎌야만 한다. 색스 의사는 간혹은 의사로서, 또 간혹은 철저히 환자로서 행동한다. 물론 분석도 뒤따른다. “환자가 되면서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인내를 배우는 것입니다!” 긴장성이 없는 근육이 완전히 둑어버렸다는 느낌은 색스 환자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정신착란까지 일으키게 한다. ‘병원의 병동은 짓궂은 농담으로 악명 높기 때문에 나는 그녀가 나를 놀리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는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다. 다리가 거기에 없었다! 다리가 거기에 없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론은 그것이었다. ‘나는 나의 다리를 상실해 버렸다.’ 자신의 다리 대신 마치 다른 ‘어떤 사람의 다리’가 침대에 있음을 발견했을 때, 드는 상실감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프로이트는 ‘자아란 무엇보다도 신체자아’라고 했다는데, 신체가 자신의 것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 다음과 같은 증상을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푀츨 증후군(시각적 운동감각의 착각), 해리 장애(다중인격장애라고도 하며, 예전에는 빙의라고 불렀다.) 실제로 보이고 느끼는 것과 실재라는 관념 사이엔 얼마나 큰 심연이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색스 의사는 그 심연을 음악, 멘델스존의 음악으로 뛰어넘었다. 가짜걷기로부터 실재적인 걷기로 들어갔던 것이다.     

색스 의사는 환자로서 겪게 되는 병원의 제도, 공식성과 관료주의도 꼬집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 두 사람은 각자 역할을 하도록 강요되었다. 그는 모든 것을 아는 전문가로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의 역할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또한 차트에서 보듯이 의사는 ‘평범한 회복’으로 간주하지만 그 일을 직접 겪은 색스 환자는 ‘이 친구들 미쳤군. 회복은 아주 특수한 사건이며 일련의 경이롭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이지. 회복은 엄청난 사건이며, 차라리 어떤 일이 도래하게 되리라는 징조로, 새롭고 상상할 수 없는 힘이 도래하게 되는 것이지. 이런 사건이나 앞으로 닥치게 될 일이란 탄생이나 재탄생이라 할 만한 것이지.’라고 생각한다.  

유난히 남성적이고 건강하고 활기 넘쳤던 색스 의사는 환자가 되면서 심한 절망감을 느끼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근육을 소리쳐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내가 부르는 소리를 귀머거리인 근육은 듣지 못했다.’ 경쾌한 글 솜씨 못지않게 이런 자잘한 유머가 곳곳에 깃들어 있어 책 읽기가 훨씬 즐겁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이렇게 유머로만 점철된 책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듯한 의학적인 부분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환자로서 직접 새로운 면을 발견한 그는 그 영역을 발전시켜나가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  

‘지난 보름과 이번 보름 사이의 단 한 달 동안 나는 거의 죽을 뻔했으며 마지막 순간에 구조되었다. 난도질 된 살이 꿰매지고 결합되었고, 느낌이 없는 지옥의 변방에서 끝이 없는 것 같은 긴 시간 동안 다리를 잃기도 했고, 회복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지만 기적같이 다리가 회복되었다. 나는 내면세계의 토대가 흔들리는 것을 경험했다. 아니, 내면세계가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경험했다. 나는 이성이 창피당하는 일을 겪었고, 정신이 모욕을 당하는 일을 겪었다. 근육조직과 감지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연스런 육체와 영혼, 육체와 정신 간의 통일성이 깨져버리면서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들어 가기도 했다. 그런데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심연에서 구출되어 다시 태어났으며, 다시 삶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용기가 꺾였고 침몰하는 배 같은 신세였지만 불가사의하게 구조되었다.’ 색스 의사가 환자로서 겪었던 모든 실제와 심리 변화 과정의 결론이다.    

환자가 되면 겪게 되는 모든 일은 그 절차를 따르는 ‘순례여행’이다. 그 순례여행에서 마침내 모든 환자가 완쾌라는 성지에 다다르기를 바래본다. 신체적인 완쾌가 아니더라도 그 장애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관대함을 배운다면, 그 환자는 어떤 성지보다도 더 높은 곳에 이르는 게 아닐까. 내게도 언젠가 일어날 수 있는 사고, 나를, 사고를 객관화시키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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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에세이 작가총서 96
정민호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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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여행을 떠나는 목적도 여행을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여기 한 젊은이, 책만 열심히 읽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무모해보이기만 하는 산티아고로... 외국어도 제대로 못한다면서 그것도 남들과 함께 하는 배낭여행도 아니고 무작정 걸어서 산티아고로 말이다.

그.런.데, 그 여행이 그토록 아름다운 여행이었을 줄이야...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세세한 가이드도 아니고 멋진 칼라 사진이 들어있는 화려한 책도 아니고 유려한 필체로 사람을 홀리는 글이 있는 여행기도 아니다. 더구나 1만원이라는 책값은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 책 안에 든 한 젊은이의 유쾌하고 즐거운 여행은, 그 이야기는 읽는 내내 날 웃음 짓게 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전혀 책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나도 함께 여행하고 함께 걸은 느낌이니 말이다. 또한 미래 어느 날, 10만원씩 20개월 적금 부어 꼭 다녀오리라... 맘 먹게 한 책이다. 난 중3 영어라도 하니, 이제 스페인어 조금 배우면 되는 건가. 뭐, ‘부엔 카미노!’ 한 마디만 알고 간 이 젊은이도 다녀왔는데, 나라고 못하랴... 또한 조카에게 읽어보라고 줄 책이다. 그 녀석이 다 읽고 뭔가 느끼는 게 있다면 그 가치는 무엇에도 비길 수 없으리...

이 책이 더 대단하게 다가오는 것은 단지 외국어 한 마디도 못하면서 고행의 800 킬로 여행을 해서만이 아니다. 일단 글 자체가 너무나 솔직하고 진솔한 데 그 매력이 있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 하나가 나와 함께 여행을 하는 느낌... 바로 그 느낌이었다.

이 책에는 잘 보이려고 꾸미고 멋 부리는 대목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어떤 때는 바보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 보인 젊은이의 멋... 바로 그 멋이었다.

또한 곳곳에 드리워져 있는 유머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 짓고 깔깔대고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바로 그 힘이었다.

젊은 날, 한번 꼭 해봐야 할 여행, 그것이 바로 이 <산티아고로 가는 길>에 있었다. 무모하고 힘들어 보이는 여행이 사실은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해주는 여행, 그게 바로 이 여행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풍경으로만 말해주는 길이 아니고 그 길을 걷는 동안 우리 마음속에 그려지는 길,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행복’이 뭔지 알려주는 그 길일 것이다.

‘산티아고, 고마워. 다시 올 때까지 무사히 있어라!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나를 위하여,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리고 이미 걸었던 사람들과 앞으로 걸을 사람들을 위하여. 부엔 카미노! 웃으며 돌아섰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끝났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많으니까 다시 힘을 내야 한다. 신발을 고쳐 신고 다시 걷는다. 무모한 여행은 계속되는 것이다.’

산티아고~! 기다려~! 나도 곧 가줄게~! 증.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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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2007-03-06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예요...^^

진달래 2007-03-07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개월 적금 부어서 함께 가실래요? ^^
언제 갈까요?
 
화의 심리학 - 성공하는 사람은 화내는 법이 다르다
비벌리 엔젤 지음, 김재홍 옮김 / 용오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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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벌리 엔젤은 화와 학대, 여성, 인간관계 문제에서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는 심리치료사라고 한다. 미국과 캐나다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고 ‘악용’, ‘감정적으로 악용하는 관계’, ‘여성들의 지혜’, ‘사과의 힘’ 등, 화와 관련해 다방면의 저서를 내놓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가족, 친구, 연인, 동료 그리고 그냥 어쩌다 지나치는 사람과도 쉽게 관계가 악화돼 싸움을 하게 되거나, 화를 내게 되기도 한다. 또는 친한 사람이었는데, 한 번의 화로 영영 이별을 하는 경우도 있고, 매일 보면서 매일 박 터지게 싸우는 부부도 있다. 또 좋게 만났다가 꼭 싸움으로 끝나는 모임도 있고, 또는 가볍게 삐진 게 깊디깊어져 나중엔 인연을 끊게 되는 경우도 있다. 성인군자가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화를 안 내고 살 수도 없다. 현명한 사람들의 경우엔 간혹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화를 진정시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제대로 화를 내고 제대로 화를 푸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 모든 경우의 원인과 대처방안 등이 바로 이 책에 들어있다. 왜 화를 내는지, 화를 내면서도 자신이 화내는 줄 모르는 사람에게도 그 원인을 알려주고 각자에 맞는 해결방법을 알려준다. 사실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는 객관화하기가 좀 어려웠다. 어느 정도는 내가 다 갖고 있는 성향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보기 위해 나를 끼워 넣지 않고 객관적으로 책을 보려고 애썼다. 

일단 이 책의 1부에서는 자신의 분노 성향과 유형이 어떤지 알아볼 수 있다. 주변에 내게 화로 인해 해를 끼치는 사람들의 경우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일단 자신의 또는 주변인의 분노성향과 유형을 알아냈으면 그 분노성향을 바꿀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분노성향을 바꾸면 화를 긍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3부에서는 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승화시킬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내 화를 제대로 내고 나면 상대의 화도 존중해주고 서로 용서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어느 한 성향에 또는 두, 세 성향에 속할 수도 있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나는 어떤 성향인지 여러 가지 예를 통해 설명해놓았기 때문에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공격적 분노성향, 수동적(혹은 회피적) 분노성향, 수동 공격적 분노성향, 투영 공격적 분노성향 등이 있는데, 대부분은 내게서 또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향들인데, 투영 공격적 분노성향은 알아채지 못하고 있던 성향이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공격적 분노성향엔 분출형, 격노형, 비난형, 통제형, 학대형이 있고, 그런 성향에 속하는지 예문이 있다. 수동적 분노성향의 유형엔 부인형, 회피형, 대체형, 자책형이 있다. 수동공격적 분노성향은 몰래화내기형 탈출 전문가형, 삐침형, 가장형으로 자신이나 타인이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투영 공격적 분노성향의 유형을 보면, 복화술사형, 무고한 피해자형, 자석형 등이 있는데, 아주 흥미로운 경우들이었다.

2부에서는 분노성향을 바꾸기 전략으로 들어간다. 구체적으로 전체에 해당하는 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다.
1단계는 건강한 화가 어떤 것인지 배우고,
2단계는 분노성향의 연원을 찾고,
3단계는 자신의 분노 이야기를 쓰고,
4단계는 병적인 분노성향 뒤에 숨은 감정을 알아내고,
5단계는 효과적인 의사표현을 배우고 적극성을 키우고,
6단계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7단계는 분노관리 기술을 익히고,
8단계는 묵을 화를 풀고,
9단계는 분노성향을 바꾸려했던 이유를 기억하기 등이다. 

각 성향별로 4~7단계 정도로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각자 자신에 맞는 성향을 찾아 자세히 읽으면 좋을 것 같다.

3부의 화의 극복과 승화에서는 일단 상대의 말을, 화를 듣기를 조언한다. 상대의 좋은 의도를 의심하지 말며, 중립성을 지키고, 상대 입장에 서서 열린 가슴과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라고 충고한다. 갈등을 피할 수는 없으니, 공정하게 싸우는 법을 배우고, 때로는 사과의 힘이 모든 화를 무장해제할 수도 있고, 자신과 다른 분노성향을 보이는 사람의 경향을 파악해 대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우리는 화를 더 건강하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다루는 법뿐만 아니라 화를 버리는 법도 배워야 한다. 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감정이다. 그것은 변화를 향한 동기를 제공하고, 역경에 맞설 힘을 주면, 고통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화에 갇혀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나와 상대를 위해서 용서가 필요한 것이다.

‘용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해심이다. 용서를 하려면 상대의 행위를 해로운 것으로 인정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이해심을 품어야 한다. 자신에게 가해진 해로운 행위가 깊은 고통에서 나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면 측은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 같은 연민은 피해자의 역할을 벗어나 상대의 외적인 행위를 넘어 가슴속을 들여다보게 한다.’

화에서 용서까지 모두 어우르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간혹 개인의 많은 문제의 원인을 어릴 적에 겪었던 가정에서의 부모님 성향(학대, 비난, 폭력, 성추행 등등)으로 돌리는 경우는 완전히 공감가지 않았으나, 많은 부분 이해와 원리의 차원을 넘어 실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건강한 화내기 그리고 풀기’의 교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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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2007-03-06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화내기...
배워야겠네요...^^

진달래 2007-03-07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화내고 제대로 풀어야겠더라구요...
많이 배웠어요. 이 책 읽으면서... ^^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 되풀이되는 연구 부정과 '자기검증'이라는 환상
니콜라스 웨이드.윌리엄 브로드 지음, 김동광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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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황우석 사태를 겪을 때, 그때 난 사실,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았다.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친 황우석의 변명도 진실을 밝힌 PD수첩의 방송도 거짓을 폭로한 연구원의 설명도 뒤이은 사건조사 진상도 말이다. 개인적인 연유도 있었고 그 사건 자체가 모두 거짓말로 점철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부정하는 사람도 진실이라고 밝히는 사람도 모두 못 믿게 되는 거짓말 덩어리 같았다. 사건이 그쯤 되면 개개인, 단체, 사회, 국가 할 것 없이 모두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얽혀있기 때문에 도대체 뭘 믿어야 할지, 뭘 버려야 할지 알 수 없게 되는 거짓말의 구조 때문에도 그렇다. 황우석이라는 수퍼스타가 나타나면서 그에 관한 영웅적인 책들이 봇물을 이를 때도 그 내막을 믿지 않았던 건 내 자신, 그런 미디어적인 수퍼스타들에 대해 원래 시니컬한 성격 탓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내게 과학 세계를 좀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어떻게 그런 사기가 가능할까, 더구나 객관성과 검증성의 보고로 알려져 있는 과학에서, 그 사기의 결과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등등 의문점을 갖고 있던 차에 이 책은 마치 가뭄에 단비처럼 시원하게 과학이라는 전체 구조 안에서 이런 진실 배반 사태를 원인과 과정, 그리고 그 깊은 내막까지 좀 더 명확하게 보게 해주었다. 과학 전문 잡지의 기자들답게 글은 대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으며, 많은 예문과 설명, 분석은 마치 긴박한 추리 형사물 한 편을 읽는 듯 흥미진진했다.

모두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조작이나 기만이 벌어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반복이 보이기도 하지만, ‘썩은 사과’로 치부하며 한 명의 과학자의 정신 상태나 처한 환경문제로 축소하려는 현 과학계의 의도와는 달리, 전체적으로 과학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과학의 세계와는 실제로 어떻게 다른지, 과학의 본질부터 우리의 지각을 깨우며 실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분석하며 해결책까지 제시하고 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은 그 논리적 검증의 진실성으로 성스러운 것이며,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인 것으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서문에서도 밝히듯이 저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은 대부분 ‘교과서의 과학’이며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과학은 ‘언론의 과학’이라는 것이다. 모든 과학이 검증되고 중요한 진리의 발견이라고 믿고 있는 일반인에게 상당 부분의 과학이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쉽게 잊혀진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다.

보통 생각하는 전통적인 과학은 논리, 재연, 동료평가 그리고 객관성으로 무장된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저자들이 제시하는 수많은 예들은 과학구조가 추론과 상상, 직관, 창의성 등 얼마나 비합리적이며 수많은 날조와 기만, 변조와 표절 등 사기가 가능하고 또 조장하는 제도로 되어있는지 보여준다. 원데이터를 조작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이나 이론에 유리한 것들만 고의든 무의식적이든 추출하거나, 필요성이나 유익성으로 대변되지 않는 재연, 엘리트 집단에게는 무사통과되는 면제 등등은 과학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즉 첫 발견만이 중요하고 대우 받는 과학 사회, 비민주적인 연구실내의 계층구조, 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한 논문의 공저, 경력을 늘이기 위한 양적으로만 방만한 연구 목록, 야망을 위해서 진리를 포기하는 연구원 등등이 그 예들이다.

위대한 과학자들조차 관찰을 소홀히 하고서 자신의 생각대로 수치를 기입하거나, 남의 연구를 차용하거나, 더 빠른 결론을 얻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는 등의 기만행위를 저질렀으며, 자신의 출세를 위해 남의 논문을 표절해 중요하지 않고 발각될 염려가 없는 잡지에 수없이 게재해 화려한 경력을 쌓고, 연구 재연이 불필요하거나 어려운 이유를 이용해 연구를 조작하고, 원칙을 무시한 엘리트주의나 관료주의의 폐단, 자신의 진실성을 믿으면서 보고 싶은 대로 보고, 국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리를 몰고 가고, 사기꾼들에게 더 잘 속는 과학자들의 속성까지 전체 과학 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연구실내의 착취 구조가 조작을 부추기고 잘못의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성과만 챙기는 공동저자들, 선취권 경쟁에서 무명의 연구원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싸움을 하려면 얼마나 외롭고 끈질긴 싸움을 해야 하는지, 때로는 정치에 이용되는 과학의 약점, 객관성으로 위장하는 도그마 등등, 과정과 결과를 보고 나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과학 세계는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이며 조작에 얼마나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지 알게 된다. 

변호사는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의로운 자이고 의사는 병든 사람을 치료해주는 기술을 가진 자라고 믿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이 모든 성스러운 일이 하나의 단순한 직업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과학자는 이 세상의 진리를 발견하는 자라고 믿고 있던 우리에게 이 책은 과학자도 결국 ‘직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러한 기만행위와 과학 구조간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면서 저자들은 그 해결방법으로 일단 이런 기만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관행이나 일반적인 문제로 보지 않는 과학세계가 갖고 있는 전통적인 이념을 제가하는 것이 기만행위의 제거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오랜 과거부터 과학은 인간이 두 가지 목표를 위해 분투해온 무대였다. 그것은 세계를 이해하고 다른 한편 그 이해를 위해 기울이는 개인적 노력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의 이중성은 과학이라는 사업의 토대에 깔려있다. 이러한 이중적 목적을 인정할 때 비로소 과학자들의 동기와 과학자 사회의 움직임, 그리고 과학 그 자체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서 열거한, 기만에 빠지게 만드는 모든 요소(명예, 야망, 출세주의, 선취권 경쟁, 공유제도, 엘리트에 대한 면제)들을 열거하면서, 기만행위를 방지하는 길로는 적발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무엇보다 유혹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엘리트 연구기관의 젊은 수퍼스타들에 대해 경계하고, 과학이 공적으로 배분되어야하는 시도로 주요한 공헌을 했을 때만 공저자로 표기하고 공저자로 표기되었으면 그 결과도 함께 책임지는 것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경쟁에서 이기고 과도한 압박으로부터 특히 속임수를 쓰는 의학연구 부문은 가장 시급하게 개혁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았고, 그 가치를 인정도 받지 못하는 대다수의 과학 논문의 과잉생산을 막아야 할 필요성을 든다. 게재료를 받고 엄격한 심사 절차도 거치지 않고 게재해주는 잡지사의 관행을 줄이고 양보다 질을 강조해서 무조건 긴 논문목록이 아니고 과학자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인용빈도분석으로 진가를 평가하는 방법도 있고, 과학 공동체의 규모가 지금보다 더 작고 자격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해결법을 제시한다.

저자들이 결론적으로 말하는 부분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점으로 보인다. 과학자를 보다 회의적으로 볼 것이다. 좀더 현실적인 태도가 대중과 과학자 모두에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과학에 대한 적절한 이해는 과학자 자신부터 시작해야 하며 지적 창조에서 과학과 기타 활동이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 (...) 과학은 지식의 추상체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해이다. 과학은 진리를 헌신적으로 따르는 충복이 자연에 대해 이상화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의 미덕으로 찬미되는 온갖 성질뿐만 아니라 야심, 긍지, 욕심 같은 평범한 인간의 열정에 좌우되는 인간적 과정이다. (...) 기만행위가 과학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만이 과학과 과학자의 진정한 본성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9장의 표절을 알리고자 노력했던 무명의 젊은 여성연구원의 일화는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경과를 거쳐 전모가 밝혀졌는지,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마치 반전을 기대하는 형사물 같이 긴박한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주었고, 11장의 IQ에 대한 시작과 어떻게 인종차별의 편견으로까지 대대적으로 이용되었는지 알려준 사연은 유난히 흥미로웠다. 

이젠 황우석도 좋게 나쁘게를 떠나서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한편, 서울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아기를 여러 차례 시술받으면서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혹시나 도둑맞았을지도 모르는 언니의 난자를 생각하면서, 만약 황우석이 정말 성공했더라면... 이렇듯 씁쓸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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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3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달래 2007-03-0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내내 일했어요... 지겹도록요. 그래도 하나 마치고 나니 뿌듯하네요. ^^;;
정말 감사해요~ 아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