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살림 잘하는 계장님~
매일 먹는 둥 마는 둥 허둥대면서 출근하는 아침. 일어나서 식이섬유 한 수저 입에 털어넣고 생수 2컵 마시고 나면 배는 고프지 않지만 무언가 2% 부족하다. 그런데 출근을 하니 우리의 멋진 계장님 "아침 안 먹었지. 밥 가지고 왔거든~~" 며칠전에 요즘 봄동이 맛있다기에 "좀 가지고 오세요" 했는데 잊지 않으신거다.
아직 식지 않은 흑미밥이랑, 참기름 내음이 폴폴 나는 봄동이랑, 하루나 물김치랑, 갖은 야채와 버섯을 넣고 부친 버섯굴전이랑 싸오셨다. 여직원 5명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뚝딱~ 행복 만땅이다. 이어지는 계장님의 뒷말에 우린 모두 쓰러졌다.
"난 살림하는것이 참 좋아. 머리가 복잡할때 냉장고, 수납장 정리하면 카타르시스 느껴. 내가 만든 음식 가족들이 잘 먹어주면 기쁘지 않아? 신랑한테 도움받으면 괜히 불안해. 내가 그냥 혼자 다 하는게 편해" 물론 기쁘겠지요.......
"하지만 전 설겆이 하고 있는데 신랑 TV보고 있으면 화 납니다"
"그럼 신랑 TV보지 뭐해. 당연한걸 가지고....." 앗 누가 문제야. 대체.
사례2. 게으른 나
어제 휴일. 하루종일 그저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고 싶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인 나는 9시쯤 일어나 늦은 아침을 해주었다. 신랑은 등산을 같이 하자고 했지만 지난 일요일의 추웠던 악몽을 되풀이 하기 싫어 혼자 가라고 했다. 먹을거라도 싸주면 좋으련만 달랑 물1병만 가지고 갔다. 계속 빈둥빈둥 점심은 뭘 해먹나 하다가 가래떡 구이, 돈까스로 대충 떼웠다. 역시 빈둥빈둥..... 아 커텐 빨아서 널었다.
오후. 신랑은 아직 안왔기에 일단 전화해서 오라고 하고 저녁을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쟁반짜장 시켜먹기로....나가는것도 귀찮아. 그때 무슨 필이 꽂혔는지 굴전을 부쳤다. 아니 쟁반짜장은 시켜놓고 웬 굴전. 김치 썰어놓고 굴 잘게 썰고. 결국 조금 먹고 냉장고로 직행. 휴일날 반찬이라도 해놓고, 정리라도 하면 좋으련만 계속 다음으로 미룬다. 왜 이렇게 게으른 걸까?
어머님이 반찬을 해다 나르시니 더욱 하기가 싫어진다. 그런데 "청소는 왜 귀찮아 하는거지? 청소가 취미였잖아"
아침에 요즘 치통으로 고생하는 신랑한테....."아프면 병원에 빨리 가야지. 왜 병을 키워. 난 두 아이들 챙기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이런 생뚱맞은 말만 했다. 어흑.....
결론. 신랑한테 좀 잘하자. 그저 세 아이 키운다 생각하고 살자. 우선 순위를 집안 살림에 두자. 에구 두 마리 토끼를 쫓는건 너무 힘들어. 하지만 어느 한쪽을 포기하는건 더 힘들어. 결국 힘들더라도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살자. 설마 쓰러지기야 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