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준비

11월 중순에 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어린이책 서평' 을 주제로 한 독서과정중 '즐거운 책읽기'란 주제로 사서대상 수업을 하기로 했다. 솔직히 사서를 포함한 어른 대상 강의는 부담스럽다. 같은 현장 사서의 입장이라는 것도 그렇고 직장 초년부터 계속한 어린이 독서수업의 영향인지 어른 수업도 마치 어린이 수업같이 진행되기에 조금 유치한 면도 있고, 독서 눈높이를 맞추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왜 그리 떨리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 의뢰가 오면 '오케이'부터 하고 보는 나의 단순함은 대체 어떤 성향일까? 물론 머리로는 '유난히 학문적으로 흐르는 그저 교과서식의 읽어내려감 위주의 수업은 지양하고 살아 있는 수업을 할꺼야' 하는 결의는 하게 된다. 기대감으로 교육을 듣지만 늘 반복되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식상하기는 하다. 그래서 현장의 경험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당장 월요일까지 A4 7매의 원고를 보내라고 하는데 달랑 1장만 완성해 놓았다. 결국 주말에 꼼짝없이 원고를 써야 할듯. 

독서치료사과정

이제 독서치료사과정이 2번 남았다. 다음주 월요일만 가면 마지막 시간엔 시험. 기대속에 시작했건만 가지 못한 날도 많고, 원론적인 이야기와 왠지 시간을 억지로 늘이는 듯한 늘어짐도 참기 힘들었고, 하루 꼬박 4시간의 수업을 듣는것도 힘들었다. 5만원의 전형료를 내고 시험을 보는데 떨어지면 아 창피할듯.

2년의 성당임원

12월이면 2년2개월동안 맡았던 성당 주일학교 자모회장 자리도 내어주게 된다. 날라리 신자였던 내가 주일미사 꼬박 꼬박 참석하고, 자모회 엄마들과 함께 하면서 끈끈한 관계 유지했고, 신부님, 수녀님과 진솔한 대화도 나누게 되고 그러면서 신앙심이 커지는 계기가 되었지만 역시나 내게는 참 힘들었던 자리. 직장과 가정과 성당으로 나누기에는 그 자리가 벅찼다. 내년 상반기 만이라도 휴식기간 가져보려 한다. 오늘 자모회 했고, 공식적인 자모회는 딱 한 번 남았다. 대림환, 은총시장, 성탄제만 하면 된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중간고사와 아이들

보림. 중간고사 끝나자 마자 보림이의 들뜬 목소리 "엄마 저 사회, 과학 100점 맞았어요" 한다. "어머 잘했네... 국어, 수학은?" 그 다음엔 말을 흐리는 보림이의 "저 집에 가서 말씀 드릴께요...."  결국 국어를 망친 보림이의 평균은 93점. 시험공부할때 헷깔려 하더니만 이런 이런. 그래 어쨌든 그 정도면 훌륭하지 뭐.

규환 이네 반엔 올백이 2명이나 나왔단다. 그리고 규환이는 백점이 하나도 없었다. 울컥 하고 화가 나기에 말로 규환이에게 상처를 주었다. 결국 눈물을 보이는 규환이. 그런데 생각해보니 규환이는 국어 2개, 수학 1개, 슬생, 바생에서 1개씩 밖에 틀리지 않았고 고른 성적분포도를 보였는데 괜히 혼냈다.  5개 틀린건데...... 이런. 남과 비교하는 엄마의 고질병이 규환이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규환아 미안해'
그런데 1학기말 고사때도 4개 틀렸지만 국어랑 바생을 백점 맞아서 칭찬을 해주었었다. 엄마의 조삼모사. 하긴 그땐 제일 잘한 아이가 2개 틀린 거였고 규환이가 그 다음이었지.
중학교 가면 초등때 성적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신경쓰이는 걸 어쩌냐구!

여우꼬리)

바쁜 와중에도,
마흔이란 나이가 그냥 가는게 아닌가 보다. 
주홍빛으로 물든 산을 바라만 보아도 눈물이 날것 같고,
누군가 '힘드니' 하고 물어만 보아도 눈물이 또르륵 흐를것 같다.
몸은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마음은 너울너울 춤을 추는 듯 하다.    



사진에 흠뻑 취한 친구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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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0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모드로 주르르 읽었어요. 바쁘게 사는 일상이 행복한 거라고 팍팍 힘 밀어드립니다!
아이들 성적...엄마들의 영원한 아킬레스건-그 많은 책에서 읽은 지식과 교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ㅎㅎ 저도 '스스로 도전하는 아이의 인생에는 막힘이 없다' 서평 도서 막 끝냈는데 내가 너무 보여서, 리뷰 쓰기를 망설이고 있어요. ㅠㅠ
마흔이란 나이...지천명을 앞에 두고 있으니, 얼마나 찬란한 아름다운 시절이었던지...^^

세실 2007-11-04 07:33   좋아요 0 | URL
연말이니 모든 분들이 바쁘겠지만,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주말에 여유롭게 놀러 간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 합니다.

오죽하면 시엄니가 "넌 책도 많이 읽은애가 시험좀 못 보았다고 자식에게 그렇게 말하니..." 합니다. ㅎㅎ
음 책 제목이 멋집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아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절이라...... 저두 지나면 그리 생각들까요?

바이올렛 2007-11-0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맞어^^ 나이가 주는 중압감도 무시 못하지? 아줌마란 말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것도 몇 년 안되었는데, 왠지 중년냄새가 폴폴 풍기는 마흔이란 옷이 나도 아직은 버겁다... 웬지 인생의 반환점을 돈 듯한 느낌과 이제 휘니쉬라인을 향한 내리막길밖에 남지 않았다는 초조감..

그래도 이런 감정들을 함께 느낄 수 있으니 우린 참 행복한 친구다... 열 한살부터 스물, 서른, 마흔을 함께 했으니...

친구야~ 담주 화욜날은 오랜만에 애들 떼어놓고 맛있는 저녁도 먹고 웰니스에서 예쁜그릇이랑 허브도 구경하고 포티올리에서 우아하게 차 한 잔 하자^^

세실 2007-11-04 07:3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나이 듦이 버겁게 느껴진다 요즘.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조바심만 나네. 20대때 40대를 보면 완전 아줌마란 생각 했었지. 하긴 역으로 60대 분들이 우리 보면 아직도 청춘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생각하기 나름인데 그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단 말 기억하고 살자.

ㅎㅎ 우리가 썼던 편지만 간직했어도 또 다른 추억이 되었을텐데. 왜이리 버리는 것을 좋아하는지.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이지.

오케이. 근데 거기 도착하면 7시30분은 될텐데...흑.

프레이야 2007-11-0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모로운 세실님, 언제나 에너지 넘치고 유쾌한 모습, 이렇게 대리만족 합니다.^^
독서치료사 과정 시작하신단 글 본지가.. 어느새 2번밖에 안 남았군요.
참 열심히 하십니다, 여러가지로요^^
마음은 너울너울~~ 이거이 동감이에요.

세실 2007-11-04 07:51   좋아요 0 | URL
아잉. 저도 좀 한가하고 싶어요. 연말이 다가오면서 많은 분들이 바쁘시겠지만 참으로 바쁩니다. ㅎㅎ
독서치료사과정은 1일 4시간, 72시간 과정이라 생각보다 짧았습니다. 나름 힘들었지만요. 뭐든지 대충대충 지나가는듯 합니다.
내년엔 좀 더 꼼꼼히 하려구요.
너울너울에 동감하시는 분들과 작은 모임하면 좋을텐데 우린 넘 멀리 있어요. 안타깝게도...

hnine 2007-11-0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보림이랑 규환이 야단치지 마셔요~~ 잘 했는걸요.

세실 2007-11-04 07:40   좋아요 0 | URL
ㅎㅎ 그저 말로 몇마디 하고 끝냈습니다.
달랑 총정리 문제집 한권 풀고 시험봤으니 이 정도만 해도 잘했죠 뭐....
보림이 국어 시험 망친것이 내내 속상하긴 하지만 명심하겠습니다.

2007-11-05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7-11-05 23:0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욕심이 과하다고 생각되긴 합니다만...제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마음 비우는 연습을 해야 겠어요.
물론 보림이는 그런대로 넘어갔다니까요. ㅎㅎ
규환이가 문제...어쩜 백점이 하나도 없는지 원...
저 성깔 없거든요? 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