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맨부커상은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정한 문학상이다. 영국 연방국가 내에서 영어로 쓴 영미소설중 수상작을 선정하는데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콩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칭한다. 우리나라의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로 영연방 지역 이외 작가가 쓴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

 

소설 채식주의자는 단편이면서 연작소설이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은 다른 시기에 쓰여 졌지만 등장인물과 내용이 연결된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 남편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과분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평범한 남편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로 보이는 영혜와 결혼한다. 어느 날 영혜는 냉장고의 육류를 버리면서 채식주의자가 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 기르던 개의 충격적인 죽음은 그녀를 극단적인 육식 거부자로 만든다.

몽고반점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영혜 형부의 시선이다. 비디오 작가인 형부는 처제의 몽고반점에 매력을 느끼며 욕망을 앞세우고 결국 가정은 해체된다.

나무 불꽃은 영혜 언니의 시선이다. 인혜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영혜를 보살피며, 집을 나간 남편 대신에 가족의 부양을 책임지는 고단한 삶을 산다.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 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살아간다는 건 오늘의 삶에 감사하고, 나아질 내일을 기대하며 사는 것이다. 현재의 삶이 곤고할 때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를 주문처럼 외며 나를 위로하고 희망을 갖는다. 한줄기 빛마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절망하고 깊은 늪에 빠진다.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보이는 것,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협한 시선인 키치의 세계를 자주 거론했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할 때 우리는 동물적인 인간이 된다. 육식을 거부하는 딸을 이해하기 보다는 폭력을 행사하며 음식을 강요하는 아버지는 보이는 것만 믿는 편협한 키치의 시선이다. 몽고반점의 욕망에만 충실한 어긋난 예술혼을 불태우는 영혜의 형부도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일그러진 욕망의 화신이다.

 

저자는 음식을 거부하고 나무가 되고 싶어 한 영혜의 삶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백하게 그려낸다. 간결한 문체와 흡입력은 한순간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다. 소설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힘을 준다. 유연하고 다양하며 열린 사고를 기르는 힘을 준다. 우리 주변의 아픈 영혜가 살아갈 힘을 얻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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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6-06-0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주소 3종 문자로 주셔요.
컬러랑책 본드리고 파요

2016-06-01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2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6-06-0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서 수상 소식을 봤지만 이 리뷰를 보니 <채식주의자>를 구입하지 않을 수 없겠어요.
벌써 읽으신, 발 빠르신 세실 님을 본받아야 할 터인데... 저는 점점 게으름이란 의자에 앉는 걸 좋아하게 되어요.

세실 2016-06-06 19:26   좋아요 0 | URL
채식주의자 그리고 오늘 본 아가씨....참 충격적입니다.
세상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많겠지요?
종의 기원도 구입해 놓고는 시작 못하고 있어요.
전 스마트폰 중독. 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