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시인 초청강연회'가 어제 도서관에서 있었다. 도서관 자체 행사라기 보다는 방송통신대학 지역 학생회와 연계한 사업이고 그 쪽에서 프로그램 공모에 당선이 된 행사이기에 도서관에서 지원한거라고는 '작가 섭외 조언(처음에 김용택 시인 섭외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무산되고, 도종환시인으로 최종 합의), 플랭카드, 홍보정도 였다. 최소 효과로 최대효과!
작년인가 시립도서관에서 도종환시인의 강의를 들었었기에 중복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주제가 '문학을 통한 삶의 풍요와 부모독서의 중요성'이라서 인지 부모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실제적인 강의가 되었다. 작년에 비해 건강도 좋아지셨고, 여유도 느낄수 있었으며 유머도 많이 구사하셨다. 다행스럽다.
주로 작가의 시와 유명시를 소개하면서 시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첫번째 시로, '내가 만일 아이를 낳아 기른다면' 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엄마들의 조급함을 질책하셨다. 꽃을 보면 먼저 엄마의 느낌 즉 '어머 이뻐라, 참 아름답네~~~' 한 후에 아이가 이 꽃이 무슨 꽃이예요? 하고 물어보면 가르쳐 주라고 한다. 우리 엄마들은 '너 이거 무슨 꽃인줄 알아? 에구 또 잊어버렸어. 코스모스라고 했잖아~~~' 윽박지르고, 지식만 넣어주려고 하니 꽃을 보면서도 무슨 느낌이 나겠냐고 하신다. 옳으신 말씀.
이승하 시인의 '늙으신 어머니'를 소개할때는 숙연해지는 분위기도 느꼈다. 건강하실때 잘 챙겨드려야지.......
작가의 유명한 작품 '흔들리며 피는 꽃'은 우연히 길을 가다가 주황색 꽃을 보면서 쓰게 되었단다. 꽃을 보면서 우리네 삶을 이야기 한다.
수학, 과학 참고서에 실리고, 대기업 홍보용으로 쓴다는 시 '담쟁이' 전교조 활동하시다 해직되고 동료들과 회의 하다가 참담한 마음에 쓴 시 '담쟁이'는 본인도 위안을 받고 이 시를 읽는 사람도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요즘 문화부 사업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좋은 시를 배달하는 '문학집배원' 직책을 맡으셨다고 홍보하신다. 그러고보니 나도 가입을 해서 좋은 시를 읽고 있다.
노는 토요일에 행사가 있는지라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깊어가는 가을에 어울리는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각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들이 일부러 와주었다~~~이뿌기도 하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