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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그게 뭔데? ㅣ 낮은산 키큰나무 4
베르트랑 페리에 지음, 이선주 옮김, 조승연 그림 / 낮은산 / 2007년 8월
평점 :
'부모님이 나를 안아 주지 않은 지는 꽤 오래 되었다. 그러는 편이 차라리 낫다. 엄마는 "내 새끼, 오늘은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라고 말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거나 하지 않는다. 만일 그런다면 오히려 쑥스러울 것이다. 엄마나 나나 모두'
첫 페이지에 시작되는 구절이다. 이 책을 읽고 성과라면 아이들 자주 안아주고 머리 쓰다듬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뭐 배웠어?'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오늘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니?' 하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요즘 초등 2학년인 작은아이와 신경전을 벌이면서 서로 큰 소리가 오고 가고 '욱' 하는 마음이 들때엔 가차없이 매를 들고 싶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매 맞는아이의 두려움과 폭력의 연속성에 참게 된다.
열넷의 한창 사춘기인 주인공. 멀쩡한 아파트 단지, 멀쩡한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가족이라고 하지만 참으로 불안한 가족이다. 아들이 부모를 '그들, 때리는 자(아빠), 옆사람(엄마)' 이라고 표현하거나 부모가 아이에게 '배불러 터진 놈, '멍청이' '도둑놈' '방탕하고 짐승 같은 자식' 이라고 한 것은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주는 말들이다. 엄마나 아빠중 한명이라도 이해하고 감싸주려 하기 보다는 더 폭력적으로 대하게 된다. 폭력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되는 심각한 정도를 넘어 섰다.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이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몰래 술 마시고, 대마초도 피고, 포르노 잡지나 뒤적이고 포르노 글까지 쓴다면 참을 수 없을만큼 화는 나겠지만 분명 그 이유는 부모의 무관심, 폭력에 근거했으리라.
다행히 주인공을 이해해주는 서점 매니저 마르틴은 그에게 멘토링이 되었다. 심리치료와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이 겪었던 일을 글로 쓰게 되고 학대와 폭력으로부터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간다. '단어들은 내 속에서 끓고 있는 분노에 대해 말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런 감정을 잠재우고 순화시키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백 퍼센트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가출하는 청소년의 뒤에는 폭력아버지가 있단다. 욕설과 저주를 퍼 부으며 자식의 영혼을 송두리째 부숴 버리는 '남' 보다도 못한 아버지들이 있다고 한다.
아이를 때리지 않고 말로 설득해야 겠다는 것, 주관적인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한템포 쉬어가는 여유를 가져야 겠다는 것, 폭력은 습관적이 된다는 것, 하루에 적어도 다섯 번은 안아주고 등 두드려 주어야겠다는 것 등은 이 책을 읽고난 후의 나의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