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날처럼 포근했던 어제, 맘 맞는 사서 셋이 안국역 북촌한옥마을 근처에 있는 현대카드디자인도서관에 갔다. 현대카드 고객만이 들어갈 수 있는 차별화된 도서관. 출발하기 전에 후배가 "계장님 현대카드 있으시죠?"하길래 "응 있어!" 했는데, 내가 소지하고 있는 것은 현대백화점 카드로 입장 불가란다. 후배는 원래 없고, 나머지 한명도 안가져 왔다네. 다행히 지인의 카드번호만 있어도 본인 입장은 가능하다고 해서 카드번호 2개는 구했는데 한명이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린 청주에서 오로지 이 도서관을 보기 위해 왔고 사서입니다"라는 간절함에 카운터 직원 카드로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아 구질구질해!
도서관 1층 로비에는 미국에서 유명하다는 사진작가 세명의 희귀본 사진집이 비치되어 있고, 옆에는 "before, after'로 하얀 면장갑이 비치되어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장갑을 끼고 사진집을 넘기니 우아해진 느낌에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2층으로 오르는 하얀 벽과 나무계단이 정갈하다.
2층으로 올라가니 '와우!'하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의 아름다운 도서관 내부가 펼쳐진다. 마치 유럽의 도서관을 본듯한 느낌이다. 규모는 작지만 모던함과 고급스러움, 절제미가 흐른다. 2층 로비에도 역시 희귀본 사진집이 전시되어 있고, 서가에는 포토, 디자인 관련 책이 보기좋게 꽂혀 있다. 책상위에는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아이패드와 메모장, 책갈피, 연필도 가지런히 놓여 있다. 코너마다 넓고도 웅장한 책상과 아름다운 책장은 한참을 머물게 한다. 후배는 연필로 쓱쓱싹싹하며 도서관 풍경 을 그린다.
3층에는 햇볓이 잘드는 넓은 창이 인상적인 작은 다락방이 있다. 창밖에는 북촌의 높은 기와집과 하늘이 보인다. 넓은 의자에 눕거나 바닥에 앉아서 책을 봐도 좋을 곳으로 도서관에서 가장 맘에 드는 공간이다. 도서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오픈된 공간이어야 하는데 오로지 현대카드 회원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전문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디자인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가 책을 보러 온 사람들도 하나같이 멋지다.



그리고 우리는 북촌마을을 하염없이 걷다가 <팬-스테이크>식당에 들어가 스테이크랑 스파게티, **라이스를 맛있게 먹었다. 작은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타는 스테이크를 잘라 입에 넣으니 오홋! 부드럽고, 고소하면서 맛있다. 출장의 즐거움중 하나는 역시 맛난 식사와 이쁜 카페에서의 아메리카노 한잔. 그렇게 우리는 짧은 서울 출장을 겸한 여행을 마무리했다.
소소한 즐거움중 하나.
2. 그리고 어제, 오늘 읽은 책.

공지영 작가를 좋아했기에 망설임없이 고른 책.
세명의 카톨릭 수사를 중심으로, 요한 수사와 소희와의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을 다루었다.
언뜻 독일인의 사랑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별다른 감흥이 없다.
좀 더 고뇌하는, 섬세한 사랑이었더라면......
그들의 사랑은 평범한 남, 여의 사랑을 다룬듯 하다가 어느 순간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한다.
애틋함도, 안타까움도......부족하다.
독서광이었던 조모의 책을 어머니가 고스란히 물려받고,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책을 소리내어 읽고 통째로 외운 이윤기는 천재다. 그의 삶,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려준다. 헐렁한 티셔츠에 멜빵 청바지를 입고 환하게 웃고있는 그는 이웃집 아저씨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