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가끔 주변에서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대상은 책을 읽지 않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종강한 프로그램 중 드림 스피치리더십' 에 참여한 학생들이 떠오른다. 도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를 읽고 모둠별로 커다란 전지에 치즈를 그리고 인상적인 구절, 느낀 점을 쓰는데 꽤 열심이다. 책은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담고 있는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책을 좋아하며 성실하다. 그 중에 몇 명이 친구와 대화중에 욕을 섞은 말투가 거슬린다. 욕을 하는 아이에게 슬쩍 말을 건다. "ㅇㅇ, 네 언어의 온도는 몇 도나 될까?" 아이는 당황하면서 '영하 1도요' 한다.

 

최근에 언어의 온도(이기주 저. 말글터)' 를 읽었다. 장편소설을 읽다가 섬세한 문장에 지쳐갈 즈음 가볍게 손에 닿은 책이다. 얼굴만큼 말도 예쁘게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중학교 2학년 소녀에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언어의 온도' 를 추천했다.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줍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큰 소리의 명령조 말투보다는 조근 조근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에게 끌린다.

 

"우린 가장 귀한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있습니다. 가장 값진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고 있습니다."

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 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저자는 경제지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 출판사 대표이다. 활자 중독자를 자처하며 서점을 배회하는 일이 취미라고 말한다. 다양한 인생 경험은 에피소드로 스며들어 잔잔한 웃음을 준다.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는데 직원들이 '환자', 혹은 '어르신' 대신에 '김여사님' 또는 은퇴 전 직함을 불러 드렸단다. 환자에서 환이 아플 환자라 환자라고 하면 더 아프다는 말과 함께. 배려의 말 한마디가 플라시보 효과가 된다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쪽 걱정 되서 하는 얘기인데요처럼 쓸데없는 말, 이웃을 함부로 비난하는 말에 대해 생각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모순이다. 모임에서 혼자만 신나게 말하는 사람은 다언증이다. 대화는 서로 주고받으며 이어나갈 때 진정한 소통이 된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일방적으로 전달되면 불통이 된다.

이 책은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에 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깊이 있는 사람은 묵직한 향기를 남긴다'는 저자의 말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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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2-01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말의 총량에 대해 고민하곤 합니다. 너무 말이 없어도 안 되고 너무 말이 많아도 안 되고...

묵직한 향기, 라는 말에 저는 찔립니다. 묵직하질 못해서요. ㅋㅋ

올해는 묵직에 도전을 해 볼까요?

세실 2018-02-02 10:42   좋아요 0 | URL
그쵸? 너무 말이 없어도 답답한 마음 들고, 말이 많으면 허무하고...
적당함을 지키기 쉽지는 않지요.
언어의 총량을 잘 지켜나가요, 우리^^
어머 페크님 묵직하실거 같은데....겸손하십니당!

cyrus 2018-02-01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독서모임을 하면서 가만히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니까 편안하다는 걸 느꼈어요. 편하게 느껴지는 다른 사람들의 말은 제가 생각한 것과 거의 비슷했거든요. 이럴 때 맞장구만 쳐주면 되요. ^^

세실 2018-02-02 10:43   좋아요 0 | URL
네. 적절한 맞장구도 충분히 의사전달이 되지요. 진정성이 있을때....
저는 말이 없는 빈틈만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치고 빠지는? ㅎㅎ

2018-02-08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