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플라스틱 물고기>, 김지현, 문학동네
30.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저, 김병욱 역, 여름언덕
31. <그래서 우리는 떠났어>, 지빌레 베르크 저, 구연정 역, 창비 
32. <런던 미술 수업>, 최선희 저, 아트북스 ★♥
33. <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 한경혜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34. <쿨하게 한 걸음>, 서유미, 창비 ★
35. <완득이>, 김려령, 창비 ★♥★♥★♥★♥★♥
3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맥카시 저, 임재서 역, 사피엔스21
37. <연민>, 슈테판 츠바이크 저, 이온화 역, 지식의 숲 ★♥
38. <자살토끼>, 앤디 라일리 저, 거름 
39. <친절한 조선사>, 최형국 저, 미루나무 ★ 
40. <당신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 니콜 드뷔롱 저, 박경혜 역, 푸른길  
41. <일곱 방울의 피>, 엘리에트 아베카시스 저, 홍은주 역, 문학동네

역시나 바쁘기도 하고 정신도 없어서 많이 못 읽은 달이다.
어찌나 마음이 시끄럽던지… 참, 세상 일이 맘 같이 안 된다.



그래도 <완득이> 덕분에 무지 즐거웠던 달이다. 
★♥ 주관적으로 무지 좋았고 객관적으로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나름 의미 있는 책들이라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이덕무[책만 보는 바보]는 책을 읽는 이점 가운데,
책을 읽다보면 신경 쓰이던 일도 다 잊을 수 있어 좋다고 했는데,
워낙 신경이 쓰이는 일이 많다 보니 난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굶주림도 추위도 다 잊고 책만 보고 싶지만, 세상 일이 어디 그런가.
똑같이 책만 보는 바보인데, 언제쯤 이덕무의 경지에 오를 것인가. 

이제 꽃피고 따스해지는 4월이다.
적어도 굶주리거나 추위에 벌벌 떨지는 않을 것이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행복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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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조선사 - 역사의 새로운 재미를 열어주는 조선의 재구성
최형국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아이를 업고 닭을 지고 있는 아비의 웃음 짓는 책 표지의 모습에서 이 책의 스타일과 재미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책 제목만큼 친절하고 따스하게 저자는 그 동안 우리가 간과해왔던 조선의 이모저모를 즐겁게 보여주고 있다. 읽는 내내 조선의 이모저모를 발견하는 자잘한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또한 대충 훑던 그 시대의 많은 그림과 사진 들도 저자의 세심한 시선으로 함께 보게 되었다. 

우리가 그 동안 들어왔던 조선사는 딱딱하고 음모가 넘치고 당쟁이 치열하였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왕과 신권, 암투로 끊이지 않는 왕과 내실, 각종 사화로 비화되는 권력 집안 간의 투쟁 그리고 말할 수 없이 많은 비극 등이었다. 조선이라고 생각하면 정체된 사회, 후퇴한 사회가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의 경향은 물론 비극화된 조선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정서나 주변부에 머물렀던 많은 인물들도 그리고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은 감수성 뛰어난 무예인이 조선의 이모저모를 많은 자료와 함께 재밌게 그린 책이다. 학문과 무예를 함께한 특이한 이력의 저자는 무예인답게 많은 부분을 조선시대에 있었던 무예와 무예인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격구와 격방이라는 조선시대의 공놀이 이야기를 흥미로운 사진들과 함께 풀어나가는가 하면 조선팔도를 뒤흔든 무림검객의 이야기, 조선시대 조폭과의 전쟁, 임진왜란에 참전한 흑인 용병, 또 조선통신사의 마상재 시범 등의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들을 볼 수 있다.

이모저모 가운데에는 조선 왕들의 사생활과 사관들이 ‘허리 펴고 앉아서’ 일을 하게 된 사연, 밤새워 격구놀이를 했던 세종, 불꽃놀이를 너무나도 좋아했던 성종의 이야기, 정조가 예찬론까지 폈던 담배와 술 이야기, 노비에게까지 육아휴직을 줬던 제도 등등이 많은 증거 사료들과 함께 펼쳐져 있다. 또한 조선시대에 있었으리라곤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기이한 물건과 동물을 둘러싼 이야기가 있고, 먹을거리를 둘러싼 조선시대의 슬픔과 따스함까지 그려져  있다.

이 책은 또한 많은 학술자료와 그림 들로 채워져 있다. 간혹은 넘치는 저자의 감수성이 교훈적이기까지 해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많은 부분, 우리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학술자료가 함께한다. 그 가운데 정조가 보는 사람 유형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 내가 많은 사람을 겪어 보았는데, 아침에 들어왔다가 저녁에 나가고, 무리지어 쫓아다니며 가는 것인지 오는 것인지 모르는 자도 있었다. 모양이 얼굴빛과 다르고 눈이 마음과 틀리는 자가 있는가 하면 트인 자, 막힌 자, 강한 자, 유한 자, 바보 같은 자, 어리석은 자, 소견이 좁은 자, 얕은 자, 용감한 자, 겁이 많은 자, 현명한 자, 교활한 자, 뜻만 높고 실행이 따르지 않는 자, 생각은 부족하나 고집스럽게 자신의 지조를 지키는 자, 모난 자, 원만한 자, 활달한 자, 대범하고 무게가 있는 자, 말을 아끼는 자, 말재주를 부리는 자, 엄하고 드센 자, 멀리 밖으로만 도는 자, 명예를 좋아하는 자, 실속에만 주력하는 자 등등 그 유형을 나누자면 천 가지 백 가지일 것이다.’   

또한 개의 구별도 흥미로운데 개에 해당하는 한자에는 크게 견(犬)구(狗)오(獒)방(尨) 등 네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개는 견(犬)이라 하여 애완용 개를 말합니다. 두 번째 개는 구(狗)라 하여 식용의 개를 나타냅니다. 소위 말하는 ‘황구(일명 누렁이)’지요. 세 번째 개는 오(獒)라 하여 크기가 4척이 넘는 대형 개로 사냥에서 사용한 개를 말하고, 마지막으로 방(尨)이라고 쓰는 개는 삽살개를 지칭하며 조금 작은 사냥개를 표현합니다. 그래서 애완견이라고 하지 애완구라고 하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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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
한경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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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김건모, 신승훈, 임창정, 쿨 등등의 가수들과 작업한 작사가 한경혜 씨의 장편소설이다. 작사가로서 상도 많이 수상한 작가는 2001년 ‘벌써 일 년’으로 SBS 최고 작사가상과 서울가요제 올해의 작사가상을 수상했다. 이 상들이 말해주듯이 그녀의 말맛은 이 소설에서도 빛을 발한다. 재밌고 즐겁고 쿨하다. 더구나 그녀가 작사한 노래들을 수록한 CD가 부록으로 책에 붙어있다.

그런데 책은 현대를 잘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맨스 냄새가 더 많이 난다. 현대의 돌아온 싱글의 현실, 딸은 둘이 있어도 되는데 아들이 있어서 재혼정보회사에 등록도 안 되는 막 사십 살이 된 여자의 심리와 사랑 그리고 감초 같은 열 살 아들의 이야기가 축구공과 하이힐의 아이콘과 함께 하나씩 펼쳐진다.

아이는 열 살에 사랑을 시작하고 여자의 전남편은 재혼을 하고 여자는 한 남자와는 함께 일을 하다 그냥 술김에 ‘한 번 자주고’ 다른 남자와는 연애인듯, 아닌 듯한 연애가 시작된다. 여자의 한 친구는 남편과 딸이 있지만 연애를 하기도 한다. 독신의 교수 친구는 아이가 둘이나 딸린 남자와 결혼을 하려고 한다. 나이가 든(!) 연애답게 그들의 연애는 적나라하게 펼쳐지기도 하고 연애 초보 시절의 설레임도 동반한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돌아온 싱글에게도 마찬가지이고 사십에도 마찬가지인 것이 여자다. 그런데 그런 여자에게 남자들은 자유로우라고 한다. 그저 단발성의 연애나 하자고 한다.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여자는 지금 연애하는 남자에게도 자신은 ‘연애의 파트너’일뿐 결코 자신을 ‘인생의 파트너’로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과 결혼을 연계하는 게 스타일인 여자에게 숱하게 다가오는 남자들은 사랑만 하자고 할 때 결국은 해결책이 이별 밖에 없나… 여자는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열 살짜리 아들이 친구처럼 옷차림에 대해서도 연애를 할 때 여자가 취해야 할 태도를 얘기해주는 것도 어쩌면 작가의 실제 얘기인지도 모른다. 그처럼 조숙한 아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쩌면 실제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그 부분이 걸렸다. 재밌으면서도 불편한 그 무엇이 느껴졌다. 그녀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도 말이다. 어쩌면 현실에선 너무나 사람 만나기가 어려운데 그렇게 쉽게, 더구나 그렇게 멋진 남자를 만나고 연애하고… 어쩌면 그런 게 나도 모르게 부럽게 느껴지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연애와 사랑, 결혼은 싱글에게나 돌아온 싱글에게나 여전히 어려운 것 같다. 만나는 사람이 다르고 만나는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벌써 일 년’의 노래가 들린다. 이제 봄이다. 이 세상의 모든 싱글들이 자신에게 딱 맞는 사랑을 찾길 바란다. 아니면 맞춰 가는 사랑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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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 -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지독한 감정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온화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역사상 최고의 전기작가로 알려진 스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만났다. 사실에 바탕한 날카로운 지성적인 분석과 그 주변부까지 감싸 안는 감성을 가진 <에라스무스 평전>으로 이미 그의 명성은 익히 확인했었고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성과 감성을 모두 끌어당기는 그의 독특한 문체를 경험했었다. 사실 작가에 대한 애정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앞서의 두 작품과 다른 형식의 소설 작품이라 일말의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읽으면서 그러한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품은 옛날(!)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었지만 사랑과 연민에 대한 감정을 소소한 부분까지 잘 나타내고 있었고 이 소설에서도 지성과 감성이 모두 움직이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대신 너무 소소한 감정까지 나타내다 보니 끝부분에서는 그냥 넘어가도 되었을 섬세함까지 발휘해 조금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재미와 감동을 생각하면 상쇄되고도 남는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지독한 감정’이라는 부제를 단 이 작품은 그야말로 사람들 사이에서, 또 남녀의 관계에서 연민이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며 그 감정이 얼마나 고귀하며 동시에 얼마나 위험한 감정인지 잘 그리고 있다.

‘연민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으로 남의 불행을 통해 받은 충격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벗어나려는 조급한 마음입니다. 이것은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아니라 남의 고통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자기 자신의 영혼을 방어하려는 본능적 욕망일 뿐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를 가진 것이기도 합니다만 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입니다. 이 연민은 인내하고 참으면서 자기의 힘이 한계에 부딪힐 때까지 아니 그 이상까지 견디기로 결심하는 것입니다.’

책의 첫 부분부터 이 작품은 무슨 내용에 대해 얘기할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사랑을 시작할 때, 사랑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많다. 과연 상대가 내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인지, 상대의 마음도 알지 못한 채 상대를 마음에 담았다가 아닌 걸 알게 됐을 때의 충격은 심하면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다. 더구나 사랑이나 연애에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나이라면 더더군다나 상대의 마음을 읽기 힘들고 그 결과는 치명적일 것이다.

상대는 그냥 친절했을 뿐이다. 그냥 좋은 사람이었고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친절하고 좋은 친구가 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사랑의 감정은 강요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빵빵한 경제력이 뒷받침 되는 배경으로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심없이 꽃향기를 맡으려 한 것 뿐인데 독사에게 물린 기분이라면 그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이 작품의 매력은 단지 젊은 남녀의 서툰 사랑의 감정싸움을 그 심리의 세세함까지 그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케케스팔바씨가 어떻게 인생을 살았고 그 성의 주인이 되었는지에 대한 액자소설 같은 얘기도 사랑과 연민에 대한 스토리로서 손색이 없는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또한 병렬적으로, 소녀를 치료하는 콘도르 박사의 철학적인 인생 얘기와 실제 그를 실천한 그의 삶도 너무나 큰 인간적인 감동을 끌어낸다.

“(...) 우리가 실제로 도울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일어나는 한도 끝도 없는 불행을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다 감당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 그럴 때 늘 한 가지 좋은 생각, 적어도 한 인간을 구했다는, 한 사람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한 가지 일만은 제대로 했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우리가 멍청하게 바보처럼 살았는지 아니면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았는지 알게 될 겁니다. 그렇게 해서 다른 사람을 가볍게 해줄 수 있다면 좀 무거운 짐을 자기가 지는 것도 유익한 일입니다.”

몇 년 전에 결혼하자고 애원하던 아저씨가 한 명 있었다. 너무나 착하고 안 되어 보이는, 장남도 아니면서 장남의 역할까지 해야 했고 집안의 짐을 혼자 다 짊어지고 가는 사람이었는데, 결국 결혼을 해드릴(!) 수는 없었다. 착하고 성실한 심성은 존경했지만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는 없었으니까. 한 사람의 사랑으로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듯이, 상대에 대한 연민으로 결혼을 할 수는 없는 것일 테다.

연민이란 어찌 보면 고귀한 감정이지만 실제 관계에서는 혼란과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며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는 위험하고도 씁쓸한 감정이다. 콘도르 박사가 말하는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을 구하는 휴머니즘적인 연민이 아닌 바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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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4-01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참 근사하군요!
이 사람 책은 좋긴한데 빨리 읽히지는 않는 것 같더라구요.
나중에 여유있을 때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군요.
요즘 잘 지내시죠? 전 요즘 마실도 맘대로 못 다니구. 흐흑~

진달래 2008-04-03 09:12   좋아요 0 | URL
네... 글이 좀 섬세해서 그런 거 같아요. ^^
아, 바쁘시네요. ^^;; 저도 좀... 3월엔 정말 일이 많았네요.
4월엔 좀 덜 바빴으면 하지만... ^^;;
바쁘시더라도 늘 즐거운 독서하시고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