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 일기 책읽는 가족 48
오미경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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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인 딸내미가 작년에 친구들과 셋이서 교환일기를 썼다. 가끔 일기를 들여다 보면 별 내용 없이 그저 '우리 친하게 지내자. 내일 만나자' 하는 내용이 주였지만 그렇게라도 친구들끼리 우정을 나눈다는 것이 참 이쁘고,  기특했다.  그래서 이 책이 눈에 띄자 마자 딸내미에게 권하고,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6학년 강희, 민주, 유나. 강희는 부유한 집안의 딸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다가, 아빠의 사업실패로 한순간에 짐짝처럼 작은집으로 보내지게 되고 부모는 돈을 번다고 집을 나간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강희는 부잣집 딸 행세를 하게 되고,  반장이 된다.  엄마, 아빠가 계실때 반장이 되었다면 선물이라도 사주고 하겠지만 작은엄마, 아빠에게는 천덕꾸러기인지라 말도 꺼내지 못한다.  첫 생리를 하지만 그저 귀찮아 하는 작은엄마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유나의 전자수첩이 부러워, 민주의 주운 돈과 사촌동생 해찬이 돈까지 모아 전자수첩을 사게된다.  하지만 그런 강희의 성격이 이해가 된다. 남보다 자존심이 센 강희가 현실을 인정하기에는 힘에 겨웠을듯. 나라도 가족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반하여 민주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민철이와 단둘이 산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반듯하게 잘 큰 민주의 의젓함이 내심 부럽다. 동생 민철이를 마치 엄마처럼 따뜻하게 보살피는 그 모습이 눈물겨웠다.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 아빠께 보낸 편지를 읽는 대목에서는 눈물이 나왔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소년, 소녀 가장이 있을텐데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한동안 후원회원으로 들어있다가 작년 겨울에 탈퇴한 이기심에 부끄러웠다.

유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  부모님한테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엄마가 수시로 학교에 드나들고, 부반장과 1등을 했을때 갖고 싶은 선물을 받는 아이. 얄미우면서도 마음이 여리다. 아이들이 고백성사를 보는 것처럼 자신의 일들을 이야기 할때,  내심 자신만 소외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한다. 친구들의 아픔을 지켜보면서 성숙되어 가겠지.

그에 반하여 상반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참 씁쓸했다. 민철이 담임의 경우 민철이가 도둑 누명을 썼을때 민철이를 이해하기는 커녕  퇴근시간이 지났다고 화내는 모습, 누나 불러다 놓고 동생 교육좀 잘 시키라는, 네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모습은 참 슬펐다.  그나마 다행인건 삼총사의 선생님은 민주 돈을 분실했을때 아이들의 양심에 맡기려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의 아픔을 다독여주고, 때로는 엄마처럼 보듬어 안아주면 좋으련만......

아이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마치 아이들의 마음속을 읽고 있는 것처럼 군더더기 없이 잘 표현해 놓았다. 읽는 내내 눈가에 눈물이 맺혔으니 1시간동안 몰입해서 읽은 듯. 아직 읽지 않은 딸에게 오늘은 꼭 읽으라고 해야겠다. '교환일기는 이렇게 쓰는 거란다. 친구라면 마음속에 있는, 때로는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도 이야기 하면서 그렇게 우정을 쌓아가는 거야. 인생에서 가장 진실한 친구는 초등학교 친구란다. 다시 교환일기를 써보는건 어떨까? 아니지 오늘부터 엄마랑 교환일기 쓸래? 엄마는 보림이에게 말하고 싶은 비밀이 아주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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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3-3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와 교환일기 좋죠.
저는 아이들 조금만 더 크면 꼭 할거랍니다*^^*

호랑녀 2006-03-30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몇 번 하다가 나한테서 꼭 끊어지죠. 그거 얼마나 귀찮은지 몰라요. 나중에는...
(나는 무지 나쁜 엄마 ㅠㅠ)

세실 2006-03-30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화이팅. 잘 하실거예요~~~ 파랑이, 노랑이 좋아하겠어요~
호랑녀님. 와.님은 시도해 보셨군요~ ㅋㅋ 행복한 투정으로 보이세요~
저는 뭐 시도도 해보지 않았어요. 왜 그랬을까? ㅎㅎ
호랑녀님은 좋은 엄마예요~ 아이들 맘 잘 헤아리시면서~

하늘바람 2006-03-3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번도 안해보아서 해 보고프군요

세실 2006-03-3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저도...해보려구요~~ 좋으면 알려드릴께요~ 낭군님이랑 하심 좋을것 같은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