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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월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한동안 이 소설을 불륜으로 치부했다. 남편과 아이들이 여행을 떠난 사이에 어떻게 남자를 집으로 들일수 있나에 초점을 맞춘 지극히 현실적인 잣대로만 생각했다. 며칠전 우연히 들른 북카페에서 중고책으로 구입해 다시 읽어본 후에야 좀 더 소설적으로,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난 참 보수적이군.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거의 마지막 장면인 비가 참 많이도 내리던 날, 킨케이드의 지프와 프란체스카 부부의 차가 스치듯 지나치는 그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마음속으로는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함께 떠나고 싶어하지만 나보다는 남편과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기에 울면서 그렇게 떠나보낸다.
평생 가슴에 품고 사는 참으로 가슴시린 사랑, 나흘간의 짧은 사랑이지만 둘의 사랑은 깊고도, 애잔했다.
" '흰 나방이 날개짓할때' 다시 저녁 식사를 하고 싶으시면, 오늘 밤 일이 끝난 후 들르세요. 언제라도 좋아요."
"내가 지금 이 혹성에 살고 있는 이유가 뭔 줄 아시오, 프란체스카? 여행하기 위해서도,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아니오.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이 혹성에서 살고 있는 거요. 이제 그걸 알았소. 나는 머나먼 시간동안, 어딘가 높고 위대한 곳에서부터 이곳으로 떨어져 왔소. 내가 이 생을 산 것보다도 훨씬 더 오랜기간 동안, 그리하여 그 많은 세월을 거쳐 마침내 당신을 만나게 된 거요."
"할 이야기가 있소. 한 가지만. 다시는 이야기하지 않을거요. 누구에게도. 그리고 당신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소.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번역자 공경희가 말미에 첫 문장으로 적어 놓은 "도대체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를 몇번씩 읽어 본다. 처음으로 사랑했던, 평생에 한번뿐일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떠나야하는 그 마음, 그리고 긴긴 세월을 세상을 떠돌다 쓸쓸히 죽어간 킨케이드.
남겨진 가족을 위해, 사회적 통념인 도덕성을 위해 프란체스카는 긴 세월을 연락 한번 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묻어둔 사랑을 한다. 문득 개츠비가 오버랩된다. 사랑하는 여자 곁에서 한평생 맴돌다 불행한 최후를 맞이한 개츠비. 그리고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지극히 평범한 엄마에게도 힘들때 의지하던 남자가 있었다는......
삶이 메마르고, 힘들때 뜨거웠던 한때의 사랑을 떠올리면 이겨낼 힘을 얻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