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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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손님>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고 하니 M양이 뜨아해 한다.
아 진짜 이럴 땐 승부욕 발동한다니까.

어릴 때 엄마가 아빠 몰래 계몽사에서 나온 120권 전집을 들여놓은 적이 있었는데
우리 집 삼남매는 하루가 멀다하고 누가 더 많이 읽었는지 체크를 하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언제나 꼴찌였던 불쌍한 나.
내가 승부욕에 불타서 한 권 더 읽을 때 언니와 동생은 어디 가서 놀다오면 좋으련만
그들도 그 시간에 한 권 더 읽으니 언제나 1,2,3위는 요지부동.
짜증이 난 나는 또다시 눈물바람. ㅠㅠ
"나는 꼼꼼하게 읽어서 그래." 라며 항변을 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콧방귀 뿐.

어쨌든 이제는 다 컸는데, M양한테까지 질 수는 없는 법. (알고 보니 M양도 읽지 않았지만...)
헌책방에서 발견한 김에 들고 와서 휘리릭 읽어버렸다.

어머나, 그런데 왜 나는 '손님'이란 단어 하나 때문에
이 소설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같은 수줍은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었을까.
그의 <오래된 정원>이 아직까지도 마음에 담겨 있기 때문이었나.  
읽다 보니 이건 한국전쟁을 둘러싼 한 마을 사람들의 사상적 갈등이 주요 테마다.
아니, 다시 말하면 그 사상적 갈등 때문에 몹쓸 짓을 저지른 류요한 장로의
'영혼이 되어서라도 고향산천에 찾아가 죄를 씻으리'가 주요 테마.
그래서 '불편한 진실'도 많다.
누가 내 코에 철사로 코뚜레를 꿰어놓은 것처럼 불편하고
발목에 쇠사슬이라도 묶어놓은 듯 잠자리가 편치 않다.
내가 최악의 악몽으로 꼽는 건 전쟁이 나서 피난 가다 가족들이랑 헤어지는 꿈인데,
<손님>을 읽고 나면 눈도 감지 못하고 악몽을 꾼 것처럼 온몸이 노곤하다.
그만큼 사실적으로 썼다는 얘긴가.

그래도 내 취향은 <손님>보다는 <오래 된 정원>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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