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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1kg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ㅣ 사거리의 거북이 6
로젤린느 모렐 지음, 김동찬 옮김, 장은경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8년 11월
평점 :
벌써 수년이 흘렀다. 나의 멘토였던 사랑하는 선배님을 하늘나라에 보낸지. 일 욕심, 후배 사랑, 가정일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던 선배님이 암 수술을 하고 3년만에 홀연히 떠나셨다. 돌아가시기 3일전 마지막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람의 형체라고 할 수 없는 잡으면 부스러질것 같은 바짝 야윈 모습, 앉아 있음에도 넘어질듯한 휘청거림, 그럼에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후배, 00이" 하시던 애틋함속에 그렇게 황망히 떠나셨다.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애잔함으로 다가온다. 선배님의 남아 있는 가족, 특히 딸내미에 대한 애틋함이랄까. 엄마의 갑작스런 암진단으로 단란했던 가정이 혼란을 겪고, 힘든 항암치료와 투병생활을 가족이 함께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그러나 결국엔 '아무것도 안 한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회고하며 엄마의 죽음을 겪는 아픔을 그렸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행복했어요." 를 가슴에 묻고 살아갈 가족의 아픔은 얼마나 클까.
"행복했어요! 행복했어요! 사실이었다. 이 말은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니며 가장 혹독했던 날에도 나를 파멸에서 지켜주었다. 악 쓰지 마라, 울지마라, 어쩔 수 없는 운명에 저항하지 마라. 받아들이기 힘든 사태를 마주하더라도 분노를 폭발하는 것은 추하다. 어찌 되었든 그건 그냥 그런 거니까."
남은 가족은 살아가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열두살 소녀 알리스에게 엄마의 죽음은 커다란 고통이었다. 악몽에 시달리고, 매일매일 소름이 돋도록 엄마가 보고 싶고, 엄마의 신음소리를 듣고, 집안일을 전혀 하지 못하는 아빠 때문에 힘들어하던 알리스는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아빠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잠시 방황하던 알리스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으로 아빠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어른인 나도 죽음앞에 무기력해지는데, 열두살이 이겨내기에는 얼마나 힘들까. 사랑하는 엄마를 잃었을때의 그 슬픔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청소년들이 보면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까?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겪은 청소년들이 읽으면 작은 위로가 될수도 있겠다. 책따세 권장도서라 딸내미와 함께 읽었는데 소감을 물으니 짧게 '슬펐다'는 말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