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통한 세상보기

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내 성격의 장점이면서 단점중 하나는 '사람이 좋으면 그사람의 모든 것이 좋다'  설령 남들이 그 사람의 단점에 대해 험담을 하면 난 절대 동조하지 않고, 그 사람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 하기 바쁘다.  그냥 가만히 있거나, 고개만 끄덕거려도 되는데 괜히 거부감만 생기게 한다.  김훈 작가(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절대 이름만 부르지 않는다)의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작가의 카리스마와 절제된 글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업적보다는 인간미를 엿보게 했던 책이 참 따뜻함을 느꼈다. 

당연히 두번째로 접한 이 책도 무조건 후한 점수를 주게 되고,  읽자마자 책에 나오는 주인공 개 '보리'와 '나'를 동일 선상에 놓고 마음 아파하고, 안타까워 하면서 '흰순이'도 보리를 좋아하면서 악돌이의 새끼를 낳았을거라는 상상력을 동원해가며 책을 읽었다.  

책의 부제는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이다.  혹시 개 '보리'가 작가의 인생역정과 닮아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훈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순탄하지 만은 않은 삶을 살았다는 생각을 했었고,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보고 들었던 내용들이 소재가 되었으리라는 생각,  개의 객관적인 눈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렌즈를 통해 보는 것처럼 훤히 들여다 보는 느낌도 가졌다.

이 책을 읽기전까지는 나도 개나 고양이의 삶에 대해,  그들이 '생각하는' 동물 이라는 사실조차도 잊고 살았는데 문득 개들도 우리 인간들에 대해 선입견으로 나름대로의 판단을 할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는 한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이라는 생각보다는, 현재의 주인에 최선을 다한다니 참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죽다 살아나서 도망을 치는 와중에도 주인이 부르면 다시 되돌아 와서 결국 죽임을 당한다니 그만큼 사람의 잔인성이 놀랍다.

<개>는 작가의 여느 작품과는 다르게 한편의 슬픈 동화같다. 친자식같이 대해주는 할머니와 같이 시골에서 살다가 수몰되어 어촌에 사는 할머니의 작은 아들집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첫사랑 흰순이를 만나지만 악돌이라는 힘이 센 개와 몇번의 싸움을 벌이게 되고, 결국 흰순이는 악돌이의 새끼를 낳고, 흰순이는 주인 손에 보신탕감이 되고 만다. 작은 아들도 사고로 죽게 되면서 '보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생각하면서 끝이 난다.  '보리'는  어쩜 이리도 우직할까? 오로지 주인을 위해서, 주인에게 충성하며 살고자 이땅에 태어난 개라는 생각도 든다.

작가는 '보리'를 통해서 '개만도 못한 인간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고 싶은 것일까? 개들도 이렇게 주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그저 주인이 이름만 불러주어도 감격해서 꼬리를 흔드는데, 우리는 부모에게, 자식에게 마구 휘두르고 있으니..... 남을 배려하는 마음,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절실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작가의 절제된 언어들이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해준다. 역시 보신탕은 먹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김훈작가. 역시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