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노희경작가.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의 드라마를 통해 그녀를 처음 만났다. 시청률상의 인기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사랑과, 상처, 아픔에 대한 섬세한 심리를 잘 표현했기에 즐겨 보았다. 물론 그녀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배종옥의 리얼한 연기도 좋았다.

제목이 참 도전적이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한편으로는 "이 나이에 불같은 사랑을 해서 어쩌라고" 라는 반항심도 생긴다. 마흔이 넘어 돌이켜보니 그동안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내 이기심의 발로였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 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책의 서두부터 마치 내 이야기를 풀어 놓은 듯 하여 서글퍼진다.

20년전 헤어진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며 "잘 살아라 그대. 그리고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나는 행복하다" 하는 표현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면서 문득 고등학교 1학년때 가슴에 품었던 풋사랑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른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그런 이유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사랑, 한동안 가슴 설레이게 했던 그 남자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고등학교 졸업후에는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으니 무심하다. 아니 애써 외면한 것일수도.

가난한 집안의 칠형제중 여섯째로 태어났고 태어나자 마자 강보에 쌓인채 윗목에 버려졌던 아픈 기억. 십대에는 죽고 싶다는 생각과 쓰레기 같다는 생각, 미치게 망가지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는 그녀. 무능력한 아버지와 세상에서 나를 믿어준 단 한사람인 어머니의 죽음 이야기를 담담히 적어 내려간 그녀의 솔직, 담백한 글에서 드라마의 힘이 보여진다.  

오래전부터 함께 작업한 표민수 피디, 단골로 나오는 윤여정, 나문희에 대한 이야기, <봄날은 간다>, <화양연화>등 영화 이야기, 삶에 대한 자기 성찰같은 글이 맛깔스럽다. 투명지에 써내려간 짧은 글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보여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상처 받았다는 입장에서 상처 주었다는 입장으로 가는 것. 상처 준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세상이 각박하다고 말하지 말고 내가 각박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다" "애정결핍이란 말은 애정을 받지 못해 생기는 병이 아니라 애정을 주지 못해 생기는 병" 이라는 글들이 참 좋다.

에세이는 작가의 치부가 드러나기에  읽다보면 거부감이 생기는데, 드라마같은 삶의 편린들, 치열한 상처를 안고 살았던 젊은 날의 아픔은 열정적인 사랑에 대한 욕구, 좀 더 치열한 삶을 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한다. 20대부터 60대까지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다. 각자 느끼는 감상들이 다를듯. 문득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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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9-01-08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도서관에는 없더라구요..ㅜ.ㅜ
(그래도 사달라는 신청은 안 했어요오오~)

세실 2009-01-09 10:31   좋아요 0 | URL
아직 신간이라 정리중일껍니다~~ 연말에 책 많이 사거든요.
쫌만 지둘리시면 볼수 있으실 겁니다.
진주님 반가워요~~

가시장미 2009-01-08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거 텔레파시가 통했던 거예요? 저도 엊그제 이 책 리뷰썼는데. 크크
세실님 맞짱구 찌찌뽕이예요! :)

세실 2009-01-09 10:35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구나.
어서 가 봐야쥐~~~ 정말 찌찌뽕입니다.
처음엔 별루다 했는데 읽을수록 괜찮은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