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쿨렐레 배우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겨울에도 밖에서 놀았던 덕분에 지금까지 잔병치레없이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손등은 갈라져 피가 나고, 볼은 누룽지처럼 까슬까슬했지만. 반면에 피아노학원조차 없어 악기를 배운적이 없기에 다룰줄 아는 악기는 전무하다. 피아노 학원은 청주로 나오면서 고등학교때 수행평가로 한 달,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근처 학원에 세달 다닌게 전부다.
친구가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능숙하게 칠때면 나는 부러움과 질투, 시골에서 태어났음을 원망하기도 했다. 피아노로 가요라도 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나이 들어 학원에 다녔지만 악보를 보는 자체가 힘들었다. 결국 바이엘도 떼지 못하고 그만 두었다. 소질이 없는걸까?
두 아이는 7살 무렵부터 피아노학원에 보냈다. 보림이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학원에 다니면서 체르니 40번을 중간 정도 쳤다. 성당에서 학생 미사때 반주를 하며 중학교까지 꾸준히 피아노를 쳤다. 플룻도 배우고 싶어해서 초등학교 6학년때 가르쳤다. 지금도 가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같은 잔잔한 음악을 연주해준다. 규환이는 한달 가량 피아노 학원에 가지 않고는 갔다고 거짓말을 하다 들켜 일찍 그만두었다.
다행히 규환이는 중학교 1학년때 사촌형이 할머니 생신에 우쿨렐레 연주하는 모습을 부러워하다 우쿨렐레를 배웠다. 처음에는 독학으로 시작했지만 도서관에서 토요일마다 배웠고, 지금은 방과후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요즘 규환이도 엄마를 위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를 들려주고 있다. 시험 공부중에 스트레스를 받을때면 우쿨렐레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도서관에 온지 10개월이 지났다. 휑하던 공간에 국화랑 일일초가 만발하고 2층 휴게실에 북카페가 탄생했다. 커다란 공중전화박스가 덩그러니 있던 자리에 유아 북카페를 만들었다. 조만간 내부에 도색을 하고 자료실 벽쪽으로 원목 테이블과 의자를 비치할 계획이다. 내년도에 영유아실 설치를 위한 예산을 올렸는데 해줄지는.......당분간 도서관에 손 볼 곳은 없다.
무얼할까 고민하다 우리도서관에서 목요일 저녁에 진행하는 우쿨렐레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규환이가 쉽게 하는 것을 보니 자신감도 생겼다. 지난 화요일 첫 수업을 했는데 초보 책의 진도를 반이나 나갔다. F코드, C코드만 알아도 음악이 된다. 샘께 나만의 우쿨렐레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니 우아한 장미를 그려주셨다. 시작이 반!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는 마담이 우쿨렐레를 들려주며 폴이 과거로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표정하지만 진정성있는 마담 프루스트와 우쿨렐레 잘 어울린다.
피아노가 아닌 우쿨렐레를 선택한 폴의 행복도 내가 우쿨렐레를 배우고 싶은 이유중 하나!
우쿨렐레는 독학도 가능하다!
2. <오만과 편견> 읽기
베넷 씨는 재기 발랄함과 냉소적인 기질, 내성적인 기질, 충동적인 기질이 묘하게 뒤섞인 인물이라, 23년을 같이 산 아내도 베넷씨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아내의 머릿속을 이해하기는 비교적 쉬웠습니다. 베넷씨의 아내는 머리도 나쁘고, 아는 것도 없고, 변덕스러운 여자였습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자기가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 평생의 일은 딸들 시집보내기였고, 평생의 낙은 이웃집에 놀러 다니면서 소문 퍼뜨리기였습니다.
언니는 모든 사람들을 좋게 보려고 하잖아. 누구에게도 결점을 보는 법이 없어. 언니 눈엔 세상 사람들이 다 선량하고 친절하지. 나는 지금껏 살면서 언니가 누구를 욕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
교만은 정말 아주 일반적이고, 인간은 본성상 특히 교만해지기 쉬우며, 자기가 실제로 갖고 있는 소질이건 자기가 갖고 있다고 상상하는 소질이건 간에 자기의 소질에 대해서 자만심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우리 중에 거의 없어. 허영과 교만은 비슷한 뜻으로 쓰이곤 하지만 사실 다른거야. 허영이 없어도 교만할 수 있거든. 교만이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라면, 허영은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해 주기를 바라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
3. 책베개 세트의 즐거움
드디어 책베개 세트가 완성되었다. 하나는 외로워 둘도 아니고 왜 꼭 두개를 갖춰야 하는거야...라고 하지만 둘이 되니 꽉 찬 느낌이다. 등받이를 하기에도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 상품에 눈이 어두워 책을 급하게 선택하면 반은 후회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이제 에세이는 구입하지 말아야겠다. 가을엔 역시 소설책이 좋다. <오만과 편견> 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