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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토지 전12권 세트
박경리 원작, 토지문학연구회 엮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정래씨의 <태백산맥>을 처음엔 재미있게 읽다가 6편부터는 고전을 하며 읽은 터라 장편을 읽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부담감이 생겨 그동안 외면하였는데, 토지 21권이 청소년용 토지로 재편집되어 나왔고 12권으로 압축해서 출판되어 반가운 마음에 읽었다.
역시 중, 고생이 읽기에 적합하도록 의도적으로 편집하여서 기존 작품에는 사투리가 많이 나왔는데 거의 표준어로 쉽게 씌어져 읽기가 편하며 간결하여 부담이 없다. 등장인물이 많은지라 계보를 작성하며 읽고 있는데 박경리씨 특유의 여성스럽고, 섬세한 필치라 읽는 재미가 난다. 등장인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 시대적 상황에 대한 자세한 풀이를 읽고 있다보면 어느새 역사 속으로 몰입되는 지경이 된다. 특히 조선시대 말부터 일제 강점기, 3.1운동, 해방 등 근대사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역사공부까지 된다.
등장인물의 특징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월선과 용이의 애틋한 엇갈린 아름다운 사랑, 무당의 딸이라 감히 혼인을 하지 못하였지만 결국 사랑을 하게 되고, 암으로 죽어가면서도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눈을 감지 못하는 월선. '니 여한이 없제'하는 용이의 말에 '야 없십디다'로 답하는 월선...... 둘의 대화를 읽으며 내 눈에도 눈물이 흐른다. 일생을 서로 기다리며, 인내하는 슬픈 사랑.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품안에서 죽는 것으로 보상받는 걸까?
구천이(환)와 별당아씨의 출생의 비밀과 사랑은, 하룻밤의 실수로 김개주의 아들 환이를 낳게 되고, 그 아들이 며느리를 사랑하게 되어 야반도주하게 되면서 애끓는 모정, 윤씨 부인의 고단한 삶의 역정... 길상이를 사랑하지만 아씨를 좋아하는 길상이를 못 잊어 하다가 결국엔 기생 기화로 변신하는 봉순이와 그의 땅 양현이, 금녀와 장인걸의 애틋한 사랑, 하인신분의 길상과 아씨 최서희의 결혼! 그러나 길상이 독립운동으로 오랫동안 집을 비운다. 임명희와 명빈 남매, 조용하, 조찬하형제, 그의 아들들 윤국, 환국, 홍이, 한복, 두수, 두메, 영광, 강혜숙, 영호 등등.
참으로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설정에 리얼리티와 생명력이 뿜어져 나온다. 청소년용 토지가 새롭게 나온 점은 토지를 읽는 층이 한층 넓어져(이 정도면 중학교 1학년생도 읽을 수 있겠다) 그 의미는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는 올바른 역사관이 형성될 수 있게 하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의 한 맺힌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박경리씨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아니 노벨문학상 자격이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