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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여운이 남는다. 이 책이 시사하고자 하는 것은 뭘까? 이 책의 내용과 제목과의 연관성은? 50페이지 분량의 단편소설이지만 두꺼운 책 한 권을 읽고 난 뒤의 느낌처럼 무겁다. 한참을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 중년층 부부 사이의 대화의 부재, 관계의 단절, 이기심에 대해 적절히 표현하였다. 더욱이 딩크족도 아니고 아이를 그리워하는 부부가 아이가 생기지 않을 경우의 그 초조함, 불안감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 나도 결혼 후 1년 넘게 아이가 생기지 않아 초조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서의 ‘부부’ 개념은 뭘까? 여자와 남자가 생각하는 ‘부부’의 개념은 확연히 다르다. 여자는 ‘부부=친구, 애인’ 정도. 그러나 남자는 ‘부부=어머니, 모성애’에 대한 개념이 강한 듯 하다. 이 책은 어려웠던 가정형편 때문에 소년 가장으로 살아야 했고, ‘나이보다 항상 많게’ 살아온 남편은 아내를 어머니로 생각하고 싶어한다. 편안히 기댈 수 있고, 온전히 베풀어주는 모든 것을 이해하는 희생적인 사랑.......
부부 사이의 유대관계가 회복되는 시기는 남편이 거식증에 걸려 음식을 거부하고, 뼈만 앙상히 남아 병원에 입원한 죽기 일보 직전에 유일한 화제 대상이던 ‘새’를 매개체로 한 대화 속에서, 새의 삶을 통해 부부 관계가 거듭난다. 아내가 아닌 '어머니'로서 남편의 입장을 생각할때......
소설치고는 좀 난해하지만 신경숙 특유의 깊이 있고, 시대상황이 적절히 첨부된 현실성과, 한동안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하는 여운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