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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ㅣ 에세이 작가총서 96
정민호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07년 1월
평점 :
사람마다 여행을 떠나는 목적도 여행을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여기 한 젊은이, 책만 열심히 읽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무모해보이기만 하는 산티아고로... 외국어도 제대로 못한다면서 그것도 남들과 함께 하는 배낭여행도 아니고 무작정 걸어서 산티아고로 말이다.
그.런.데, 그 여행이 그토록 아름다운 여행이었을 줄이야...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세세한 가이드도 아니고 멋진 칼라 사진이 들어있는 화려한 책도 아니고 유려한 필체로 사람을 홀리는 글이 있는 여행기도 아니다. 더구나 1만원이라는 책값은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 책 안에 든 한 젊은이의 유쾌하고 즐거운 여행은, 그 이야기는 읽는 내내 날 웃음 짓게 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전혀 책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나도 함께 여행하고 함께 걸은 느낌이니 말이다. 또한 미래 어느 날, 10만원씩 20개월 적금 부어 꼭 다녀오리라... 맘 먹게 한 책이다. 난 중3 영어라도 하니, 이제 스페인어 조금 배우면 되는 건가. 뭐, ‘부엔 카미노!’ 한 마디만 알고 간 이 젊은이도 다녀왔는데, 나라고 못하랴... 또한 조카에게 읽어보라고 줄 책이다. 그 녀석이 다 읽고 뭔가 느끼는 게 있다면 그 가치는 무엇에도 비길 수 없으리...
이 책이 더 대단하게 다가오는 것은 단지 외국어 한 마디도 못하면서 고행의 800 킬로 여행을 해서만이 아니다. 일단 글 자체가 너무나 솔직하고 진솔한 데 그 매력이 있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 하나가 나와 함께 여행을 하는 느낌... 바로 그 느낌이었다.
이 책에는 잘 보이려고 꾸미고 멋 부리는 대목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어떤 때는 바보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 보인 젊은이의 멋... 바로 그 멋이었다.
또한 곳곳에 드리워져 있는 유머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 짓고 깔깔대고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바로 그 힘이었다.
젊은 날, 한번 꼭 해봐야 할 여행, 그것이 바로 이 <산티아고로 가는 길>에 있었다. 무모하고 힘들어 보이는 여행이 사실은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해주는 여행, 그게 바로 이 여행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풍경으로만 말해주는 길이 아니고 그 길을 걷는 동안 우리 마음속에 그려지는 길,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행복’이 뭔지 알려주는 그 길일 것이다.
‘산티아고, 고마워. 다시 올 때까지 무사히 있어라!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나를 위하여,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리고 이미 걸었던 사람들과 앞으로 걸을 사람들을 위하여. 부엔 카미노! 웃으며 돌아섰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끝났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많으니까 다시 힘을 내야 한다. 신발을 고쳐 신고 다시 걷는다. 무모한 여행은 계속되는 것이다.’
산티아고~! 기다려~! 나도 곧 가줄게~! 증.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