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요하네의 우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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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우리와(나를 확장하는) 다르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지나치게 자유롭고, 지나치게 경험이 많고, 지나치게 시크하며, 지나치게 독선적일거라는 생각....친언니 이상으로 따뜻하고, 배려심 많고, 나긋나긋한 지인 팜므느와르님과 소설가 살로메님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조금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비약하면 요조숙녀같은 살로메님 내면에는 자유로운 영혼이며 열정의 아이콘 조르바가 살아 숨 쉬는걸까?  평범하지 않은 소설의 소재는 어디서 찾았을까? 열개의 단편은 전혀 연관성없이 열개의 중편 같은 중압갑으로 한편 한편 읽을때마다 긴 여운을 남긴다.

 

나의 친정 엄마나 시어머니를 봐도 그렇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왜 그리 당당할까? 어려운 시기에 대학까지 보냈으니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시는걸까? '알비노의 항아리'속 어머니는 아픈 남편을 위해 결혼 전부터 며느리의 경혈을 원한다. 결혼후에도 소변을 원하는 황당함이 지나쳐 무식한 어머니에게 반항해 보지만 달라지는건 없다. 현재 7-80대의 어머니가 당당함의 마지막이 된다면 위안이 될까?

 

지루한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는 여자의 <암흑식당>,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자 떠난 패키지여행에서 만난 지미와 샌드리가 주인공인 <라요하네의 우산>. 남편의 이혼 요구로 힘든 지미의 여행 컨셉은 "그 어떤 장미꽃도 길들이지 않기, 그 무엇과도 관계 맺지 않기" 였다. 그러나 좌우대칭이 맞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강박증이 심한 샌드리와 룸메이트가 되면서 지미의 여행도 심난해진다. 여행 이야기는 몇년 전 출장길에 만난 새로운 인연을 떠올린다. 그녀의 선택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룸메이트가 되었고, 7박 내내 함께 자고 함께 먹고 나란히 앉아 이동하는 사이가 되었다. 술과 여자보다 남자를 편해하는 그녀는 자주 취했고 난 그녀의 보호자가 되었다. 지금까지 연락하는 사이지만 처음엔 나와 다른 성격, 다른 취향 때문에 조금 힘들었다. 

 

호의나 친절은 풀어놓는 순간 지속성을 요구한다. 계속하지 않으면 상대는 변했다고 생각하고 서운함을 느낀다. 자칫 예만한 상대를 만나기라도 한다면 도덕적 노예가 되기 십상이었다. 따라서 내면을 힐링하려는 자는 섣불리 제 패를 다내어 놓아서는 곤란하다. 힐링하기도 전에 자신과 상대를 킬링하게 될지도 몰랐다. 거친 내면과 불안을 지탱한채 힐링 마당에 나선 제 모습 역시 샌드리와 다를 바 없었다. 스스로 안쓰러웠고 남편을 생각하면 부아가 끓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거리만큼 공허하고 허망한 인연을 왜 이리 쉽게 끊지 못하나. 라요하네를 떠날 때까지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지미는 밤새 그 생각에 시달렸다.

 

그 외에도 소설엔 의사와 간호사의 부적절한 관계,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갈등, 엄마와 딸의 일그러진 관계가 나온다. 평범한 내용이 없다. 내 주변에는 대부분 평범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데 가면 속 모습들일까? 속을 들여다보면 각양각색일까?  내가 SNS에 올리는 사진은 일상은 아닌 가끔의 모습이다. 설마 매일 여행가고, 매일 예쁜 그릇에 밥 먹는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고춧가루가 주변에 묻은 반찬통 뚜껑만 열어 올려 놓거나 일회용 김을 그대로 올리는게 일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사는데...

 

저자의 첫 소설임에도 몇년 동안 공들여 써온 내공이 느껴진다. 단문이라 가독성이 좋고, 우리말을 잘 사용했다. 라요하네라는 가상 도시는 신비로운 기운도 있다. 여행을 좋아하면서, 여럿보다는 혼자의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의 스타일도 보인다. 여성스럽고 평범한 삶을 살았을 그녀에게 그악스러운, 다소 충격적인 소설의 내용들은 참으로 낯설다. 작가의 이중성이 신선하다. 넘치는 끼를 어떻게 감추고 살았을까? 그녀의 다음 소설이 벌써 기다려진다.

 

산다는건 어쩌면 지루한, 평행선 같은 일상이 지속된다는 걸 알 나이가 되었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과는 상관없음에 위안을 삼아야하나? 작가는 촛불 시위에 한번도 나가본 적 없는 내가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이중성을, 이기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음을 비웃는 듯 하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잠시라도 갖게 하는것, 소설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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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02-06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굿모닝. 리뷰 반가워요.
끼를 다 어쩌고 살라구 ㅎㅎ
살로메님의 매력은 무한대랍니다.
그날 행사장에서도 느꼈어요.

세실 2017-02-07 23:05   좋아요 0 | URL
그리운 프야언니. 잘 지내시지요?
살로메님의 끼, 변신은 이제 시작인거죠? 무한대ㅎ
섹시한 드레스도 깜짝 놀랐어요^^

페크pek0501 2017-02-06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예술적 끼가 있기 마련일 것 같아요. (평범한) 아무나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는 뜻도 되겠죠?

좋은 리뷰를 잘 읽고 갑니다. 저도 부지런히 이 책을 읽어야겠어요. 여러 권을 병행해 읽다 보니... ㅋ

세실 2017-02-12 09:44   좋아요 0 | URL
어머 이제야 댓글 씁니다. 죄송!!
오늘은 마치 봄날처럼 포근한 하루로 시작합니다. 왠지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예요.
그쵸? 소설가는 예술적 끼가 80%는 되야 할듯 합니다.
훌륭한 소설이예용~~
저는 지금 이기적인 유전자 읽고 있는데 당췌.......힘들어용^^

2017-02-07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2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