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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ㅣ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를 통해 먼저 리뷰를 올렸기에 이번엔 이 책을 보고(! - 많은 아름다운 정원 사진) 읽고 느낀 개인적인 감상만을 적기로 하겠다. 즉, 이 리뷰는 책에 대한 리뷰라기보다는 내 개인적인 삶과 연관된 하나의 스토리이기 때문에 책에 대한 객관적인 리뷰를 바라는 분께는 읽지 마시라고 부탁드린다. 읽고 나서 “뭔 잡소리야?”라는 소리는 듣기 싫기 때문이다. 굳이 리뷰로 올리는 이유는 내 마음의 ‘결심’을 광고하는 셈이다.
어차피 책은 앞의 책이나 실린 내용과 사진이 거의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따로 리뷰는 별 소용이 없다고 본다. 한 책은 타샤 튜더가 직접 쓰고, 또 다른 책은 다른 원예사 친구가 쓰긴 했지만, 내용은 정말 비슷하다. 물론 글이나 사진이나 아름답기는 매한가지지만, 두 권이 무척 닮은 건 부인할 수 없다. 1+1을 기대하는 친구들의 욕심이 좀 크긴 하지만 정말 그래도 될법한 책이다. 두 권 중 한 권만 보고 또 읽어도 그 느낌은 그대로 다 전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권 다 구입하면 좋지만 정말 구입하고 싶은데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게 난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를 권하겠다. 만약 이 책을 먼저 봤다면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이 책을 권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 책을 보고 나서 시골에 가서 살고 싶은 내 마음은 점점 더 강해졌다. 물론 난 타샤 튜더처럼 부지런한 사람도 아니고 정원 가꾸기에 일가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시골에서 자랐고 이제 다시 시골에 가서 살고 싶은 것뿐이다. 남편도 없고 새끼도 없는 난 거칠 것도 없고, 도시에 살만큼 머니가 많은 것도 아니다. 비싸기 이를 데 없는 도시의 아파트가 살기 편한 건 동의하는 바이지만, 난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도 굳이 아파트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물론 현재의 내 능력에 도시에 있는 아파트 구입은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몇 년씩 내 젊은 날의 삶을 저당 잡혀가며 아파트 한 채 구입할 머니를 모을 생각도 없다. 그렇게 해서 산 아파트 한 채가 과연 내게 젊은 날 일만 하며 보낸 세월을 보상해줄까. 그만큼 큰 행복을 줄까. 자신할 수 없다.
몇 년 전부터 난 계속 언니한테 시골에 가서 살자고 했었다. 혼자 살기는 자신 없고, 함께 곁에 살면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언니도 그땐 애기가 없었고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할 정도로 언니는 시골을 좋아했으니까. 생각 같아선 시골로 내려가 공동 주택 같은 걸 지어서 독립적이기도 하지만 함께 살면 어떤가 하는 공동체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애기가 생기자 언니는 애기 교육 때문에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난 교육도 나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뭐가 달라졌느냐고 하지만 언니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이젠 나 혼자라도 시골로 내려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골에서도 내 할 일은 있다. 머니가 많이 벌리는 일은 아니지만 내가 도시에서 부자가 되려고 현재의 삶도 잊은 채 아등바등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끝도 없는 머니, 일에 대한 욕심을 부리느라 봄이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고, 아지랑이 피는 것도 한번 못 보고, 꽃이 어떤 빛깔을 내는지, 비바람에 나무가 어찌 흔들리는지, 낙엽이 발밑에서 어떤 이야기를 속삭이는지도 모르고 살기는 싫은 것이다.
타샤 튜더 할머니는 자신의 일상의 기쁨을 만들며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다. 사람이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데 그렇게 많은 머니가 필요할까.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삶을 탕진할 필요가 있을까. 타샤 튜더 할머니의 삶과 정원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난 할머니처럼 19세기 풍의 드레스를 입고 화덕을 피우며 요리를 하고 염소를 키워 치즈를 얻고 베틀에 앉아 천을 짜고 싶은 생각은 없다. 화덕도 염소도 베틀도 30만평도 내겐 정말 오바다. 그저 시골에 작은 집 한 채, 앞마당에 꽃 가꾸고 뒷마당에 채소 심고 울타리에 내가 좋아하는 과실수 몇 그루 심는 게 내가 원하는 바다. 타샤 튜더 할머니처럼 30만평도 아니고 화덕도 아니고 베틀도 아닌데 그까짓 거 못 할 거 뭐 있어? 햇살 좋은 날, 마당에 평상 하나 놓고 늘어져 책보다 하늘보다 구름보다 지나가는 바람이 전해주는 소식도 들으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런 게 내겐 일상의 기쁨이고 행복일 게다. 타샤 튜더 할머니가 할머니의 삶과 정원을 통해 가르쳐 준 것은 그게 단지 꿈이 아닐 뿐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언니는 안 읽은 책이 없고 안 본 영화가 없고 모르는 식물, 꽃이 없다. 그런 언니가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며 꽃마다 코멘트를 하고 지나간다. 그러다 말한다. “야, 여기 번역 이상하다. 이거 앵초 아냐... 복수초야.” 난 앵초건 복수초건 중요하지 않다. 예쁜 꽃이란 게 중요한 거지... 근데 아무래도 시골 갈 때 언니를 데리고 가야 꽃을 제대로 가꾸며 살 텐데...
사실 우리 큰 조카가 꿈 깨는 소리를 하긴 했다. 절대로 자기 엄마한테 세자매가 시골 가서 함께 살면 안 된다고 했다나. 만약 셋이서 한 집에 그렇게 살게 되면 자기 엄마인 큰 언니는 만날 부엌에서 밥하고 음식하고 설거지하고 큰 이모는 만날 정원에서 꽃 가꾸며 채소 가꿀 거고 막내 이모는 만날 책만 볼 거라고 했다나 뭐라나... 막내 이모? 그거,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