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접했을때 지난해 선교와 봉사를 하러 떠난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텔레반 정권에게 인질로 잡혔던 그 슬픈 사건이 떠오르면서 잠시 읽기를 주춤했었다. 그런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늘도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는 여성과 아이들의 삶은 외면했다. 먼저 읽었던 친구가 "난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는 것에 참 감사한다"는 표현에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든다.  

저자 이력이 참 다채롭다. 아프가니스탄인으로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했고 의대를 졸업, 캘리포니아에서 의사를 하는 동안 소설을 썼으며, 난민을 돕기위한 NGO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는 문득 체 게바라가 떠오르기도 했다.

아직도 일부다처제가 허용되고, 태어날 때부터 이미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할 운명으로 정해져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여인들. 이 책은 두 명의 여인 마리암과 라일라가 주인공이다. 주인집 남자 잘릴과 가정부 나나 사이에 태어난 마리암. 비록 멀리 외딴곳으로 쫓겨났지만 매주 목요일이면 잘릴이 찾아와 마리암과 오붓한 부녀 사이가 되어 마리암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다. 일주일에 한번이 아닌 매일 잘릴과 함께 하고 싶었던 마리암은 잘릴을 찾아가지만 외면당하고 그 사이 나나는 자살을 한다. 오직 마리암만 의지한채 살았던 나나에게 마리암의 떠남은 살아야할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기구한 나나의 삶에 마음 한켠이 아려오며 왠지 마리암에게도 드리워질 숙명같은 어두운 그림자에 안타까움이 인다.

그렇게 마리암은 잘릴의 집에서 세명의 부인, 여러명의 형제들과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게 되고, 부인들의 강권으로 욕심많고 나이도 많은, 폭력적인 라시드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그 와중에 텔레반 정권이 장악을 하고 사태는 더 심각해 지면서 졸지에 부모를 잃은 라일라도 라시드의 두번째 부인으로 들어오게 된다. 여자도 충분히 배울 권리가 있고, 미래를 가꾸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라일라가 멋진 미래를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던 진보적인 라일라의 아버지 바비의 죽음으로 멋진 삶을 살것이라는 라일라도 결국 피할수 없는 운명같은 늪으로 빠지게 된다. 결국 라시드의 심한 폭력과 생활고, 라일라를 이해해주고 아껴주던 첫사랑 타리크와의 만남을 라시드가 알게 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고, 마리암은 라일라를 대신해서 라시드를 죽이고 처형당한다. 다행히 라일라는 타리크와 아이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간다.

아름다운 제목은 라일라의 마음속에 천 개의 태양의 눈부신 광채로 빛나고 있는 마리암을 의미한다. 두 여인의 첫 만남은 마리암의 질투로  한동안 힘들었지만, 남편의 무차별한 폭력에 곧 자매처럼 서로를 의지하게 되면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작은 희망이 된다. 여인의 선택권, 여자 혼자만의 외출까지 말살당한 텔레반 정권하의 슬픈 삶. 역자가 잠깐 언급한 그 상황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방문은(?) 시대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판단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한 남자와의 그릇된 만남으로 평생 불행한 삶을 산 마리암과 라일라의 안타까운 삶이 비단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겠지. 어쩌면 아프가니스탄 여인들의 삶을 대변한 것일수도 있겠다.
단지 그 나라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안도를 하기에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저 한숨과 눈물만 나온다. 아프가니스탄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접하게 해주는 수준 높은 소설이다. 곧 영화로 나온다니 꼭 봐야할 듯한 의무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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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8-25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놨는데요. 빨리 읽어야겠네요.

세실 2008-08-26 06:16   좋아요 0 | URL
네 두껍기는 하지만 문체가 어렵지 않아 금방 읽어 내려가요. 흡입력이 있습니다. 같은 하늘아래 이런 일이 있다니 참 슬픈 현실입니다.

순오기 2008-08-25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카니스탄 여자들의 삶은 참 짠하더군요~
'바람의 딸 샤바누'가 생각나네요~ 영화 볼만하겠는데요.^^

세실 2008-08-26 06:18   좋아요 0 | URL
처음 접했는데 21세기에 이렇게 살아가는 여인들이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하게 됩니다. 영화 나오면 홍보대사 할래요.

비로그인 2008-08-26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번 뉴스보는것보다 한번 이런책 읽는게 아프가니스탄을 이해하는데 훨씬 낫지요?

세실 2008-09-06 17:23   좋아요 0 | URL
네. 아무래도 그들의 삶을 좀 더 깊게 알고 이해할 수 있을듯.
참 마음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