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할인/무료배송]마법수프 다이어리 2008
국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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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법수프 다이어리만 2년 전부터 계속 쓰고 있어요. ^^


이번에도 전 마법수프 다이어리 2008입니다.
겉표지 일러스트 뿐만 아니라,
내지 곳곳에 들어있는 일러스트도 넘 예뻐요.
테마가 있는 내용들이라 심심하면 읽게 되는데 무지 재밌어요.
갖고 다니기에 크기도 적당합니다.
너무 작으면 쓸 공간이 적고 또 너무 크면 가방이 무겁거든요. 
실제본이라 아주 튼튼합니다.
실제본, 요거 요거 무지 중요합니다.
1년 내내 갖고 다닐 건데 뜯어지면 큰일이잖아요.
연계획 뿐만 아니라 월계획 일일계획도 가능하고,
제일 중요한 건 그날그날 있었던 일을 간단히 적을 수도 있어요.
요건 거창한 일기 대신에 그날 일을 간단히 적어 잊지 않도록 하는데 좋아요.
(자세한 내용은 상품설명을 참조해주세요~ ^^*)

그리고 이번에 더 좋아진 건, 착해진 가격~!
사실 매년 가격이 쬐끔, 아주 쬐끔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무지 착해진 가격으로 더 예뻐 보이는 마법수프예요.
친구가 다이어리 사준다기에 얼른 보여줬죠.

“내가 갖고 싶은 건 바로 이 마법수프야~!”

선물이라고 친구가 더 좋은 거,
자기 맘에 드는 거 해주고 싶다 했는데,
그건 뭘 몰라서 하는 얘기죠.
친구가 아무거나 사서 슥 내밀었다면 전 2008년 내내 불행했을 거예요.
마법수프 다이어리를 계속 어떤 책과 살까 카트에 넣고 고민하고 있을 때,
친구가 딱~! 본 거죠.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서 2008년에도 제 분신과도 같은 마법수프 다이어리와 함께하게 됐어요.

같은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과는 무조건 친구래요~
우리, 친구 할까요? ^^;;

덧붙임: 친구한테 선물 받은 거라 리뷰 안 올려도 되는데,
너무 좋은 다이어리라 좋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
정말 요건 제 맘이 100% 들어간 순수한(!) 리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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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11-26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예쁘네요. 저기다 일기를 쓰시나요? 기왕이면 내부도 공개하시지 않고. 물론 빈장 말입니다.^^

진달래 2007-11-27 09:15   좋아요 0 | URL
예쁘죠? 헤헤...
일기는 아니구요. 그냥 간단히 그날 그날 일을 적어요. 그래야 제 인생이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는 건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가끔 심심할 때면 작년 오늘에 뭘 했더라... 찾아보곤 합니다. ^^;;
스텔라님은 어떤 다이어리 쓰세요? 궁금... ^^

stella.K 2007-11-27 14:30   좋아요 0 | URL
전 저런 다이어리는 안 써 봤어요. 워낙에 메모하는 게 습관이 안 되어서리...진달래님 말마따나 그런 용도로라도 써야하는데. 알라딘에 가끔 끄적거리는 거리는 게 다라는...ㅜ.ㅜ

진달래 2007-11-28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시구나.
전 수첩에 깨알같이 적어놓고 자주 보거든요.
자꾸 까먹어서요. ^^;;
그리고 2~3년 전이나 10년 전쯤의 일을 다시 보면
무척 새로워요. ^^
 
열하광인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세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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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리심, 파리의 조선궁녀>와 <방각본 살인 사건> 등 저자의 전작들을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건만, 내 손에 먼저 들어온 건 바로 이 <열하광인>이었다. <열하일기>에 미친 광인들의 이야기지만, 난 바로 이 책에 열광했다. 1권을 시작하면서는 그 어투나 스토리 전개 방식에 익숙지 않아 그리 읽기가 빠르지 않았지만 일단 빠져들고 나니, 2권 끝날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특히 1권 끝의 추리는 완전 최고봉이었다. 다 읽고 난 지금, 제일 궁금한 것은 도대체 <열하일기>가 어떤 책이길래... 하는 호기심과 꼭 이 책을 찾아봐야겠다는 열망이 인 것이다.

“이 책은 혼돈을 일으키는 불꽃이다. 어느 대목을 읽든지 처음에는 뜻밖의 온기에 휘감겨 허리를 숙이고 콧잔등을 책에 댄다. 그러나 곧 두 눈과 열 손가락과 단 하나의 심장이 타들어 가듯 뜨거워진다. 허리를 젖히며 고개를 치켜들고 긴 숨을 몰아쉰다. 이것은 다르다. 지금까지 읽어 온 적당히 단정하고 감당할 만큼만 느낌을 담은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읽는 이에게 어떤 배려도 하지 않고 성난 사자처럼 단숨에 목덜미를 깨문다. 그 참혹한 상흔을 입기 전과 입은 후가 어찌 같을 수 있으리.”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열하일기>를 둘러싼, 이 책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종친이면서 의금부 도사인 이명방의 나레이션으로 이야기는 흘러가는데, <열하일기>의 광인들이 몰래 모여 모임을 갖는 회원들이 쫓기기 시작하고 하나, 둘 살인을 당하고 정작 나레이터인 이명방이 살인자로 몰리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거기에 우정과 의리, 사랑이 끼어들면서 소설적인 재미는 극을 달리고 주자학의 근본을 중요시여기면서도 규장각에서 업무를 보는 백탑서생들도 금서를 읽는다하여 버리지 않으려, ‘자송문’을 받으려는 정조의 의지도, ‘군왕의 법은 군왕’이라는 군왕과 신하들의 관계 또한 흥미롭기 그지없다.

“그녀의 뒷머리에 손을 얹었다. 눈을 감은 채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고 또 쓸었다. 제 몸 아픈 것처럼 내 일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사람들이 짝을 찾아 혼인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극결 부부가 따로 없었다.”

또한 <열하일기>를 지은 박지원부터 그 뒤를 잇는 박제가, 이덕무 등의 실존 인물들의 철학이나 생활, 타인들과의 대화 등은 모두 역사소설의 빠질 수 없는 재미이다. 특히 이들의 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책을 좋아한다고 큰소리치던 나를 무색하게 했다.

“우리는 책이 토하는 불꽃이 얼마나 찬란하고 섬뜩하며 긴 여운을 남기는지를 다투어 떠들어 댔다. 단어 단어를 외우며 내 흉터가 더 짙고 크다 주장했고 문장 문장을 읊으며 내 살이 더 빨리 지글지글 타들어 갔노라 외쳤다. 남공철이 외우며 읊을 때 내 몸에 옮겨 붙은 불똥과 내가 읊고 외울 때 남공철 몸에 가 닿은 장작불이 더 큰 책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 책을 인생이라고도 했고 깨달음이라고도 했다. 우리에게는 그저 책이었다. 책보다 더 황홀한 이름은 없었다.”

읽으면서 수없이 문장에 줄긋고, 수 없이 단어에 동그라미를 쳤다. 재밌고 유익한 대목뿐만 아니라 처음 본다 싶은 우리 말, 주가 있든 없든 내가 모른다 싶은 말은 모두 표시를 해뒀다. 휘뚜루마뚜루, 잠뿍, 겉가량해도 등등 모르는 고어도 많았고 관(觀)하고 찰(察)한다 등의 특이한 어법의 말들도 많았다. 이런 것이 또한 역사소설의 한 재미가 아니겠는가.

추리의 결말은 의외로 특이했고 반전 또한 놀라웠다. 그래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시작 글을 다시 읽어봐야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다시 들춰볼 책이다.   

단 한 권의 금서를 만나 평생 불행했다고 이명방도 고백하고 “나는 단 한 권의 책을 만났고 일평생 불행했다. 그 책은 나만의 금서였다”는 독자의 최고 찬사를 듣고 싶다고 저자는 쓰고 있지만 일개 독자인 나로서는 동의할 수 없다. 나는 한 권의 금서가 아니어도, 이렇듯 재밌는 소설을 평생 읽으며 평생 행복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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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 '이해의 선물' 완전판 수록
폴 빌리어드 지음, 류해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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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원제를 보지 않고 책을 읽기 시작해서, 읽다 보니 제목 때문에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다. 그냥 제목만 보기에는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에서 벌어지는 재밌고 우스꽝스러운 얘기들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보니, 저자가 기억하는 아주 중요한 인생의 한 대목, 어릴 적에 영향을 끼쳤던 한 장소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띤 제목이었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고 이제 뒤를 돌아보면 참 다치기도 많이 했고 울기도 많이 했고, 별 것 아닌 것 갖고 세상의 끝인 양 굴었던 적도 많았던 것 같다. 조금만 삐끗했어도 영 다른 세상으로 나갈 수도 있었고, 조금만 비켜 갔더라도 큰 일이 될 뻔했던 일도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부모 형제들과 지지고 볶으며, 매도 맞고 숙제도 하기 싫었던 학교를 다니고 어느 새,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이젠 이런 저런 성장통을 겪으며 자라는 아이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누가 그런 성장통 하나 없이 평안하게만 자라리...

폴은 유난히 호기심 많던 개구쟁이 소년이었다. 순진한 모습으로 체리 씨를 갖고 가 사탕을 달라고 하고 혼자 기차를 타고 이모네 댁에 가다 역에서 잠시 눈 장난을 하다 기차를 놓쳐버리기도 하고 형과 함께 롤러코스터를 설치해 타다가 온몸을 다치기도 하고 폭죽을 터뜨려 남의 집 목재를 다 날리기도 하고 낚시를 하러가다 늪에 빠져 둑을 뻔하기도 한다. 주인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 양배추 머리 부분을 훔쳐 먹고 달아나기도 하고, “안내를 부탁합니다”에 전화를 걸어 모르는 것을 물어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선생님께 독이 든 꽃으로 꽃다발을 선사해 선생님이 입원하는 일도 생긴다. 결국 어린 시절에 겪을 수 있는 모든 장난, 사건, 사고는 다 일어난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개구쟁이 소년은 일부러 말썽을 부린 것이 아니다. 호기심에 그런 일이 결과적으로 일어났을 뿐이다.

부모님이, 형제들이, 선생님이, 이웃이, 친구들이 조금 더 주의해서 보살펴줬더라면 어쩌면 안 겪어도 되었을 일들을 온몸으로 직접 더 겪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폴은 성장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약간은 문제를 갖고 있지만 그래도 평범하다(문제가 하나도 없는 가정이 어디 있겠는가!) 할 수 있는 가정에서 폴은 자랐지만, 만 열네 살에 아버지가 말을 안 들었다는 이유로 쫓아낸 집에서 나와 영원히 돌아가지 않은 것은 그다지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어린 시절의 호기심을 책으로 채우기 시작하고 그런 아버지까지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겪고 어른이 되지만 이 책엔 그 기조에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가 잔잔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때로는 아주 웃기게 또 때로는 아주 담담하게 그가 저지른 실수며 그 결과 등을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다.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에서 위그든 씨가 체리 씨를 받아들고 사탕을 주며 거스름돈을 준 지혜는 폴의 마음에 남아 같은 지혜를 발휘하게 한다. 성장통으로 마음 한 켠 아릿하면서도 또한 전반적으로는 온 마음이 따스해지는 성장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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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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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로 단번에 나를 사로잡은 김애란의 새로 나온 단편 소설집이다. 첫 작품집에서는 도시의 일상을 따스하지도 차갑지도 않았지만, 냉정하고 무덤덤하고 세심한 시선으로 그려냈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나이답게 시니컬하기도 했고 건방지기까지 한 당당함이 맘에 특히 들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집에서 그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사방으로 뻗은 짧은 머리에 옆으로 째려보듯 치껴뜬 눈 대신 곱게 내리깐 시선이 그 동안의 변화를 나타내는 걸까. 도도함 대신 그녀는 이제 이 작품집으로 돌덩이 같은 막막함을 내 가슴에 얹어놓았다. 

이 작품집엔 <도도한 생활>, <침이 고인다>, <성탄특선>, <자오선을 지나갈 때>, <칼자국>, <기도>, <네모난 자리들>, <플라이데이터리코더>라는 여덟 개의 단편이 들어있다.

첫 번째 작품집과 비슷한 점은 아버지의 자리, 남자의 자리가 부재한다는 것과 여전히 엄마, 언니 그리고 후배 같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아버지나 남자가 있긴 하지만 보증을 서서 집을 망해놓거나 감옥에 갔다 왔다거나 성탄절 날 쓰레빠짝 질질 끌며 비빔면을 사러 먼 길 다녀오는 등 아주 짧거나 그 존재 자체가 그냥 이름 뿐이라는 느낌이었다. 남자들만 등장하는 <플라이데이터리코더>라는 작품에서조차 주인공은 엄마가 되는 블랙박스이니 말이다. 

그에 비해 아버지나 남자가 부재하는, 즉 힘 있고 재정적으로 먹고살게 해주고 가정을 책임지거나 안정되게 해주는 존재가 부재하는 대신, 엄마를 비롯한 집안 여자들의 자리는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피곤에 찌든 모습들이었다. 단단한 울타리 안에서의 화목한 가정이나 서로 지지고 볶는, 어찌 보면 평범한 삶이 아니라, 어떻게든 생활을 이끌어가려고 기를 쓰는 올망졸망한 여자들의 모습이 그렇게 막막할 수가 없었다.

그 막막함의 모습들은 평생 칼을 쓰다 그 칼을 쓰던 부엌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어머니나 취업 시험 준비를 하느라 좁고 어둑한 독서실, 고시원 또는 지하단칸방 등을 헤매는 언니나 나, 또는 학원에서 피곤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침마다 ‘조금만 더’를 고민하는 선생의 고단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들에겐 어떤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거나 어떤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는 어떤 모습도 보기 어렵다. 이들은 다만 막막한 현실을 고단하게 살뿐인 것이다.     
김애란은 여전히 세심한 시선으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또 인물들의 심리를 담담하고도 자연스런 필치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첫 번째 작품집과 비교해서 그리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난 앞으로도 김애란의 다른 작품을 기다릴 것이지만, 서른다섯이라서 스물다섯보다 더 나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꼭 나이가 많아서 좋은 작품을 쓰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나이가 되어 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서른다섯이 되었을 때 보는 스물다섯의 세상은 너무나 좁고 편협하기 때문이다. 김애란의 소설들이 모두 그런 한 가지 좁은 세상을 그리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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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권오단 지음 / 포럼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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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나 지금이나 정치판은 어지럽기만 하다. 네편, 내편... 어릴 적엔 정치라는 것이 백성을 위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 게 아니라 권력 다툼일 뿐이라는 건 커서야 알았다. 오히려 그 권력 다툼에 희생당하는 건 백성들이었다.

조선시대 역사상 어쩌면 가장 피해가 컸던 임진왜란을 생각하면 늘 율곡 이이가 떠오르고 십만양병설을 주장했던 그의 혜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임금이 나라와 백성을 버리고 도망쳐야 했던 그 슬픈 현실이 함께 떠올라 속상하기 이를 데 없다. 

여기 그 당시를 다룬 재미있는 역사소설이 한 편 있다. 앞뒤 전후 사항은 이미 역사책에서 배운 내용이다. 그에 덧붙여 작가는 당시의 인물들 간의 관계를 더 밀도 있게 그리고 상상속의 인물들을 내세워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당시 왕이었던 선조와 총명했던 막내 광해군 그리고 율곡 이이의 흥미로운 대화들... 북방에서 오랑캐를 몰아내던 신립 장군의 무용담은 정말 한편의 신나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더구나 장사 씨름판은 어찌나 신이 나고 흥이 나던지 엿가락을 한 자락 입에 물고 구경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당시 나라 안과 밖 위기의 징조는 여기저기에서 드러나는데, 조정에선 권력 다툼에 빠져 정사는 나몰라라 한다. 이이 혼자서 동분서주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가 씨름판에서 신분을 막론하고 최고의 장사를 뽑는 등, 인재를 알아보고 등용하는 혜안이나 능력은 뛰어났으나 뒷받침이 되지 않으니 언제나 쇠귀에 경읽기였던 것이다.   

“아이구. 대감마님, 백골이 난망합니다요. 상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요. 천한 이 한 목숨 나라를 위해 쓰여진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저 신명을 다해 야인들을 토벌하겠습니다요.”

변방에 나가 그 장사 같은 힘을 쓰라는 말에, 백정임에도 불구하고 등용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백손은 정말 신명을 다해 야인들을 토벌한다. 하지만 세상엔 이이 같은 이만 있는 것이 아니니...

“이제 싸움도 지겹고, 사람 죽이는 것도 신물이 난다. 그리고 이런 썩어 빠진 사람들이 있는 곳은 하루도 더 있기가 싫다. 엊그제까지 나리 나리 하고 빌붙던 굼벵이 같은 놈들도 나를 백정이라며 사람 취급도 아니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하는데 이런 멸시를 받고 어떻게 살겠느냐? 차라리 도적의 우두머리가 되어 맘 편히 사는 것이 최고지. 우린 그만 손 털고 여길 떠나자.”

나라 안과 밖의 징조를 미리 헤아린 이이는 인재를 고루 등용하여 나라의 뿌리를 든든히 하고 군대를 길러 나라를 지켜야한다고 주장하나,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먼 정치인들은 누구도 이이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아! 내 명이 다 된 모양이구나. 사향노루가 봄 산을 지나가니 지나간 흔적은 있으되 이루어낸 업적은 없으니 남아 일생이 참으로 허망하구나.”

그가 한 말이, 그의 주장들이 한번이라도 받아들여졌더라면, 우리의 역사는 조금쯤 덜 불행했을지도 모른다. 왜군의 총칼 앞에 빈 몸뚱아리로 맞섰던 민초들의 목숨은 파리 목숨이나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그런 민초들을 앞에 두고 그는 눈을 감는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그가 지하에서 통곡을 했을 것이 틀림없다.

“때가 되었어. 꽃은 묵묵히 피었다 묵묵히 지는 것. 사람의 목숨도 그와 마찬가지니 인생의 길이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떠날 때도 있고 만날 때도 있으니, 떠날 때가 될 때에는 아니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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