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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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에서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정희 선생님의 책을 이제야 만났다. 한국문학을 좋아한다는 말도 다 뻥이라고 해도 정말 할 말이 없다. 웃긴 건, 80년대, 90년대에 한국문학 책을 많이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땐 선생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 책방은 물론이고, 도서관도 헌책방도 꽤 많이 돌아다닌 시절이었는데도 어디서도 그 이름을 본 기억이 없다. 이 책도 나온지 십년이 지났는데, 최근에야 이름을 들었으니 말이다.

모두가 못 살고 모두가 힘든 시절, 남매는 엄마가 집을 나가자 아버지 손에 이끌려 외가댁도 전전하고 큰 집도 전전한다. 친척들 집에서 천덕꾸러기로 구박을 받고 언어폭력에 시달려도, 남매는 굶지 않고 그럭저럭 살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집도 얻어놓았고 아이들을 길러줄 새엄마도 올 거라며 아이들을 데려간다. 여러 집이 세 들어 사는 곳에 방 한 칸에 연탄, 석유곤로를 사용해도 아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있을 수 있고 학교도 다닌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노랗게 물들인 새엄마는 어느 날, 아버지가 공사장에 간 사이 사라져버린다. 아버지는 새엄마를 잡아오겠다고 떠나고 아이들만 남게 된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나락으로 떨어져간다. 나름 성숙한 누이라고 허약한 남동생에게 밥도 해먹이며 엄마 노릇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세상이란 아이들만이 헤쳐 나가기엔 너무 힘겨운 곳이고 또 아이들이 짐작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부지기수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은 안집할머니의 말씀처럼 그런지도 모르지만.

‘인생살이가 소꿉놀이 같아. 한바탕 살림 늘어놓고 재미나게 살다 보면 어느새 날이 저물어오지. 그러면 제각각 놀던 것 그대로 그 자리에 놓아두고 제집으로 가버리는 거야. 사람 한평생이 꼭 그래.’

어려웠던 시대상과 불완전한 가정, 또한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여,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 등이 소소한 일상과 함께 삶의 이면을 보여준다. 인생의 쓰디쓴 모습이랄까.

우주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되라고 우미라 하고, 우주에서 제일 멋진 남자가 되라고 우일이라 이름 지어진 남매가 다 비워내고 새가 되는 이야기라고 하면 좀 억지일까. 아니, 어쩌면 그때나 지금이나 인생의 비극, 그 이유는 단 하나인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돈을 벌지 못해 가난해지면 여자들을 때리고 아이들을 내던진다.’ 우미의 엄마도 처음에 집을 나간 건 아버지한테 맞아서였다. 아버지가 새 살림 장만을 하느라 장에서 돈을 쓰자, 어린 나이에도 아이들은 ‘아버지가 지갑을 열 때마다 안타깝게 줄어드는 돈을 보며’ 한숨을 쉰다.

‘이 세상에 한 번 생겨난 것은 없어지는 법이 아니라고, 먼 옛날의 별빛을 이제사 우리가 보는 것처럼 모든 있었던 것, 지나간 자취는 아주 훗날에라도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나타난다고 연숙아줌마는 말했었다.’ 우미, 우일이라 이름지어 그렇게 부르던 목소리가 왜 이제사 우미에게 들리는가. 우일이 따라 다 비우고 새가 되려는 찰나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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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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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로 단번에 반해버린 정이현의 단편집이다. 나이 서른 즈음에 겪는 기가 막힌 연애 심리를 보여준 이 작품을 무릎을 치며 읽었다. 때론 달콤한 낭만이 때론 씁쓸한 현실이 함께했지만, 책을 읽으며 주인공 오은수와 함께 연애를 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공감했다고 할까. 다른 친구들은 연애보다는 의외로 현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고 애쓰는 오은수에 더 공감했던 것 같다. 여자 나이 서른 즈음이라는 게, 가정 안에서, 직장 안에서, 이 사회 안에서 참 불안정한 위치니까 말이다.

이 단편집에는 <타인의 고독> <삼품백화점> <어금니> <오늘의 거짓말> <그 남자의 리허설> <비밀과외> <빛의 제국> <위험한 독신녀> <어두워지기 전에> <익명의 당신에게> 등 모두 열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현 시대상을 함께 자세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훑어본 느낌이다. 대다수의 작품 결말은 안정, 안주 그런 것이었지만, 평안함이나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마음속 한 켠에 지나간 아픔, 공포 또는 비밀 같은 것을 나의, 내 가족의 이기를 위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극적 결말보다 더 불안하고 당황스러운 안정적인 끝, 그 끝은 앞으로 남은 생에 대한 또 다른 불안과 비극의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것이 또한 우리의 인생 아니겠는가. 끝없이 반복되는 불안과 잠시의 안정, 그 안정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나만의 비밀, 불안 말이다. 연애 얘기보다 한층 깊고 다양하게, 사회적인 사건이나 현대성을 보여준 정이현, 우리 사회를, 우리 모두의 이기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인간의 불안을 현실적으로 날카롭고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것이 현실인 것이다. 

‘우리 부부는, 우리는, 여전히 침대의 양 끝단에서 잠을 잤다. 훼손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긍정적인 안주다. <어두워지기 전에>
‘남편이 다정하게 잔을 부딪쳐왔다. 아마도 나는, 나와 영원히 화해하지 못할 것이다.’ 부정적인 안주다. <어금니>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진정한(!) 진정성은 어쩌면 <오늘의 거짓말>에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출근해서 남의 주민등록증과 이름으로 아이디를 만들어 상품 후기를 거짓말(!)로 작성하는 주인공은 결국 머니를 벌기 위해 거짓말로 산다. 하지만 자신의 거짓말을 믿고 러닝머신을 산 윗집에 사는 그분은 누군가를 너무 닮았다. 그래서 알고 싶다. 정말 그분이 그분인지. 스무 개도 넘는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하는 직장을 그만 두는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이디로 러닝머신의 진정한 리뷰를 작성한다. 그리고 노인에게 편지를 쓴다. 물론 부치지 않을 편지지만 주인공은 묻는다. “당신, 도대체 누구야? 나는 왜, 당신이 아직도 여기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왜.” 주인공은 그간의 거짓말을 접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녀의 마지막 바람이다. ‘그럼 나는, 저 미지의 1979년에 대하여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될까? 1979년 7월 7일 서울의 대기 온도와 바람이 불어오던 방향, 바람의 속도 같은 것들. 1979년 7월 7일생의 불완전한 거짓말, 진짜 비밀의 공포에 관하여.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작품들 모두 각각의 색깔이 있었고 흥미로웠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은 <삼풍백화점>이었다. 우리 기억에 참 쓰라린 사건으로 남아있는 삼풍백화점 붕괴에 얽힌 얘기를 작가는 주인공인 나와 R의 우정(!)으로 담담하게 끌어나가고 있다. 그 시대도 그 시대에 평범하다면 평범했던 주인공도 삼풍백화점 붕괴를 겪었고 이젠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위험한 독신녀>에서 서른여덟의 주인공이 맞선남을 두 번째로 만나는데, 한 살 연상의 남자가 탐색 모드를 가동한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생각한다. ‘끝이 두려워지는 문답이었다. 그러나 결혼 경력이 없는 서른아홉 살의 총각이 흔한 것은 아니었다.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괴롭지는 않았다.’ 나 같으면 그래도 괴로웠을 것 같다만 그게 현실이라 받아들여야 한다니…   

<어두워지기 전에>에서 단적으로 보여주는 정이현식 현실이다. ‘문은 결국, 열리거나 닫힌다.’  되도록이면 정이현의 현실이 앞으로도 계속 인간과 세상을 향해 열리는 문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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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개
양쯔쥔 지음, 이성희 옮김 / 황금여우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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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편의 위인전을 본 듯하다. 6백70여쪽의 이 두꺼운 책을 끝냈을 때, 내게는 아직도 티벳 초원의 사자개가 으르렁거리고 달리고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인간보다 더 영리하고 의리를 지키고 충성을 다하는 사자개. 그들의 생각과 행동엔 분명 영웅적인 면이 있었다. 하지만 두꺼운 책을 좋아하는 나도 5백여쪽이 지나가자, 살짝 반복도 느껴지고 좀 지루해지기도 했다. 전체적으로는 즐겁고 그다지 어렵지 않은 독서였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유쾌하게 의인화된(!) 동물 세계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긴 그 동물이 보통 동물이냐고… 다름 아닌 사자개의 이야기이니 말이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과 지명 그리고 음식 또는 예절 같은 것들이 두 번, 세 번 살펴보게 하며 시간을 잡아먹기도 했지만 그것은 또한 이국적 문학의 매력이기도 했다. 앞부분에서는 읽어가며 연속 등장인물들을 돌아보며 읽었지만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곧 개들의 이름도 인명도 모두 쉽게 머릿속에 그 느낌이 떠올랐다. 

사자개는 원래 야수였는데, 어느 때부터 티벳의 고원에서 인간들과 짐승들을 야생의 금수들로부터 지켜주는 개라고 한다. ‘몸은 나귀만 하고, 성질이 사납고 목소리가 우렁찬 것이 마치 사자와 같다’고 한다. 책에 그림이 있는데, 털이 북슬북슬한 것이 꼭 개와 사자를 모두 닮았다. 이야기는 티베트를 강제합병 하기 직전의 불안한 시대에서 시작한다. 유목민에다 다민족이니 이를 통합하기 위해 각 지구마다 한족을 보내 동태를 살피게도 한 때였다. 한짜시(한족의 상서로운 사람)라고 불리는 나레이터의 아버지는 기자의 임무를 띠고 시제구로 가다 사자개를 이끌고 있는 샹아마의 아이들을 만난다. ‘천국의 과일’이라는 땅콩을 준 인연으로 아이들과 사자개(사자개의 주인공격인 깡르선거)는 시제구로 들어오게 되는데, 한짜시는 두 부족이 몇 세대 전부터 철천지원수였던 것을 모른 채였다. 샹아마에 유령들이 떠돈다고 그곳을 떠난 아이들과 깡르선거는 갈 곳이 없었던지, 계속 시제구의 영지견들과 마주치고 결국엔 붙잡혀 원수의 아이들을 복수하기 위해 ‘손 자르기’ 형벌이 가해질 참이었다. 한짜시와 시제구사의 승려들은 아이들의 손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을 빼돌리나 결국 들키고… 그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과 논쟁, 그 사이로 시제구를 지키는 영지견들과 깡르선거, 또한 샹아마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무속인이 어마어마한 무기로 키운 당샹나찰 등의 만남과 전투가 계속된다.       

‘발생한 위험을 즉각 해결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영지견 사자개의 치욕인 것이다. 사자개들은 치욕 속에서는 절대로 살 수 없다. (...) 그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충성과 희생이며, 모든 동물을 월등히 앞선다는 명예, 인류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용기이다.’ 그 와중에 사자개들과 얽히고설키게 된 한짜시는 사자개들의 성품과 위엄에 매료당하고 사랑하게 된다. 

‘사자개들은 말만 못 한다 뿐 무엇이든 다 알고 있는 듯 했다. 정말 희한한 건 사람보다 더 사람 말을 잘 알아듣는다는 거였다.’ 양의사인 메이둬라무도 사자개들을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또한 먹이를 얻기 위해서만 싸움을 하는 늑대와는 달리 ‘사자개가 살아가는 목적은 먹이를 포함한 어떤 실리적인 목적도 초월한다. 늑대 떼들과 혹은 낯선 사람들과, 야수들과 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절대 배가 고파서가 아니다. 심지어 자신의 생존과 식욕과 전혀 관계가 없을 지라도 인간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의리 때문에, 천막집과 영지의 안전을 위해 싸웠다.’

그에 비하면 인간은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다. 인간이 인간에게 인간들이 어떤지 알려주는 대목이 있다.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그래? 시제구 초원하고 샹아마 초원의 갈등은 역사가 깊다구. 아주 아주 깊어. 너무 깊어서 이제는 누가 맞고 누가 그르다고 할 수도 없을 정도야. 너 이거 알아? 부락간의 전쟁은 초원 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야. 초원의 역사는 부락 간의 전쟁의 역사라고. 싸움이 없으면 부락도 없고, 초원도 없어. 손 자르기? 그것 말고도 발 자르기, 귀 베기, 코 베기, 심지어 산채로 가죽 벗기기, 머리 자르기 이런 일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구. 옛날에는 별것도 아닌 일이었어.”

야수보다 더 용맹하고 집 지키는 충견보다 더 충직한 사자개는 늘 늑대와 비교가 된다. ‘늑대는 자기 배를 신으로 삼고, 평생 배불리 먹기 위해 산다. 사자개는 도를 하늘로 삼는다. 그들의 전투는 이미 식욕의 저급한 차원을 벗어났으며 ‘충성과 신성한 정의, 직책을 위해서’라는 정신력을 보여준다.’ 개에게서 인간보다 더한 인간성을 발견하는 아버지, 한짜시에게 이런 사자개는 영웅이었다. 인간보다 더 영웅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자식을 빼앗기게 생기자, 백사자 까바오썬거는 자기 새끼를 잡아먹는다. ‘내가 사랑하는 대상은 다른 이가 사랑할 수 없다. 자기가 미워하는 대상은 물어 죽이고 잡아먹는다.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도 물어 죽이고 잡아먹는다. 왜냐하면 사랑은 소유니까. 다른 사람은 절대 소유하지 못하게 해야 하니까.’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개의 면모인 것이다. 개는 자기 새끼들에게 누군가 해를 끼칠 것 같으면 자신이 먼저 새끼를 둑인다. 그것을 인간의 관점으로 본다면 지독한 사랑의 감정에 따른 소유로 볼 수도 있겠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깡르선거는 시제구 영지견들의 대왕 사자개도 물리치고 자신의 주인인 샹아마의 일곱 아이들을 찾아가는데, 마지막 관문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송귀인 다츠가 살아있는 병기로 키운 당샹나찰과의 피할 수 없는 전투였다. ‘피하기는 하지만 물리지 않고, 퇴각하지만 속도의 변화가 없다. 누가 약자의 기지가 찬미를 받을 만한 행동이 아니라고 말했던가? 그는 번개가 치는 가운데 번개의 공격을 피해내고 있다. 광풍이 부는 가운데서 광풍의 세력을 피해내고 있다. 그는 사람이 탄복할 만한 영웅적인 기개는 없었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탄복하는 영웅적인 능력의 음혈왕 당샹나찰도 그의 앞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그로부터 시절은 변해 초원에서 강력한 힘을 가졌던 사자개들도 유목민들도 폭설 등의 자연재해와 문화대혁명 때 다시 부활한 부락간의 전쟁 등으로 인해 대다수 둑어 갔다. 하지만 사자개의 둑음도 무릅쓰고 타자를 보호하려는 충성심과 영웅적인 행동은 사람들 마음에 남았다. ‘그 고귀하고 우아하며 신중하고 위엄이 넘치는 사자개의 모습, 조금도 이기적이지 않고 타인만을 위하는 사자개의 품격, 대의를 지키는 늠름하고 용감한 충성스런 사자개의 정신은 한 번 바라만 봐도 평생 오매불망 잊지 못하게 된다.’ 양의사 메이둬라무가 리니마와 그녀의 애정행각을 다 보았던 어린 아이, ‘아오떠지’를 외치던 맨발의 소년 빠어추쭈와 결혼을 하는 설정은 좀 약해보이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불가능할 것도 아니다. 사랑이니까… 

덧붙임: 원래 늑대는 우리나라 평안도에서만 난 짐승이라 ‘늑대’는 한국 고유어라는데 이 작품에서 숱하게 사자개와 늑대를 대척점에 놓고 비교를 한다. 보통 서양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늑대는 사실 이리(wolf)라고 한다. 궁금한 건 한자어로 어떤 글자가 과연 늑대로 번역이 된 걸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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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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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난 곧 심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초기부터 드러나는 특이한 세상의 비인간적인 면에 거북하고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비인간적이라는 말은 잔인함이라든가 기계적이라든가 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이다. 이 책이 그리는 세계는 공산당의 독재도 아닌 것이 마치 꿀벌세계나 개미세계 같은 느낌이었다. 그곳에 등장하는 게 인간이라는 것만 다를 뿐이었다. 좋게 보면 고통도 슬픔도 없고 굶주림도 싸움도 없는 사회였지만, 어쨌든 철저히 통제되고 관리되는 인간들 그리고 사회의 모습이었다.

겉보기엔 평온하고 아무 문제없는 세상의 모습이었지만 그 문제없어 보이는 것이 바로 문제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책에서는 무슨 뜻인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책의 서두부터 나온 ‘임무해제’라는 말이 주는 섬뜩함이 정말 소름끼쳤다. 그 표현은 마치 모든 이들이 기다리는 즐거운 축제 같은 분위기를 끌어내려 했지만, 그 특이한 세상에서 그 말이 풍기고 있는 분위기는 무척 서늘했다.

만 열두 살을 앞둔 조너스는 미래의 직업을 위한 ‘직위’를 받을 생각에 미리 걱정을 한다. ‘기초 가족’을 이루는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과 살고 있는 조너스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사실 그렇게 이상한 것도 아니다. 마치 진학을 앞둔 수험생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처럼 미래가 걱정되는 것뿐이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가족이 저녁에 함께 서로의 느낌을 얘기하는 것이나 서로의 문제에 대해 위로를 하는 것이나 처음에 언뜻 보기엔 화목한 가정의 모습 같지만,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비밀을 갖는다거나 자기만의 세상을 갖는 개인성이 부정되어, 무의식 상태에서 꾸는 꿈조차도 모두의 앞에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 불편하기 짝이 없게 느껴진다. 이 사회에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식욕과 성욕일 텐데, 그마저도 치료 받아야 한다. 인간 사회에 자연스레 존재하는 기쁨과 슬픔 모두 평준화시키고 표준화시킨 사회였다. 

나이마다 매년 기념식을 해서 어떤 나이엔 위안물(장난감 인형)을 받고 어떤 나이엔 자전거를 받는다. 그러다 열두 살엔 직위를 받는 것이다. 물론 이 사회엔 일방적인 강요나 지키기 어려운 규칙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잘 관리되고 통제되는 사회답게 모두의 재능과 취향 그리고 능력을 고려해 직위를 받고 직위가 마음에 안 들 경우엔 청원을 할 수도 있고 위원회에선 최대한 각 아이를 지켜본 후에 직위를 주기 때문에 그 직위가 아이의 마음에 안 들 경우도 없다고 설명하고 있어 독자를 안심시키고 있다. 하지만 조너스가 ‘기억 보유자’라는 특수하고도 존경 받는 직위를 받자 이야기는 거침없이 그 본 모습을 드러낸다.

과연 모든 것이 평준화되고 표준화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완벽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사회의 입장에선 모든 일과 사람들을 통제함으로써 어떤 문제도 안 일어나므로 완벽한 사회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감정 없이, 어떤 선택도 없이, 심지어는 배우자를 선택할 수도 없고 아이도 주어지는 사회에서 사는 것이 과연 산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인간의 삶이 아니다. 무생물 세계에서 무의미한 한 개체로 태어나 한 시기를 생존하고 이후 소멸하는 것이 생존이 아니고 뭘까. 완벽한 통제사회에서의 생존이니 이보다 더 무서운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그들의 세상이 서서히 드러내는 비인간적이고 무생물적인 삶은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없다.

인간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려고 식량을 위해 날씨를 통제하기 시작하고 햇볕도 포기하고 차이를 없앰으로써 많은 것을 통제하게 된 사회는 대신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다. 모든 이의 선택과 기억은 이제 기억보유자에게 온다. 이전 기억보유자가 스스로 ‘임무해제’함으로써 용기와 지혜로 자신의 운명을 선택했듯이 조너스도 선택을 한다. 하지만 ‘임무해제’의 소멸로 나아가는 선택이 아니고 세상과 맞서 싸우기 위한 자유로의 선택이었다. 모두가 함께 공유하던 고통과 기쁨의 기억을 모두에게 돌려주려는 것이다. 조너스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어떤 파장을 가져올까. 그 사회는 변할까. 아니면 통제에 길들여진 인간들은 그 선택과 자유의 고통까지도 거부할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미래의 사회를 우리 누구도 확신할 수 없듯이.

사랑이라는 느낌을 좋아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너스는 그 사랑에 위험이 따른다는 것도 동시에 느낄 수 있기에 어떤 선택이 옳다고는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아직 사랑이 있었으면 해요. (...) 물론 그 방식으로는 마을이 잘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건 이해해요. 그리고 지금 우리 마을이 더 잘 조직되어 있다는 것도요. 어쩌면 사랑이란 살아가는 데 위험한 방식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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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역사,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
장장년.장영진 지음, 김숙향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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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학교의 교과과정에서 역사를 배운다. 역사적인 사실이 언제 일어났고, 왜 일어났으며 그 결과는 무엇인가. 보통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그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절대적인 사실 또는 진실이라고 말해지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우리는 그 사건만이 역사에서 중요한 건 아니라는 사실도 차츰 알게 된다. 역사의 뒤안길에는 사료를 목숨 걸고 지키는 사관도 있고,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역사학자, 새로운 유적지나 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도 있다. 그러다 보면 그 뒤안길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무수하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이라고 했던가. 또한 작은 우연 하나가 역사의 물길을 완전히 바꾸는 일도 있다.

그런 역사의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작은 이야기들이 여기 있다. 큰 역사라는 물줄기 곁에 함께 흐르는 작은 물길들이 바로 이 책안에 있다. 역사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역사적인 사건들과 함께 그 사건들을 유발시킨 상황,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과 그 인물들의 비밀이나 에피소드들 등이 함께 들어있다. 대부분 큰 역사적 사건들은 아는 것들이지만 새로 발견하게 되는 역사적 일들도 있고,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많다. 물론 추측이나 가정을 세운 것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

수많은 비밀스러운 인도의 석굴과 왕궁들, 바빌론의 공중정원의 신비함, 이집트에만 있는 줄 알았던 피라미드가 유럽에도 있고 아메리카 인디언이 만든 것들도 있다고 한다. 유명한 오줌싸개 동상에 얽힌 이야기와 엉덩이를 깐 청년들의 사진(!), 자유의 여신상에 얽힌 이야기, 베르사이유 궁전과 버킹엄 궁전에 얽힌 명승지 이야기는 무척 즐겁다. 모두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명승지들이다. 유적지 이야기로는 나치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참혹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들이 소름 끼치도록 사실적이었고, 사건의 진실에 등장하는 갖가지 이야기들은 역사의 뒤안길에 얽힌 많은 비밀(!)들을 알게 해주는 장이었다. 천고의 수수께끼 장에 등장하는 얘기들은 대부분 처음 접하는 이야기들이라 흥미로웠고, 종교 역법 장에서는 의외의 종교 얘기들이 등장했고,  과학기술의 빛에서는 퀴리부인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고 아인슈타인의 이야기에는 늘 그렇듯이 미소가 지어졌다. 문예의 정수에서는 모나리자 얘기가 역시(!) 많은 화제 거리였고, 귀퉁이의 역사자료에서는 핵미사일 버튼의 비밀이 드러나고, 마지막 장인 이러쿵저러쿵에서는 유태인 관련 얘기에서 늘 그렇듯이 밑줄 그은 대목이 많고, 전 세계에 퍼져있는 힘(!) 있는 작은 나라에 대한 얘기가 새로웠다.

이야기의 흥미를 더하기 위해 들어간 많은 사진들은 대부분 갈색톤이라 처음엔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사진들이 아니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눈이 사진으로 가고 그 다음엔 차근차근 사진을 살펴보게 되었다. 즐겁고 재미있게 역사와 비밀 그리고 많은 에피소드들과 산책을 한 기분이다. 전체적으로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고, 흥미로운 사실들도 많이 발견하게 해준 책이었다.

유태인의 교육열에 대한 얘기 가운데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인용해보자. ‘자녀들에게는 어려서부터 독서 습관을 길러주었는데, 아이가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면 부모는 성경을 펼쳐 그 위에 꿀을 한 방울을 떨어뜨려서는 아이가 먹도록 했다. 이는 아이들에게 책이 달콤하다는 생각을 불어넣어 주기 위함이다. 오랜 옛날, 유태인의 무덤에 책을 놓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는 생명이 끝난 후에도 지식에 대한 탐구는 끝이 없음을 뜻한다. 또한 유태인 가정에는 책장을 침대 머리맡에 두었고, 만약 침대 발치에 놓으면 책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또한 유네스코에서 1998년에 한 이스라엘의 독서량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4세 이상의 이스라엘 국민들 가운데, 이들은 평균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가끔 1년 평균 한국인의 독서량이 몇 페이지라는 걸 감안할 때, 참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책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책이 교육에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하겠다. 참고로 유태인은 1901년부터 1995년까지 623명이 노벨상을 받음으로써,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은 민족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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