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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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나는 아무래도 이 소설의 결말이 고깝다.
삶은 되풀이되는 실수로 가득한 것이라지만, 대를 잇는 실수는 이제 좀 그만.

하지만 그게 또 인생이라면 할 말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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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8년 7월
구판절판


어떤 일에 확 트여 버리면, 아주 뛰어나 버리면, 바닷물이 시냇물 쳐들어오는 것을 보고 돌아누워 끙 낮잠을 자 버리듯이 그렇게 시시해져 버리는 것이었다. 술에 관한 한,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167쪽

사랑은 그 혹은 그녀에게 보다 나은 '나'를 보여 주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으로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이랬으면 좋았을 나'로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노력과 함께 사랑은 시작된다.-199쪽

너무 특별한 사랑은 위험한 법이었다. 너무 특별한 사랑을 감당하고 싶어서 그만 다른 길로 달아나 버린 아버지처럼.-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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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깊은 잠 2
박범신 지음 / 세계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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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라진 www.hunbooks.com 에서 대량으로 사들인 책 중 하나.
70~80년대 인기남이었던 박범신의 책이라기에 주저없이 클릭해서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제목은 낯설다.
<꿈과 쇠못>이라...


알라딘에도 없기에, 이외수의 <산목>처럼 이제는 사라진 책인가 했는데
아, 또 제목이 바뀐 거였구나.
그런데 그 역사가 아주 스펙타클하다.
1979년에 박범신은 <죽음보다 깊은 잠>을 써서 2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다. 
한국의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게 때마침 딱 맞아떨어진 것.
이른바 세태소설이었다.
그리고 5년 후, 여성지 '주부생활사'에 두 번째 세태소설이라 할 수 있는 <꿈과 쇠못>을 연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단행본으로 출간할 때 편집부의 권유로 <하늘로 던지는 그물>로 제목을 바꾸고..
또 그 후에 재출간할 때는 전작 <죽음보다 깊은 잠>의 유명세를 이용하기 위해선지
제목을 아예 <죽음보다 깊은 잠 2>로 바꾸고.....
모르는 상태였더라면 <죽음보다 깊은 잠>과 <죽음보다 깊은 잠 2>가 상하 세트인 줄 알고 함께 샀을지도 모르겠다.
뭐, 두 작품이 아예 아무 연관성도 없는 건 아니지만, 약간 '귀여운 사기' 수준 아닌가?
우리나라 출판사들, 제목을 너무 자주 바꿔 책을 찍어내는 것 같은데 제발 좀 안 그랬으면 좋겠다.
처음에 지은 제목이 좀 못마땅하더라도, 그래도 그것 또한 작품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수익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겠다 싶은 경우도 없는 건 아니다.
성석제의 <순정>은, 상업적으로 보자면 <도망자 이치도>로 제목을 바꾼 후에 더 눈길이 가기도 하니까.
그래도 나는 <순정> 쪽이 더 좋다.

<꿈과 쇠못>은 딱 80년대 소설스럽다.
약간은 '나는 펫' 스럽기도 하고 '아이돌 성공기' 같기도 하고 '조강지처클럽'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퇴폐적인 미사리 느낌도 난다.
마지막 부분에서 영훈이 사라지는 모습에서는 난데없이 '환타지'스러워져서 엥 내가 이외수 소설을 읽었던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도 솔직히 말하자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정도로 몰입감은 높다.
이 소설이 촌스러운 건, 우리가 이미 그 시대를 훌쩍 지나쳐 왔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기 때문.
그리고 사랑은, 촌스러울수록 절절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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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깊은 잠 2
박범신 지음 / 세계사 / 2000년 7월
품절


소주는 비정해. 너무 투명해 마치 독기가 가득 고여 있는 것 같거든.-49쪽

흘러간 노래는 언제 어디서 부르든지 눈물과 만나고 지분내나는 사랑과 만나고 손수건 흔들며 풀래폼 모서리에 홀로 남아 우는, 저기 저 30년대 식의 애잔한 이별과도 만났다.-66쪽

평생 한 여자를 잊지 못하는 사람을 혹 보았습니까?
오래 전 그런 경향을 가졌던 사람들도 있었다더군요. 하지만 냉정한 역사관을 갖고 살펴보면 그런 경향의 사람들이 이끌던 시대는 역사적으로 고통의 연속이었어요.-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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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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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손님>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고 하니 M양이 뜨아해 한다.
아 진짜 이럴 땐 승부욕 발동한다니까.

어릴 때 엄마가 아빠 몰래 계몽사에서 나온 120권 전집을 들여놓은 적이 있었는데
우리 집 삼남매는 하루가 멀다하고 누가 더 많이 읽었는지 체크를 하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언제나 꼴찌였던 불쌍한 나.
내가 승부욕에 불타서 한 권 더 읽을 때 언니와 동생은 어디 가서 놀다오면 좋으련만
그들도 그 시간에 한 권 더 읽으니 언제나 1,2,3위는 요지부동.
짜증이 난 나는 또다시 눈물바람. ㅠㅠ
"나는 꼼꼼하게 읽어서 그래." 라며 항변을 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콧방귀 뿐.

어쨌든 이제는 다 컸는데, M양한테까지 질 수는 없는 법. (알고 보니 M양도 읽지 않았지만...)
헌책방에서 발견한 김에 들고 와서 휘리릭 읽어버렸다.

어머나, 그런데 왜 나는 '손님'이란 단어 하나 때문에
이 소설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같은 수줍은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었을까.
그의 <오래된 정원>이 아직까지도 마음에 담겨 있기 때문이었나.  
읽다 보니 이건 한국전쟁을 둘러싼 한 마을 사람들의 사상적 갈등이 주요 테마다.
아니, 다시 말하면 그 사상적 갈등 때문에 몹쓸 짓을 저지른 류요한 장로의
'영혼이 되어서라도 고향산천에 찾아가 죄를 씻으리'가 주요 테마.
그래서 '불편한 진실'도 많다.
누가 내 코에 철사로 코뚜레를 꿰어놓은 것처럼 불편하고
발목에 쇠사슬이라도 묶어놓은 듯 잠자리가 편치 않다.
내가 최악의 악몽으로 꼽는 건 전쟁이 나서 피난 가다 가족들이랑 헤어지는 꿈인데,
<손님>을 읽고 나면 눈도 감지 못하고 악몽을 꾼 것처럼 온몸이 노곤하다.
그만큼 사실적으로 썼다는 얘긴가.

그래도 내 취향은 <손님>보다는 <오래 된 정원>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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