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좌표 -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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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ㅅㅈ 선배가 당첨이 됐다며 데리고 가준 홍세와 저자와의 만남. 아이고 좋아라!
그런데 이날 일이 좀 꼬였다.
선배가 차 댈 곳이 없어 내가 사는 오피스텔 지하에 주차를 하려고 했고
나는 그 시간에 맞춰 주차카드를 건네줬는데
융통성 없는 주차관리 아저씨가 카드에 적인 차번호와 선배의 차번호가 다르다며 무료주차를 불허한 것!
말도 안 돼! 나는 관리비도 꼬박꼬박 (....;;;;) 내는 당당한 세입자라고!
주차관리 아저씨는 관리실에 가서 새로운 차량번호를 등록하라고 했고 그러려면 전세계약서가 필요한데
오마이거쉬, 때마침 이게 어디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거다.
그리고 찾으면서 생각해 보니 나 사실 지난달 관리비 안 냈지...
괜히 관리실 찾아갔다가 밀린 관리비 어쩌고 하면 나는 홍당무가 될 텐데...
ㅅㅈ 선배는 집에서 피자와 핫윙을 시켜먹자며 나를 들들 볶고 있었고
바로 그 때! 똑똑한 내가 국회도서관을 생각해 내는 바람에 선배는 무사히 주차를 할 수 있었다는 얘기.
그리고 파파존스에서 올미트 피자랑 핫윙을 시켜서 카펫 위에 반쯤 누워 냠냠.
밤샘원고를 쓴 선배는 샤워까지 후딱 마친 다음 오마이뉴스로 출발. 
 

 

 홍세화 선생님을 직접 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사람도 엄청 많구나.
지금까지 다른 작가와의 만남엔 오히려 빈 자리가 많아 이쪽에서 미안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엔 꽉꽉 들어찼다.
세심한 주최측이 탄산음료와 작은 과자를 준비해 뒀는데 ㅅㅈ 선배와 나는 굳이 탕비실까지 들어가 커피를 타마시고.
그런데 여기서 부끄러운 사실을 하나 고백하자면 선배와 나 둘 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가 유일한 저서인 줄 알았다는 것.
그런데 그간 책도 많이 내셨었구나. 시간 내서 다 사 봐야지.

그리고 드디와 홍세화 선생님 입장.
허리 숙여 인사를 수없이 반복하며 볼빨개진 미소로 들어오신다.
이 날의 주제는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그는 귀국 후 택시를 탈 때마다 택시기사에게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다고 한다. 나도 한 때는 택시를 몰았노라고.
기사 역시 반가워하며 어디서 일했냐고 묻고, 나는 파리에서 일했다 대답하고 그렇게 화기가 애애할 무렵,
기사가 그럼 지금은 어디에서 일하냐고 물어보고 '한겨레'에서 일한다고 대답하는 순간 분위기는 급 반전.
대개의 경우 기사들은 한겨레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고 심지어는 전라도 신문이다, 운동권 신문이다 라는 말도 서슴치 않는다고.
그래서 일부러 "그럼 기사님도 한겨레를 구독하나 보네요?" 하고 슬쩍 물어보면 역시나 택시기사구독률은 0 %.
여기에서 의문이 생성된다.
한겨레를 읽지 않고도 어떻게 그들은 한겨레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가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견해는 왜 그리도 견고한가?
왜 '한겨레를 읽지 않아 잘 모른다'는 솔직한 답변은 나오지 않는 걸까?

정운찬 총리와의 기묘한 인연도 재미있다.
둘은 초중고, 그리고 대학까지 동기동창. 그 유명한 경기중고등학교에 서울대 라인이다.
그러나 한 사람은 대한민국 총리가 되고 한 사람은 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둘의 생각의 변곡점이 생긴 건 도대체 언제인가?

위 두 가지에 대한 답은 모두 책에 들어 있다.
강연회가 있던 전날 홍대 동남문고에서 책을 사서 읽어둔 터라 문장 하나하나가 머리에 쏙쏙. (이것이 예습의 효과? ㅋ)
그러나 ㅅㅈ 선배는, 그의 말대로만 되면 세상은 아름다워지겠지만 그게 쉽겠냐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해서 생각조차 안 하면 안 될 일.

이날은 질문을 하는 이들조차 어쩌면 그리 똑똑한 젊은이들인지.
올해 발령을 받았다는 서산의 한 중학교 윤리 선생님과, 방학이라 귀국해 택시운전자 자격증을 땄다는 학생까지 있다.
그런데도 ㅅㅈ 선배와 나는 싸인을 받으려고 줄선 사람들 중 앞의 여자 가방이 어디 건지나 속살거리고 있으니...
그래. 나는 이렇게 속물로 살고 있어도 누군가는 올바른 생각으로 딴딴하게 무장하고 세상에 맞서겠구나.
그러나 나도 내 생각이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끊임없는 고찰을 해야한다.

 

싸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쩐지, 저, 필기도 열심히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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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구판절판


기존 생각을 수정하려면 자신을 끊임없이 부정하는 용기가 필요한데, 대부분은 기존의 생각을 고집하는 용기만 갖고 있다. 머리가 나쁜 탓이 아니다. 오히려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그 좋은 머리를 기존의 생각을 수정하기보다 기존의 생각을 계속 고집하기 위한 합리화의 도구로 쓴다. 사람이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16쪽

스페인의 한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모두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옥에 하나의 창이 나 있다. 놀랍게도 이 창은 모든 세계와 만나게 해준다. 바로 책이라는 이름의 창이다."-24쪽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지적 인종주의'라는 말로 학업 성적이 부진하다는 이유 때문에 사회적으로 차별하는 것에 일침을 가했다. 우리는 피부 색깔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듯이 두뇌를 선택할 수 없다.-27쪽

"논리로 안 되면 인신을 공격하라."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학자인 키케로의 말로 전해진다. 토론이나 논쟁을 할 때 상대방에게 논리로 밀릴 것 같으면 상대방의 인신을 공격함으로써 자리를 모면하는 사람들을 빗대서 한 말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21세기에 "논리로 안 되면 인신을 공격하라"는 키케로의 말을 아주 잘 따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에게 "배후가 누구냐?", "그 많은 초 값은 누가 지불했냐?"고 묻거나 "너, 좌빨이지? "너, 반미지?"라고 추궁한다. 이런 추궁에 응수하기란 참으로 난감하다. "나, 배후 없어", "나, 빨갱이 아냐", "나, 반미 아냐"라고 답하는 순간 이미 토론은 불가능하다.-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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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방·해변의 길손 - 1988년 제1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한승원 외 지음 / 문학사상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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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의 헌책방에서 샀던, 무려 88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88년도면, 나도 상식적인 자각은 하고 있을 무렵일 텐데 그 당시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어, 내가 정말 이 시대를 살았었나' 의문이 든다.
생각해 보면, 전쟁이 끝난 지 겨우 38년이 지났을 무렵이고, 올림픽을 한다고 경제개발이니 발전이니 떠들어대던 때지만
사실 지금에 비하면 턱없이 가난했던 시절.
자가용 있는 집이 드물었고, 학교에서는 가정환경조사를 한답시고 집에 TV 있는 사람, 냉장고 있는 사람을 조사하던 때다. 
버스나 택시에서 담배를 피는 게 당연히 통용되던 때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건 어줍짢은 어린애 기억 수준밖에 안 되고
정작 그 시대와의 큰 간극을 나는 간혹 소설에서 발견하곤 한다.
여기 실린 8개의 단편들이 말하는 건, 대부분 사상이나 전쟁, 그리움이다.
빨갱이로 몰려 감옥에 간 사람이 나오고, 오늘도 최루탄을 던지고 온 대학생이 나온다.
더이상은 갈 수 없는 북쪽 고향마을에 대한 이야기 또한 당연히 나오고.

2000년대 소설과는 정말 많이 다르구나.
그 '달라짐'이 새삼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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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1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그 분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은요..?^^
 
붉은 방·해변의 길손 - 1988년 제1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한승원 외 지음 / 문학사상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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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많을수록 진상은 감춰지는 법이라구.

<지빠귀 둥지 속의 뻐꾸기>-257쪽

그러던 어느날 나는 점순이에게 손거울을 선물로 주었다. 손거울에 이름을 써서 좋아하는 사람한테 주면, 좋아하는 사람이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그 사람의 마음이 이름을 써 놓은 사람에게로 쏠려, 결국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다는 누님의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실행을 한 것이었다. 나는 집에서 달걀을 훔쳐 몰래 장에 가지고 가서 팔아 손거울을 샀으며, 손거울 뒤에 붓으로 이름을 쓴 다음 내 이름이 보이지 않게 창호지를 붙여 그녀에게 주고 나서 점순이의 마음이 내게 쏠리기만을 간절하게 기다렸다.


<꿈꾸는 시계>-275쪽

"그 얘기를 오늘 내일 당장 전설 속에 끼워 넣으려고 서두르면 안 되지요. 전설은 오랜 세월을 두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겁니다. 죽음이나 피가 흙이 되고 나서 그 흙에 뿌리를 박고 돋아난 풀 한 포기나 꽃 한 송이가 전설이지요."

<달빛과 폐허> -4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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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0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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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부터 연말, 혹은 연초가 되면 트렌드 관련 책을 보는 게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트렌드를 알고 싶어서 책을 찾아보는 건지
아니면 트렌드 책이 많아서 자연스레 눈길 한 번 손길 한 번 가는 건지 이건 정말 아돈노.
어찌 됐든, 남들 다 읽는 트렌드 책, 나만 안 읽으면 뒤처질 것 같아 2010년에도 읽기로 한다.
살아남으려면 독서도 강박.


올해의 키워드는 타이거로믹스(TIGEROMICS).

Times for Korean chic : 코리안 시크
Into our neighborhood : 떴다, 우리 동네
Good to be geeks : 딴짓의 즐거움
End of taboos : 금기의 종언
Ready-made to order-made : 당신의,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
Omni-U solutions : 전지전능 솔루션
Manner matters : 매너남녀
It's aqua : 물의 르네상스
Challenge your age : 나이야 가라!
Style republic : 스타일에 물들다


 
10개의 키워드 모두, 읽고 나면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반면, 뭔가 굉장히 새롭고 기발한 것을 읽고 싶어 이 책을 선택한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본문에서 김난도 교수 역시 밝혔듯, 트렌드는 미래만을 예견하는 게 아니라
과거-현재-미래의 세 시제를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미 내 옆에서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일들 중 될 성 싶은 떡잎들만을 모아놓은 책이라는 얘기다.
고 떡잎들이 1년 동안 어떻게 커 갈지 관찰해 가는 건 이 책을 읽은 독자들만이 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
나는 거기에 덧붙여 10개의 키워드에 맞는 2010년 계획까지 나름 야심차게 세워보았다.
트렌드에 맞는 계획이라니, 왠지 지성인 트렌드세터가 된 기분이야.


Times for Korean chic : 코리안 시크
나도 한국적으로 시크해질테다.
'나홀로 국내여행'을 꼭 해봐야지!
1순위는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이다.

Into our neighborhood : 떴다, 우리 동네
이제 그만 여의도를 벗어나고 싶은데...
올 7월에는 여의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사!

Good to be geeks : 딴짓의 즐거움
2009년에는 딴짓을 별로 하지 못했다.
제일 큰 이유는 내 인생 최고의 가난뱅이 시기였기 때문.
올해엔 근 5년간이나 침만 질질 흘리고 있는 맥주 만들기에 도전하고
클래식 기타를 배워서 외로울 때 둥기둥기해야지.

End of taboos : 금기의 종언
직종 크로스오버가 목표!
생명력 짧은 지금의 직업에 올인하지 말고 투잡, 쓰리잡, 영역을 확장하도록!

Ready-made to order-made : 당신의,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
수동적인 독자에서 벗어나 내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
2010년에 못 이루어도 좋다. 결과물은 꼬박꼬박 내놓자.
이건 마이크로 트렌드가 아닌, 나만의 메가 트렌드다.

Omni-U solutions : 전지전능 솔루션
나를 전지전능하게 해 줄 괜찮은 디지털 제품 구입!
일단은 손에 착착 감기는 새 디카다.
스마트폰은 아직은 노땡큐.

Manner matters : 매너남녀
내 매너는 충분히 차고 넘친다.
매너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게 목표.

It's aqua : 물의 르네상스
디자인이 예쁜 생수병을 들고 다녀야지. 뭐든지 예뻐야 해.
(사실은, 다이어트 하겠단 얘기)

Challenge your age : 나이야 가라!
나에게 투자할 것.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
오늘 코스모폴리탄을 보다가 발견한 회춘의 동안침이라 불리는 황후침이 좋겠다.
턱선의 각도의 뺨의 모양이 확연히 달라진단다. 아기처럼 연한 피부는 보너스.
보톡스나 필러를 주입하고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니
1회 10만원 정도는 아낌없이 투척하리라.
해율한의원의 박해웅 원장님, 기억해 놔야지.
일반 경락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관절 사이사이의 독소를 쫘악 배준다는 내면 테라피도 솔깃하다.
체험자가 비교를 위해 몸의 왼쪽만 받았다니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왼쪽 무릎만 하얘졌다마 뭐라나.
게다가 꼬깃꼬깃 접혀 있던 근육이 풀어져 키도 더 커진다고!
돈 버는 즉시 예약합니다. 황후연의 배은정 원장님, 기다리세요.

Style republic : 스타일에 물들다
책에서는 상품을 넘어 건물과 거리, 그리고 도시 전체로 확산될 스타일에 대해 언급했지만
나는 도시건축가도 아니고 상품디자이너도 아니니, 나 자신의 스타일에만 신경쓰겠다.
2010년 나의  스타일은, 당당한 날씬 여성! 

  

사랑이 타이밍이듯 책도 타이밍인데, 2010년 달력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읽어서
신년 계획 세우는 데 참으로 요긴하게 써먹었다.

김난도 교수는, 참 매년 수고하시는구나.
2011년에도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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