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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김용택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ㅣ 감성치유 라이팅북
김용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4월에는 전국의 공공도서관에서 도서관주간(4.12-18) 행사가 열린다. 우리도서관에도 정호승시인 강연회와 가족 독서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어제, 섬진강으로 독서탐방 장소를 사전 답사했다. 김용택 시인이 살고 있는 진메마을에서 구담마을로 이어지는 시골길에는 고운 홍매화와 노란 산수유가 곱게 피었다. 올망졸망한 꽃송이와 은은한 매화향은 가던 길을 종종 멈추게한다.


김용택 시인이 어릴 때 살던 집은 섬진강이 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 잡았다. 기와지붕에 자그마한 대청마루는 소박하지만 정갈하다. 뒤편에는 새로 지은 서재와 실제 거주하는 집이 있다. 섬진강은 눈부신 햇살을 듬뿍 받아 반짝거린다. 대청마루에 놓여있는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며 시인을 기다리는데 내 마음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도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김용택 저. 예담)’ 는 시인이 고른 ‘독자들도 꼭 한번 필사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엄선한 101편의 시’와 독자들이 뽑은 ‘써보고 싶은 김용택 선생님의 시 10편’ 이 실려 있다. 책은 왼편에는 시, 오른편은 빈 공간으로 구성되어 필사가 가능하다. 학창시절에 예쁜 노트에 시를 베껴 쓰던 감성이 살아난다.
드라마 ‘도깨비’ 에서 공유의 나레이션으로 들려준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은 첫사랑의 아련한 향수를 떠올린다. 내 첫사랑은 고등학교때 옆 남학교 학생으로 참 잘 생겼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노랫말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를 좋아하는 남자애의 친구였다. 밤을 지새워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돌아온 답은 '나는 여자보다 친구가 중요하다' 그날 나는 여자 친구를 붙들고 대성통곡하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첫사랑은 싱겁게 끝.났.다. 그때 그 남자애는 공부를 못했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더라. 대학을 안갔다는 말도 있던데...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시는 대부분 낯익다. 백석의‘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최영미의 ‘선운사에서’, 파블로 네루다의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등 익숙한 시라 반갑다. 김용택시인의‘참 좋은 당신’은 특히 좋아하는 시다. 다이어리에 적어 놓고 매일 들여다본다.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늦은 저녁, 시 한편씩 필사하며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한다. 이제는 사랑에 관련된 시를 읽어도 감정이 무뎌져 감흥이 덜하다. 소녀적 감성을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할듯. 여성도 남성도 아닌 어정쩡한 중성은 싫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읽으니 마음이 고요해지고 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