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벚꽃 흐드러지게 핀 4월에 박완서님 자택인 아치울에 다녀온적이 있다.  아치산이 정면으로 바라다 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아담한 황토담으로 이루어진 외벽과 소박한 잔디 정원,  온통 유리로 되어 있어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정갈한 거실과 책으로 둘러 쌓여있는 작은 서재. 참 아늑하게 느껴졌다. 갸냘픈 외모지만 단아한 박완서님의 모습과 아치울은 참으로 잘 어울렸다.

 '호미'는 4장의 챕터로 나뉘어 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첫 장은 주로 아치울에서 꽃과 나무를 벗삼아 살아가는 주변이야기를 다루었다.  '꽃 출석부'라는 소제목을 붙인 글에서는 자택에서 하나 하나 설명해주시던 목련, 매화, 조팝나무, 제비꽃의 모습이 떠올랐다. 민들레등 자생식물까지 합해서 자라나는 식물이 100여종이라고 자랑하면서 계절에 따른 순서대로 피어나는 식물의 섭리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작가의 순수함과 식물에 대한 사랑이 묻어난다.

2장에는 '그리운 침묵'이라는 부제목 답게 고향에 대한 그리움, 여행, 친구, 정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수필은 대부분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는데 박완서님의 글에는 작가의 품격있는 생각을 들을 수 있기에 그의 작품을 빼놓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가 나를 돌아보았네'라는 부제목의 3장은 다른 작품에서 조금씩 소개되었던 26년동안 모셨던 시어머니와 카톨릭 신자가 된 배경, 자녀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어머니,  작가의 어린 생활, 6.25전쟁을 겪은 생활상이 묘사되어 있다.  마지막 장 '내가 문을 열어주마' 에서는 손녀, 어머니, 딸과의 관계속에서 자녀교육관을 이야기 하며, 박수근, 김상옥, 이문구 선생을 그리워하는 글에서는 아름다운 관계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한다. 

한번의 만남으로도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나오거나 TV를 통해서 뵈면 가슴이 뛴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소중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나이가 드심에도 어쩜 이리도 맛깔스럽고 담백한 글이 나올수 있을까.  머릿글에 '내 나이에 6자가 들어 있을 때까지만 해도 촌철살인의 언어를 꿈꿨지만 요즈음 들어 나도 모르게 어질고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글을 소망하게 되었다'고 하는 바램이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드는 참으로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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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7-02-15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 보고 박완서님 책인 줄 딱 알았어요. 이 책 사려고 했는데 '신의 물방울' 사는 바람에 다음으로 미뤄놓았어요. 다음으로... ^^

세실 2007-02-16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에 아치울에 가면 참 멋져요 ~ 그냥 소풍가셔도 좋을듯^*^ 기회되면 한번 읽어보세요~~

짱꿀라 2007-02-1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설 잘 보내시고요.

세실 2007-02-1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휴 되고 계신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