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 달이네집 낮은산 어린이 1
권정생 지음, 김동성 그림 / 낮은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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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전쟁>이라는 특이하고도 재밌고 좋은 책을 낸 <낮은산>이라는 출판사를 좋아한다. 이름에서부터 자신을 낮추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출판사다. 그런 느낌 좋은 출판사를 권정생 선생님의 이 작품을 읽으며 다시 만났다.   

선생님이 워낙 유명하셔서 따로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실제로 겪은, 처참하고 고통스러운 전쟁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는 선생님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작품이다. 맑고 고운 작품이지만 그 내면엔 그렇게 깊은 뜻이 담겨있는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달아, 사람 다리가 몇 갠지 아니?”
“두 개.”
“개 다리는 몇 개?”
“네 개.”
“그럼 달이 다리는?”
“세 개.”
“에구, 달이는 사람도 짐승도 아닌 도깨비구나. 아니면 무시무시한 괴물이고.”
“아니야, 달이는 그냥 달이야.”  

달이는 강아지다. 그리고 그냥 달이다. 다리가 세 개면 어떤가. 달이가 무시무시한 일을 겪어 다리가 세 개가 되었듯이 우리 세상엔 전쟁으로 인해, 싸움이나 다툼으로 인해 몸이, 마음이 그렇게 된 이들이 많다. 물론 다 우리 잘못일 터다. 앞으로 이 세상에 그런 전쟁, 그런 다툼이 없길 바라는 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 뿐일까.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이 작품을 쓰셨을 때 써주신 선생님의 말씀이다.  

‘나는 19살 때부터 결핵이란 병으로 건강이 나빠져 지금도 몸이 많이 불편하답니다. 혼자 밥도 짓고 빨래도 하면서 살지요. 내가 쓴 동화를 읽고 편지를 보내 오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일일이 답장 못 해서 미안하고요. 여러분들이 살아갈 세상은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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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여자 명진 읽어주는 시리즈 1
한젬마 지음 / 명진출판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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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류의 책을 보다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쓰는 책이다 보니, 어렵지 않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그저 수다 정도로 그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 적당한 균형을 찾는 게 항상 문제인 것 같다. 난 너무 어려운 책도 싫고 그렇다고 수다로만 그치는 책도 별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참 좋은 책이다.
그림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 많은 그림을 소개하면서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그림에 얽힌 흥미로운 일상 그리고 개인적인 느낌까지 섞어서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한젬마의 책이라 더 좋았다. 유명한 그림도 있고 그렇지 않은 그림도 있다. 한젬마가 해주는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려운 그림도 바로바로 알 수 있을 것 같고 알고 있던 그림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게다가 지적이면서도 따스하고 생기가 넘치고 활달한 한젬마를 보고 있으면 나도 함께 그렇게 될 거 같은 막연한 느낌도 좋다. 사실 읽은 지가 오래 되어서 다시 대충 훑어봤는데, 처음부터 다시 한번 차근차근 봐야할 것 같다.

‘세상의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내가 만난 이 사람이 바로 가슴이 따뜻한 남자이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세상의 많은 여자들 중 바로 내가 예쁘고 착하며, 지혜롭기까지 한 여자이길 바라는 마음. 그 마음만 갖고 살면, 정말 보일까? 보인다. 나는 세상의 이렇게 많은 사람 중 체온이 따뜻한 그를 발견했고, 그는 나를 착하고 예쁘고 지혜로운 여자가 되도록 이끈다.’
그런데 왜 모두 내게 무조건 머니 많은 넘을 만나라고 할까? 나도 그게 좋지 않은데 말이다. 하긴 이 나이에 내가 뭘 따지겠느냐만은, 그래도 하나 고르라고 하면 ‘마음 따뜻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 욕심이다.
박순철의 <부전자전>이라는 그림이 있다. 가만가만 봐야할 것 같은 그림이다. 웃음 소리도 크게 내면 안 된다. 그냥 저절로 떠오르는 미소만 갖고 볼 일이다. 행복해지는 그림이다.
‘강한 웃음, 일상이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웃음. 이 그림을 보고 있는 당신. 당신도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만약 당신이 화면 가득 흐르는 해학을 느낄 수 없고, 속담과 그림이 만나는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당신은 슬픈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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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쇼 선생님께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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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여기서 밝힐 수 없다. 그게 이 책을 끌고 가는 하나의 축이니까. 사실 처음부터 너무 궁금했고 그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아이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무척 흥미로웠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교실에 도착하면 아이들 모두 각자의 샌드위치 봉투를 교실 뒤편에 놓는데, 리는 엄마가 요리회사에서 일하기 때문에 엄마가 매일 맛난 걸 하나씩 넣어준다. 그런데 그 맛난 것만 누군가가 매일 훔쳐가는 것이다. 그러니 그게 누군지, 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얼마나 궁금한가 말이다.   

리는 열 살짜리 소년이다(물론 편지를 오랜 기간 쓰기 때문에 읽다보면 자꾸 학년이 올라간다.). <개를 재미있게 해주는 방법>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리는 작품의 작가인 헨쇼 선생님께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리 길지 않은 편지들이다. 그러다 6학년이 되어서 작가에 대한 보고서를 써오라는 숙제를 받자 이 센스쟁이 작가 선생님은 그 열 가지 질문에 답을 해주면서 역으로 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답변 중에,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아이들을 잡아먹는 보라색 괴물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곧 밝혀지는데, ‘나는,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찾아보지도 않고 작가한테 이것저것 물어 대는 애를 잡아먹는 괴물이 좋더라.’라고 대답한 게 있는 것이다.)  

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그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우리 아이들도 이런 질문에 함께 답해보면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1. 네 소개를 해주겠니?
2. 너는 어떻게 생겼니?
3. 식구들 얘기를 해주겠니?
4. 사는 곳은 어디니?
5. 애완동물을 기르니?
6. 학교 다니는 건 어때?
7. 친구들 얘기를 해주겠니?
8. 어떤 선생님이 가장 좋으니?
9. 어떤 일이 너를 짜증나게 하니?
10. 네가 바라는 건 뭐니?'  

리는 이 질문들에 차근차근(여러 번에 걸쳐) 답하고 나서 맨 끝에 덧붙인다. ‘선생님, 이게 다예요. 드디어 선생님의 시시한 물음들에 모두 대답했네요. 저한테 이렇게 무지막지한 숙제를 시켜서 기분 좋으세요? 쳇!’  

사실 자신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객관화시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래서 리는 이렇게 편지를 쓰면서 글 쓰는 연습도 하고 또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계기도 된 것이다. 이후, 리는 헨쇼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일기를 쓰다가 정말 이후에는 혼자 자신의 일기를 쓰고, 글쓰기 대회에 작품을 내서 ‘가작’이라는 상을 받고 한 여성 작가를 만나는 식사에 초대받기도 한다. 물론 중간 중간에 헨쇼 선생님께 진짜로 보낸 편지도 등장한다.  

이혼한 엄마와 둘이 사는 리의 외로움, 가끔 리를 보러 오겠다고, 전화하겠다고 말만 하고 지키지 않는 아빠를 원망하는 리의 마음 등도 고스란히 드러난 이 작품은 글을 통해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어떻게 극복하는지 잘 보여준다 하겠다. 고학년에 들어가는 아이들에게 글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등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 무척 재밌는 책이어서 읽기도 쉽고 샌드위치 도둑을 어떻게 잡을까 궁리하는 모험가도 될 수 있어서 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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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미술관 -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
김홍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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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환하게 웃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그렇다. 다 떠나서 사실 그 아이의 웃음에 반해서 샀다. 미소 정도가 아니다. 하얀 이를 온통 다 드러내고 눈은 보이지도 않는다.  

이건 이순구의 그림이다. 이 책에는 ‘웃는 얼굴-소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그림 말고도 ‘웃는 얼굴-가족’, ‘웃는 얼굴-소년’, ‘웃는 얼굴-소녀’, ‘웃는 얼굴-넥타이 맨 얼굴’, ‘웃는 얼굴-그랜드맘’ 등등 정말 활짝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그림들이다. 그래서 다들 위로를 받는 모양이다.  

 이순구 그림 말고도 김수자의 ‘길’ 그림, 잘 짜인 인생처럼 그린 박재영의 쉐타 같은 올올이 그린 그림들, 지친 인생을 여행을 떠나듯 떠나라는 전영근의 그림들, 김정아의 춤추는 그림들, 김순철의 항아리 그림들, 밝고 환한 이영조의 토마토 그림, 조장은의 장난치듯 하지만 삶에 찌든 얼굴들, 이소윤의 설치물에 등장하는 특이한 아이들, 주정아의 둑일 넘의 인생에 대드는 것 같은 그림들, 마음까지 환해지는 임광혁의 목련 설치물, 이상선의 굵은 선이지만 단순해 보이는 그림들 등등 많은 현대 한국작가들의 그림들이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다.  

이 그림들에 김홍기가 설명을 붙이고 있다. 저자는 포털 다음에서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미술과 패션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따스하고 편안한 느낌의 글은 한편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좋은 그림을 찾아 소개해주고 편안한 느낌의 글이 좋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이런 글은 아무데서나 읽을 수 있는 정도의 글이란 느낌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 읽기 싫어하는 임신한 동료에게 선물했더니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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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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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평범한 열여섯 살이어도 그 성장통은 무시못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남다른 가정사를 가진 소년이 있다. 엄마가 죽은 뒤 아버지는 재혼을 해서 새어머니와 의붓여동생이 생긴 것이다. 겉으로는 올바른 것처럼 구는 새어머니를 피해 소년은 서로 부딪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느라 밥도 함께 못 먹고 좋아하지도 않는 빵을 사서 방에서 혼자 먹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생긴 사건으로 소년은 집을 뛰쳐나오고 늘 가던 빵집으로 몸을 피하게 된다. 성추행을 당한 여동생이 어른들의 협박과 강요에 겁에 질리고 결국 소년을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억울하디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된 것이다. ‘거기 있었던 것’ 뿐인데 말이다. 
그런데 피한 곳이 마법사가 하는 빵집이다. 평소에는 그냥 빵집이었다고 생각해서 늘 들른 곳이었는데, 특이해 보이는 제빵사였긴 했지만 설마 진짜 마법사일 줄이야. 게다가 인간의 주문에 따라 마법의 빵을 만들어 팔고 있었던 것이다. 마법의 힘이 들어있는 빵…… 그 빵은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약한 존재이지 않은가. 순간의 유혹에 넘어가 치명적인 실수도 저지르는 게 우리 인간이다. 아무리 마법사가 그 후유증에 대한 예고를 하더라도. 소년은 그곳에서 마법사의 인간다움을 보고 인간의 인간답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된다.
위험하고도 새로운 소설, 맞다. 하지만 공감은 쉽지 않았다. 마법사와 마법의 세계를 설명하는 대목도 나름대로 이론적이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지만, 좀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력 기발한 매력적인 소설임엔 틀림없다. 더구나 너무나 흥미로운 결말…… 그래서 난 이 작가의 미래를 믿는다.  

‘사라져야 할 무언가가 사라지지 않으면, 우주를 구성하는 원소의 힘이 그 사라짐을 대신할 것을 찾아낸다. 그리하여 규칙과 질서를 평균적으로 유지하고 신성에 가까운 궁극의 원리, 즉 본질과 기초에 변동이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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