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품절


그런데 사람들은 어째서 줄을 서는걸까? "거기에 행렬이 있기 때문이지." (마호메트)-179쪽

음식은 자기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처음 보는 음식을 먹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본성이 나온다. 그 사람의 호기심과 경계심 사이의 균형감각이 드러나고 마는 것이다. 미지의 것에 얼마나 마음을 열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리트머스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191쪽

요리는 좋아도 설거지는 딱 싫다는 사람이 많다. 사실은 나도 이 부류에 속한다. 원래 이 두 가지 일은 정반대의 소양을 필요로 하기에 "요리 잘하며 청소 못하고, 청소 잘하면 요리 못한다"는 동서고금에 통하는 법칙이 있을 정도다. 둘 다 잘한다면 기적, 둘 다 못한다면 예외가 되겠죠, 틀림없이.-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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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동안 모두가 '배명훈 배명훈' 해대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타워 타워 타워'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배명훈 프로필을 검색해 보니, 테러리스트, 스마트D 등 그의 전작들은 모두가 내가 읽어보지 않은 것들인다.
나만 모르는 배명훈에 사람들은 왜 이렇게 호들갑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

그리고 하루만에 숨도 안 쉬고 읽은 타워는, 아, 기막힌 상상력에 촌철살인까지 겸비했구나.
게다가 '타클라마칸 배달사고'는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빈스토킹이라는 그들만의 '광장'이 사라지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상콤하게 재미있지만 다 읽은 뒤 무작정 책장을 덮어버릴 수는 없는 무게도 있는데...
그건 어쩌면, 나도 이미 빈스토크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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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7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방곤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원래 책을 두세권 씩, 많게는 네다섯권씩도 겹쳐 읽는 타입이다.
주변에선 볼 때마다 신기해 하지만, 습관이 되어 버려서인지 이게 더 합리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오히려 침대에서 읽던 책을 지하철에서도 읽고 화장실에서도 읽는 게 더 이상해 보일 정도.
이 말인즉슨, 읽다가 접어둔 곳을 다시 펼쳐 읽어도 기억이 온전히 되살아난다는 얘긴데...
어이쿠야. <구토>는 도저히 안 되겠다.
처음엔 몰입이 안 돼서 다른 책으로 건너뛰었다가 며칠 후에 다시 집어들었는데
이걸 내가 과연 읽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느낌!
그도 그럴 것이 첫부분엔 마땅한 스토리도 없는 데다가
짧은 사유의 문장들이 이리 뛰었다 저리 뛰었다 일관성 없이 날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이, 시간 버린 셈 치고 다시 읽자..... 했다가
또 애꿎은 귀퉁이만 접어두고 며칠 뒤에 처음부터 다시 도전!
그리고 화장실에서 <경제학 비타민> 읽는 것 외에는 온전히 <구토>에만 집중하기를 이틀!
그런데, 읽고 나니, 아, 재미있다.
3분의 1 지점에서부터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쑥쑥 읽힌다.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독서광'이 등장하는 부분.
도서관의 책들을 저자 이름 알파벳 순으로 읽어내려가는 그의 정체가 결말 부분에 밝혀지는데,
아, 난 이런 건 정말 예상 못 했던 거지.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광이 싫지 않으니,
그이가 하던 것처럼 빵이랑 초콜릿을 보자기에 싸들고 저 앞의 국회도서관이라도 가봐야겠다.
가서 큰맘 먹고 <존재와 무>를 읽어야지.
아 물론 나는 순수한 의도로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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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7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방곤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구판절판


그에게 이맘 때 무엇하러 여기에 오느냐고 물어본다. 그는 그의 주인이 휴가를 주었기 때문에 곧장 도서관으로 왔으며, 점심도 안 먹을 것이고, 그대로 폐관 시간까지 책을 읽을 작정이라고 설명했다.-60쪽

"정말, 선생님은 운이 좋으십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정말이라면, 여행은 가장 좋은 공부입니다.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나는 애매한 몸짓을 했다. 다행히도 그는 말을 계속했다.
"그건 참 놀라운 일일 겁니다. 언제고 만약 내가 여행을 하게 되면, 출발하기 전에 내 성격을 가장 사소한 점들까지도 기록해두고 싶어질 것입니다. 돌아왔을 때, 전에 내가 어떠했으며, 그 후에 어떻게 변했는가를 비교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지만 어떤 여행자들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정신은 물론 육체도 몹시 변해서 그들의 가장 가까운 친척들도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답니다."-69쪽

내 생각은 이렇다. 가장 평범한 사건이 모험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그것을 남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속고 있는 점이다. 한 인간, 늘 이야기를 하는 자이며, 자기의 이야기와 타인의 이야기에 둘러싸여서 살고 있다. 그는 이야기를 통해서 그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본다. 또 그는 마치 남에게 이야기나 하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살려고 애쓴다. -78쪽

"(...)어떤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하나의 사업이 돼요. 에너지와 관용성과 맹목성을 가질 필요가있어요......처음에는 낭떠러지 밑으로 뛰어내려야 할 순간도 있지요.(...)"-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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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외수
박석수 / 술래 / 1994년 1월
평점 :
품절


 

대방역 헌책방은 전철역에 입점(?)해 있는 헌책방 중에서 가히 최고라 부를 만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전철역 안에 있는 헌책방들이 이름 없는 출판사들의 재고서적을 팔기 위한 용도가 많은데
대방역 헌책방은 정말로 '헌책방'이어서 볼 게 많다.
다른 헌책방에 비하면야 도서량이 극히 적지만 손님이 꽤 많기 때문에 갈 때마다 다른 책이 있다는 것도 매력.

그런데 아뿔싸! 이런 실수를 할 때도 있다.
전철역 개찰구 안에 있는 헌책방인지라 대부분 어딘가를 가고 있을 때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길어야 5~10분 동안밖에 구경을 할 수가 없는데 그날 역시 제목만 대충 보고 뽑아들었던 게 화근.
이외수 작가의 책이 꽂혀 있는 서가에 함께 꽂혀 있어서 얼씨구나 하고 집어들었던 게 첫번째 실수.
뽑아들고 나서야 엥, 이외수가 쓴 게 아니네, 싶었지만, 이미 전광판엔 전철이 오고 있단 신호가 뜨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이외순데, 하면서 계산을 맡겼더 게 두 번째 실수.

딱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외수빠의 여성지 부록용 꽁트"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자칭 타칭 이외수 매니아인데
특히 유독 이외수의 편에 서서 그의 신화를 창조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음을 스스로 밝히고 굉장히 자랑스러워한다.
이외수 작가는 굳이 누가 신화를 창조해 주지 않아도 될 법한 인물인데, 자기 덕분 운운하는 게 일단 '뭥미' 싶고.
또한 그 스스로 밝혔듯이 여성지 부록으로 들어갔던 꽁트들을 묶어서 낸 책인데 정말 수준이 딱 80년대 여성지 부록이다.
감동은 당연히 없고 삶에 대한 깊은 애환도 없다.
그냥 남성우월주의 가득한 아저씨가 자기 지위 이용해서 책 낸 분위기.
이 아저씨, 문학지 편집장도 하고 출판국장도 역임했고 출판사 발행인으로도 있었거든. 

화장실에 두면 응가하는 시간 동안 '쳇, 쳇' 하면서 다 읽어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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