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이에요 길벗어린이 문학
정하섭 지음 / 길벗어린이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작가는 초대의 글에서 ‘지금 열 살이거나 열 살이 조금 지났거나 곧 열 살이 될 모든 친구들을 이 작품에 초대한다’고 했다. 딱이다. 이 책은 딱 열 살이나 열 살 근처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그 가족들이 읽을 책이다. 아주 재밌고 유쾌하게 읽었다. 열 살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일들이, 그 가족들이 함께 겪을 수 있는 열 살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그래서 열 살이 한참 지났지만 공감하며 읽었다.  

열 살이라는 건, 이 책의 주인공 유동이 말처럼 한 자리 숫자에서 두 자리 숫자가 되는 나이, 즉 십대가 되는 나이인 것이다. 완전 어린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직 청소년도 아닌 과도기에 있는 아이들인 것이다.  

엄마의 보살핌이 끊임없이 필요할 나이에서 조금씩 자신이 할 일을 알아서 할 나이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 덜렁대기도 하고 잘못도 하고 실수도 하면서 잔소리도 듣고 오해가 생겨 삐지기도 하는 그런 과도기의 나이인 것이다.  

유동이는 할머니, 엄마, 이모와 함께 이런 모든 과정을 겪어나간다. 사랑을 독차지하면서도 혼자 해보려고 애쓰고, 아직은 그 모든 일을 독립적으로 하기에 서툴기도 해서 늘 이모에게 잔소리를 듣고, 잔소리 듣기 싫어 반항하다가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욕심껏 고기를 먹다가 배탈이 나는 것처럼. 하지만 한번 배탈이 나고 나서는 곧 깨닫고 반성을 하는, 즉 서서히 청소년이 되어가는 그런 나이이다. 할머니의 말씀처럼 실수하고 나서 반성하고 조금씩 커가는 그런 나이이다. 열 살들, 파이팅이다!  

“그래, 욕심부려 좋을 것 하나도 없어. 특히 음식 욕심은. 욕심이 많으면 저도 못 살고 남도 못 살게 하지. 엄마가 늘 말하지 않던. 네가 욕심부려 장난감 두 개를 가지면 누군가 너 모르는 곳에 장난감이 하나도 없어 우는 아이가 있다고. 그러니까 뭐든 욕심부리지 말고 남 생각도 하면서 착하게 살아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는 고등어
배익천 지음, 전수현 그림 / 예림당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집의 작가는 동화를 읽는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바란 게 있었다고 한다. 즉, ‘자연이든 사람이든 무언가를 누군가를 진심으로 알아주고 이해해 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거라고 한다. 아주 짧은 동화들이지만, 재미는 조금 떨어지는 동화들이지만 작가의 말대로 고운 마음들이 전해지는 동화집이었다.  

조금 욕심이겠지만 우리 어린이들이 사시사철 묵묵히 서있는 나무의 마음, 들에 피어있는 한 송이 들꽃,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먹이를 나르는 개미, 바람과 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열매를 맺는 과일들처럼 아이들이 조금씩 더 자연에 관심을 갖고 친구, 가족들과 조금씩 나누는 그런 마음을 배우면 좋겠다.   

현대적인 이야기와 전통적인 이야기들이 섞여 있어 여러 가지 맛을 보는 듯한 동화집이었고 먹으려고 사온 고등어에게서 바다를 보는 아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아이의 꿈,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전하는 보물찾기 쪽지, 고단한 어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막차의 할아버지와 딸, 그리고 종이 할머니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씩 나누며 더불어 살기, 자연의 작은 모습에 눈 돌리기, 가난하고 힘든 삶에 박수 보내주기, 남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며 배우기 등등 이 작품엔 작지만 큰 메시지가 담겨 있다.  

“쉿! 조용하세요. 지금 고등어가 잠이 들려고 해요. 가고 싶은 바다, 깊은 바다에 가기 위해서요.”  

‘나는 소영이와 함께 인동덩굴처럼, 노박덩굴처럼 얼키설키 우정을 맺으며 살 것이다. 오래오래. 향기로운 꽃을 피우며, 예쁜 열매를 맺으며.’  

고등어를 재우는 아이처럼, 또 자신보다는 친구를 아끼는 그 마음처럼 우리 아이들이 곱고 순수하게 자라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개를 단 바이올린 - 청어람주니어 문고 3
최규순 지음, 윤봉선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에 이젠 누구나 한번쯤 피아노를 배우고 바이올린을 배운다. 정말 좋아서,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안 하면 안 되니까 한다. 음악 시간에 필요하니까, 음악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 음악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해야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대부분은 피아노를 그만 둔다. 커서 생각하면 그게 참 안타깝다. 계속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커서 다시 하려면 그게 참 안 된다.
이 책의 주인공 국화는 어느 날 조막손을 가진 할아버지와 앞을 못 보는 할머니 부부를 알게 된다. 처음 만남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분 댁에서 들은 음악은 국화의 마음을 때리고 바이올린 소리는 국화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하지만 국화네 집은 너무 가난하다. 엄마가 매일 일을 해도, 너무나 힘들게 일을 해도 바이올린을 배우는 거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하지만 국화가 너무나 하고 싶어하자 국화 엄마는 용기를 내 할머니께 도움을 청한다. 할아버지는 조막손으로도 피아노를 치시고 할머니는 눈이 안 보여도 국화를 지도한다. 부부의 딸이 하던 조그만 바이올린을 빌려주면서. 
어느 때는 꾀도 나고, 또 어떤 때는 너무 힘들고, 또 어떤 때는 실력이 늘지 않아 야단도 많이 맞고, 또 어떤 땐 손가락이 찢어지는 아픔도 겪는 국화지만 바이올린을 배우는 게 너무 신나고 좋다. 그렇게 열심히 배우던 중에 실력을 더 키우려면 더 크고 좋은 바이올린으로 배워야 한다. 아무리 공짜로 가르쳐주셔도 그 비싼 바이올린까지 거저로 생길 리가 없지 않은가. 엄마도 더 이상은 너무 힘들다. 국화도 그 사실을 안다.
하지만 국화의 열정과 노력은 할아버지가 예전에 그만뒀던 바이올린 만들기를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보통은, 아무리 악기가 좋아도, 그냥 연습만으로도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가. 더구나 가난하기까지 한 국화가 바이올린을 계속 배운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국화는 포기하지 않는다. 아기 새가 연습에 연습을 거쳐 언젠가는 푸른 창공을 날듯이. 악기를 배우는 모든 아이들이 이 아기 새처럼, 국화처럼 포기하지 않고 푸르고 아름다운 하늘을 마음껏 날기를……

‘어미 새와 아기 새가 비행 연습을 한다.
날개를 활짝 펴고 위아래로 퍼덕거려 보렴.
넌 할 수 있어.
아기 새는, 할 수 있다는 어미 새의 말에 용기를 냈다.
옳지.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아기 새는 신이 나서 날갯짓을 했다.
날갯죽지가 찢어지는 아픔도 기쁨이었다.
아기 새는 온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아기 새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 하늘은 너무 푸르고 아름다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진 여우 씨 동화는 내 친구 48
로알드 달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논장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로알드 달은 참 멋진 동화작가다. 기발한 상상력 하며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이며, 동화도 전혀 동화답지 않게 느껴지게 하는 힘을 가진 작가다. 사실 그 동안 로알드 달의 책은 동화보다는 소설을 많이 읽었다. <당신을 닮은 사람> 같은 책의 엽기는 정말 기가 막혔다. 기발하고 재밌고 어이가 없는 그런 작품들, 선함이나 아름다움 등을 강조하는 도덕성보다는 우리 인간의 속성이나 본성을 더 강조하는 그런 작품들이 아마 로알드 달의 매력이 아닐까.
사실 읽다보면 어떤 게 선인지, 악인지 잊어버리고 그의 글 솜씨, 말 솜씨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이 작품의 이야기인즉슨, 여우 가족이 있고 마을엔 아주 큰 농장을 운영하는 세 사람의 부자가 있다. 보기스, 번스, 빈 이 세 사람이 바로 그 사람들인데, 이들은 각각 특징이 있다. 하나는 뚱뚱보, 또 하나는 땅딸보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말라깽이이다. 각각의 인물이 특징은 정말 다르지만 같은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셋 모두 엄청나게 큰 농장을 운영하는 부자이며 남에게는 지독하게 짠 짠돌이들이라는 것이다.
여우 씨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매일 번갈아 가며 이 세 농장에 들러 먹이를 잡아갔다. 닭이며, 토끼며, 오리와 거위며, 칠면조 등이 바로 그 먹이들이다. 고약하고 못된 주인들은 여우를 잡기로 결심하고 셋이 작당을 해서 총으로 무장하고 여우 굴을 포위한다. 하지만 여우 씨는 아주 영리하다. 이 위기를 어떻게 모면할까. 이렇게 해서 여우 씨의 계략이 펼쳐진다. 어찌나 멋진 계략인지! 알고 싶으면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수들
데이비드 로지 지음, 공진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학생이었을 때 딱 한번 세계학술회의에 가본 적이 있었다. 책으로만 읽던 유명한 교수들이 나와 강연을 하고 또한 질의, 대답 등의 토론이 이어지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그런 학회를 다니는 저명한 교수들의 공적이며 사적인 얘기이다. 그들의 학교와 학생 그리고 캠퍼스, 야망, 욕망 그리고 사랑과 섹스에 관한 6백여 쪽이 되는 이 책이 그렇게 흥미진진하게 읽힐 줄은 미처 몰랐다. 정말 읽기가 재밌고 냉소적이고 유쾌하고 즐겁다.  

게다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복잡하게 얽히고, 인물들이 이렇게 저렇게 얽히면서 스토리 라인이 더 복잡해지는 듯 보이다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반전에 또 반전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결말은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끝까지 농락당했지만 그 지적 유희 앞에 기꺼이 내 머리를 맡겼다.  

교수들이라고 하면 보통 지적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또한 그 지적 이미지 아래 숨겨져 있는 은밀하고 변태적인 면도 함께 떠오르는 건 참 미안한 말이지만 어쩔 수 없다. 사실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어디까지가 외설인지 이는 제 삼자가 판단할 때 생기는 기준이다. 그들의 두뇌와 몸을 가지고 어떤 탐색을 하고 어떻게 분석을 하며, 무슨 짓을 하든 본인들이 서로 합의하에 할 때는 그 가치 기준이 달라진다. 이런 모든 면이 적절하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얘기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영문학자이며 교수 그리고 대학원생들, 출판업자 그리고 번역가 등등 학계와 연관을 맺고 있는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영문학회가 열리는 영국의 한 작은 도시에 초자 교수인 젊은이 퍼스가 등장한다. 처음 참여하는 학회의 이모저모로부터 만나게 되는 저명한 교수들과의 대화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연애와 섹스 등도 빼놓을 수 없고 이들의 고집, 특이한 성격, 집착 등이 함께 보여진다. 수많은 교수와 그들의 배우자, 작가, 비평가, 출판업자 그리고 심지어 그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의 어떤 특정인물 등등이 등장하는데 간혹은 애정이 가는 인물도 있고, 자연스레 동감하며 따라가는 인물도 있고, 적대적으로 느껴지는 인물도 있고, 진짜 학교 다닐 때 우리 교수님 같은 인물도 있다. 글과 책 그리고 출판에 관한 많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은 덤이다.  

‘결국 서로의 침대에 함께하게 되는 일이 꽤 빈번히 일어나는데 이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들은 학문에 희생했다고 생각했던 젊음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결국은 가뭄의 먼지 같은 공부벌레가 아니라 살아 있고 쉼 쉬고 심장이 고동치는 인간임을, 또 연인의 손길에 꿈틀거리고 분비물을 생산하고 박동하는 따뜻한 혈과 육을 가진 인간임을 스스로에게 입증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집에 돌아갔을 때 학회가 좋았냐는 친구나 가족의 물음에, 아, 그럼, 하고 그들은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지루했던 논문 발표 때문이라기보다 그러한 기회에 엮을 수 있는 비공식적인 관계의 맺음 때문에 하는 대답이다.’  

하나 안타까운 것은 1984년에 발표된 소설인데다 배경이 70년대여서 시대와는 동떨어진 부분도 좀 있다는 것이다. 하긴 그때나 지금이나 그 세계는 여전히 존재하며 그 안의 속성도 여전한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또한 엘리엇이나 예이츠 등등 유명한 영문학 작품에 대한 언급과 지적 정보는 크나큰 보너스다.  

덧붙임: 마음산책에서 유명한 작가의 에세이만 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보니 <개를 위한 스테이크>,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가면의 생>등 의외로 흥미로워 보이는 작품이 많다.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책들을 놓칠 순 없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9-05-1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을려고(언제 읽을진 모르지만...ㅠ)찜한 책인데 정말 읽고 싶어지는군요.
마음산책에서 나온 책들이 꽤 괜찮은게 많긴하죠.^^

진달래 2009-05-19 15:37   좋아요 0 | URL
재밌어요. ^^ 전 마음산책이 에세이만 내는 곳인 줄 알았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